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김만동_영화이야기]Children of Men
- 김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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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 of Men
감독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
클라이브 오웬 (Clive Owen) 테오도르 파론 역 |
2006년에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국내에 개봉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8년에 ｢유니버셜 픽쳐스｣에서 DVD를 만들어 국내에 배급했다. 2006년 베니스영화제와 2007년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손에 땀이 잡히는 사실감으로 이런 저런 입소문을 탄 덕에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서기 2027년, 세계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재앙의 시대로 접어든 지 18년째다. 18년 전 마지막으로 태어난 소년 디에고 리카르도가 살해당하자 런던은 모든 희망을 잃고 폭력에 휩싸인다. ‘잔혹한 곳’에서 영국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그러나 영국 정부는 몰려드는 난민들을 집단으로 수용하여 철저히 통제할 뿐이다. 이들 푸지 난민들의 해방을 주장하는 반정부 테러 단체인 ｢피쉬｣가 활동 중이지만 해방은 마안하다. 사회운동가 출신이었으나 지금은 산업자원부 공무원인 테오 파론은 피쉬의 주요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옛 아내 줄리안의 요청으로 흑인 소녀 키를 안전하게 ｢투모로우 호｣까지 보내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기적적이게도 키는 임신 중이다. 그 와중에 줄리안은 살해당한다. 테오는 피쉬의 은신처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새로 피쉬의 지도자로 뽑힌 루크가 줄리안을 죽였으며 그는 키의 아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고 자신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미리암과 키를 데리고 피쉬의 은신처에서 도망쳐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키와 아기, 테오는 함께 투모로우 호에 닿지만 테오는 보트에 앉은 채로 죽는다.
인류 불임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째서 영국만 건재하고 영국 정부는 왜 난민들을 수용하여 통제만 하는지, 어쩌다가 세상이 잔혹한 곳이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키는 어떻게 임신할 수 있었는지, 영화 속에는 무수한 의문 상황이 존재하지만, 영화는 끝끝내 어떤 가리사니도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은 그저 겉가량으로 헤아려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상황만 툭 던져놓은 채, 곳곳에서 이야기의 잔가지가 툭툭 불거지고, 스토리는 마구 뒤엉켰으니, 초반 전개는 지루할 수밖에 없는데, 그 지루한 터널을 지나면 영화는 갑자기 눈에 보이는 결말을 향해 돌진한다. 실감 나는 카메라 작업이 없었다면 벅벅이 싱거웠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에는 단순한 상징과 유머러스한 비유가 넘친다. 영화의 전제가 되는 ‘불임’부터 그렇다. 정자 테스트를 피하지 말라며 정자의 움직임까지 보여주는 거리의 전자 광고판, 휴먼 프로젝트와 투모로우 호, 18년 만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키와 그 새로운 생명인 아기, 다비드 상, 게르니카와 함께 등장하는 예술품의 방주(ARK OF ARTS)와 목사 나이젤, 기괴한 손동작을 선보이며 미래의 게임에 빠져 있는 그의 아들 알렉스, 늙은 히피 재스퍼와 그가 사는 숲, 미리암이 줄리안의 주검 앞에서 의식을 치르며 중얼거리는 범어, 군대와 전투, 무기와 폭력, 종반부 바다에서 육지를 향한 전투기의 비행, 앤딩 크레딧과 함께 퍼지는 아이들 웃음소리 따위 말이다.
이기주의와 분열주의에 휩싸인 미래, 전쟁과 대립에 발목 잡힌 영화 속 인류의 절망적 현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희망은 새 생명, 바로 키의 아기 바주카일 것인데, 아기가 도달하게 되는 ‘투모로우 호’가 바로 ‘휴먼 프로젝트’의 본부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투모로우’는 무엇보다 ‘휴먼’인 ‘바주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재든 미래든 사실 어디에고 인간 이외의 해답은 없다.
그런데 18년 만에 새롭게 태어나는 아기는 아들이 아니라 딸이다. 남성성으로 대변되는 지배와 폭력으로 인한 대립보다는 여성성으로 치환할 수 있는 순응과 포용, 그로 인한 화합이 더 크고 보편적인 가치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영화의 힘은 또 상당 부분 사실적인 촬영에 기대고 있다. 테오 일행이 루크의 똘마니인 오토바이 일당에게 습격당하고 줄리안이 죽는 장면도 그렇지만, 마치 다큐를 찍듯이 스탠드를 떠나 어깨에 메인 카메라는 후반부의 전투 장면을 사실적으로 훑어나가는데, 이 부분이 바로 이 영화의 백미다. 7분 넘도록 이어지는 노컷 롱테이크는 관객들을 꼼짝없이 현장에 데려다 놓는다. 피가 튀고 숨이 칵 막히는 실전 상황, 가슴을 쥐어짜는 공포 속으로 말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키가 아이를 낳는 장면은 실제 출산 장면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실감이 넘친다. 그러고 보니 촬영을 맡은 엠마누엘 루베츠키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찍었던 그 사람인데, 이 영화로 2006년 시카고, 라스베가스, LA 영화비평가협회 촬영상을 받았다고 한다.
인류는 진보해 왔는가? 과연 우리 인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줄곧 발전해 왔으며 현재에 비해 미래에 더욱 발전할 것인가? 글쎄, 나는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겠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물질문명에 있어서는 비록 진보해 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어떤 부분은 어쩌면 오히려 퇴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참말이지 지나치게 물질 중심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물질에 중심을 두게 되면 새것 이전의 것은 언제나 새것에 의해 밀려나고 밀려난 것들은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 그리스도교도들은 회개하라고 시위한다. 지진, 환경오염, 질병, 기근은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라고 외친다. 인간의 죄는 바이 무엇을 말하겠는가? 혼자 너무 나가버린 건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의 전제인 불임의 원인은 환경 파괴 탓일 리가 많고, 그 진티는 쓰레기일 것이다.
과학과 문명의 이기 속에서 그 이전의 훨씬 소중했던 가치들을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가 짜장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나이젤의 아들 알렉스가 식탁에서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모습은 물질을 받들다 기계에 묻혀버린 우리의 서글픈 미래상이 아닐는지.
- 글쓴이 : 김만동
- 안동 경덕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