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문경내화리삼층석탑(聞慶內化里三層石塔)
- 엄원식
문경시 산북면 소재지(대상보)에서 동로방면으로 접어들어 약 6㎞정도 지나 경천댐에 가까운 탑들이라는 곳에 홀로 외롭게 서있는 탑이 있다. 주변은 밭과 과수원으로 경작되고 있어 탑의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없다면 발견하기 힘든 곳이다. 탑이 있으면 응당 절이 있게 마련인데 절은 오간데 없고, 예전에 절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탑만 홀로 서있다.
화장사 절터에 남아있는 보물 51호 '문경 내화리 삼층석탑'
사불산대승사사적비 비문에 “고전에 의하면, 의상대사가 공덕산 아래에 미면사(백련사)를 창건하고, 원효대사는 인근 십리 주변 화장사에 계시면서 조석으로 만났다고 한다”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주목할 내용은 미면사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는 화장사(化庄寺, 華藏寺)의 위치에 관한 기록인데, 현재 대승사를 중심으로 미면사와 화장사는 10리 안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지명이나 위치 등으로 보아 내화리 삼층석탑이 서 있는 곳을 화장사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점으로 미루어보아 내화리 삼층석탑은 화장사 경내에서도 본존 건물 앞 중심영역에 있던 탑이었을 것을 추측된다.
화장사는 고려 예종 7년(1112)에 폐사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또 구전에 의하면 약 100여 년 전 불이 나서 폐사되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러나 과거의 사진기록과 탑의 북쪽에 위치한 반남 박씨, 예천 권씨, 예안 김씨 재실의 건축부재, 주변 묘소에 쓰여 졌던 석재들로 미루어 보아, 이미 그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지 탑이 무너지게 된 배경은 다음의 기록에서 살펴 볼 수가 있다.
1932년(소화7) 3월초 어떤 자가 야음을 틈타 탑을 무너뜨리고 도망쳤다. 얼마 뒤 이 동네 152번지에 거주하는 설경옥(薛慶玉, 혹자는 설재구라고도 함)씨가 해체되어 있던 탑에서, 순금제보살입상(純金製菩薩立像) 1점, 금동제팔각사리합(金銅製八角舍利盒) 1점, 은제사리병(銀製舍利甁) 1점을 발견하여, 같은 해 3월 6일 조선총독부박물관에 신고하였다.
이 기록은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매장물의 신고와 관련해서 남겨놓은 공문서의 내용이다. 이곳에서 수습된 유물은 현재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국립대구박물관에 유물확인 의뢰한 상태이므로 가까운 시일 내에 유물의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1932년 3월초에 무너진 문경내화리삼층석탑
문경내화리삼층석탑은 1916년 7월 4일 발효된 “고적급유물보존규칙(古蹟及遺物保存規則)”에 따라 고적유물등록대장에 제111호로 등록되었으며, 1934년 8월 27일 “조선보물고적 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에 따라 보물 제69호로 지정되었다. 위의 기록으로 보면 탑이 무너진 상태에서 보물로 지정된 것이다.
당시 무너졌던 탑은 1961년 주변 밭에 보리가 무성할 무렵, 몇 사람의 기술자가 도르래를 이용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복원 후인 1962년 1월 10일,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국보와 보물이 분류되었고, 1963년 1월 21일 문경내화리삼층석탑은 보물 제51호로 지정되었다.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탑들’ 석탑이 무너진 후에 탑의 옥개석과 옥신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으며, 기단은 농부들이 참이나 점심을 먹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복원 당시 탑의 3층 옥개(지붕) 상부는, 옥개와 같은 돌로 붙여 노반을 조각하고 나머지는 결실되어 안타깝게 상륜부는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탑의 북쪽에 있던 반남 박씨 문중의 재실인 존경재를 신축할 때, 탑의 3층 옥신석(몸돌)을 사용하였는데, 복원 당시 옮겨와 그해 9월경에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