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문경에는 국보가 없다?
- 엄원식
문화재는 지정주체에 따라 문화재청이 지정하는 국가지정문화재와 각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지방지정문화재로 구분한다. 그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보, 보물, 사적, 사적 및 명승,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민속자료, 중요무형문화재로 분류된다. 또한 지방지정문화재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 문화재자료로 구분된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문화재 중, 50년 이상이 된 근․ 현대 건축물이나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중 근대문화유산이라고 지칭되는 등록문화재는 따로 분류된다. 문경에서 가은역, 불정역, 산양면사무소 뒤에 있는 금융조합사택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가장 중요하고 귀한 문화재는 역시 국보이다. 귀한 문화재인 국보가 우리 문경에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문경에 귀한 문화재가 한 점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머지않아 우리 문경에도 국보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고운 최치원의 사산비문(四山碑文) 중 하나인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비(智證大師寂照塔碑)이다. 현재 봉암사 경내인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 옆에 있으며 보물138호로 지정되어 있다. 국보승격에 필요한 최종심사는 마친 상태로, 문경에서도 국보가 탄생될 전망이다.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비)
(대승사 전경)
보물은 건조물·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고고자료·무구 등 유형문화재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용사의 동종, 지증대사적조탑과 비를 비롯한 봉암사 정진대사원오탑과 비, 대승사 목각탱부 관련문서, 대승사 금동보살좌상 등이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2008년 6월 12일 지방지정 유형문화재이던 봉암사극락전이 보물로 승격되어, 문경에는 모두 10점의 보물을 보유하게 되었다.
(대승사 대승선원에 모셔져 있는 금동보살좌상)
문경의 관문이자 우리나라의 대표 관문인 문경새재는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적이란 기념물 중에서 유적·제사·신앙·정치·국방·산업·교통·토목·교육·사회사업·분묘·비 등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지정한다. 문경새재 1․ 2․ 3관문은 관방․ 토목․ 교통관련 유적에 모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은 기념물 중 동물의 서식지·번식지·도래지, 식물(자생지 포함), 지질·광물로서 중요한 것을 지정하는데, 문경에는 농암면과 산북면에 소나무 두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는 세 그루였던 것이 산양면 존도리에 있던 소나무가 고사하여 안타깝게 두 그루만 남아 있다. 산양면 존도리 소나무는 현재 대전에 있는 천연기념물 센터에서 보존처리를 끝낸 후 전시하고 있다.
(고사되기 전의 산양면 존도리 소나무)
(고사된 후의 산양면 존도리 소나무)
과거에는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던 경관개념이 근래에 매우 중요해지면서 명승이 많이 지정되고 있는데, 2007년 12월에 문경새재 옛길과 진남교반 주변의 토끼비리가 국내에서 길로는 최초로 명승으로서 지정되었다. 명승은 기념물 중에서 지정되며 경승지, 원지, 협곡, 해협, 곶, 폭포, 호소, 해안, 하안, 도서, 이름난 풍경을 볼 수 있는 지점, 화산, 온천 등 매우 다양하다. 우리지역 주변에서는 예천의 회룡포, 선몽대, 안동 백운정과 개호송 숲 일원 등이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다.
의식주·생산·생업·교통·운수·통신·교역·사회생활·신앙․ 민속·예능·오락·유희 등으로서 중요한 것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다. 2004년 3월 묘소 이장 중 세상에 알려지게 된 평산신씨묘 출토복식이 작년에 지정되었으며 특히 임진왜란 전인 16세기의 묘에서 출토되어 금선단, 단령 등 매우 귀중한 복식이 많이 나왔다. 2006년 9월에는 영순면 의곡리 전주최씨 일가의 묘에서 미라와 함께 많은 복식이 발견되어 중요민속자료 지정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경이 전국에서 개인종목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는. 단연 무형문화재 분야이다. 물론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와 지방지정 무형문화재를 합쳐야 가장 많지만, 이것은 우리지역에 많은 장인들이 살았다는 증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기장 105호로 지정되어 있는 김정옥씨는 7대째 도예가업을 잇고 있으며, 유기장 77호인 이봉주씨는 비록 문경이 고향은 아니지만, 유기생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을 찾다가 문경을 발견했다. 이 외에 지방지정 문화재인 호산춘 권숙자씨, 한지장 김삼식씨, 자수장 김시인씨 도예가 이학천씨, 천한봉씨 등, 이분들이 살아있는 문경의 문화대변인들이다.
지방지정 문화재는 전체 지정문화재의 75%를 차지한다. 문화재의 가치를 고려해서 국가와 지방지정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문경에 산재하는 지방지정 문화재는 점차 국가지정으로 승격되고 있는 추세이며. 타 지역과 구별되는 문경만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화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