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이선아_바람 따라 구름 따라]안동 내앞마을
- 이선아
1. 밤길
원은 잠깐 걸음을 멈췄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새치름한 구름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더니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어슴푸레 불빛이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원의 눈앞엔 작은 오솔길이 누런 몸을 희미하게 드러내놓고 있었다. 길을 더듬자니 알싸한 저녁공기가 느껴졌다. 겨울이 한 눈을 판 사이에 양지에는 봄이 옹기종기 들어와 있었다. 새싹들은 땅을 뚫고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가끔씩 손톱만큼 보이는 초록이 낯선 곳의 이정표처럼 반가웠을 뿐이다. 음력 이월의 끝자락이었다. 춘삼월이 코앞이라고는 하나, 수가 틀어지면 기어이 눈을 뿌리고야 마는 겨울의 심술이 원을 불안하게 했다. 위잉 바람소리가 들리고, 마른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렸다.
곧이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의 몸은 오그라들었다. 갑자기 찬바람이 원에게 달려들었다. 손이 시렸다. 원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안되는데…’
차가운 빗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미끄러졌다. 원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머리 위로 덮어쓰고, 갈 길을 재촉했다. 흙길이 익숙하지 않았다. 흙길에 튀어나와 있는 돌부리 때문에 발바닥이 아팠다. 길이 점점 미끄러워지고, 젖은 흙냄새와 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비에 젖어 축축해진 옷 탓에 온몸이 무거웠다. 원은 추위로 몸을 떨었다. ‘길을 잘못 들었나?’ 사방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비를 피하고 추위를 막을 곳을 찾아야 했다. 원은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쌌다.
‘아직은 안돼’ 자신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린 원은 달리기 시작했다. 겁을 밀어내야 했다. 휘이잉 이는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무섭게 흔들리며, 오랜 울음을 울었다. 긴 그림자들이 절뚝거리며 원을 따라왔다. 한 점이라도 좋으니, 스쳐지나가도 좋으니, 빛이 간절했다. ‘제발.’ 철벅철벅 소리를 내며 달리던 원은 휘적거리며 검고 칙칙한 나뭇가지를 좌우로 밀어냈다. 그 순간, 빗소리가 잠시 고요해지는 듯하더니 “철-썩” 무엇인가 원을 덮쳤다.
“정신이 좀 드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원에게 파고들었다. 원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눈을 떠보려 했으나, 힘들었다. 귓전에서 맴돌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탁, 탁, 탁, 둔탁한 소리가 원의 방문을 두드렸다. 원이 눈을 떴다. 뿌옇긴 했지만 희미하게 사물들이 보이더니 점차 선명해졌다. 원은 몸을 일으켜 천천히 고개를 움직였다. 장롱과 재봉틀, 원이 입고 있던 코트가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작고 노란 방이었다. 원이 덮고 있는 색동이불 위로 얼금얼금 볕이 누웠고, 원은 코로 숨을 조금 토했다. 다시 밖에서 탁,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 문고리를 잡고 방문을 열어 보았다. 뻑뻑했다. 원이 힘을 주어 문을 더 밀어보았다. 끼이익-, “아이고, 일어났구먼.” 원을 돌아본 할머니가 널던 빨래를 떨어뜨렸다.
2. 이름, 원
“큰일 날 뻔 했어, 기억나는가?” 미음을 먹여주던 할머니가 원에게 말했다.
"...."
"세상에, 그 비오는 밤에, 어디서 조선 비를 혼자 다 맞았누?”
“....”
“어디서 왔나?”
“...”
“혹시, 말을 할 줄 모르는가?”
“아니에요.” 원이 입을 뗐다.
“이 동네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가족들은 다 어디 계시고?”
“저 뿐이에요.”
미음을 숟가락으로 뜨던 할머니가 순간 멈칫했다.
“나는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원은 힘들게 미음을 넘겼다.
“우리 집이 이 동네 끝집이야. 사람들이 이 집 뒤에 있는 산에 약초 캐러 가끔 올라가. 비 오던 날 밤, 자네가 샛길에 쓰러져 있어서 데려왔지. 그쪽으로는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곳이야. 아는 사람만 조심해서 다니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사람이 쓰러져 있으니. 깜짝 놀랐지 뭔가.”
“고맙습니다.”
원에게 미음을 먹인 할머니는 방문을 열고, 잠시 밖으로 나가더니. 손에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원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목과 어깨를 보여 달라고 했다.
“여기 저기 생채기가 많이 났던데, 아프지? 손은 어지간히 아물어 가는데, 몸이 약해서 그런가, 사흘 밤낮을 약을 발라주었는데도 잘 안 아무네.” 할머니는 익숙하게 상처에 약을 발랐다.
“제가 삼일이나 잤나요?”
“응. 얼마나 정신을 놓았는지, 내가 몇 번이나 깨웠는데 일어나야 말이지. 겁이 나서 의사를 불렀는데, 의사가 몸을 잘 거둬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갔어. 다행히 둘 다 무사하다고”
원이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입맛이 좀 돌면, 내가 장에 가서 잉어나 소고기를 좀 끊어다가...”
원이 고개를 숙이고, 겨우 겨우 말을 이어갔다. 뭔가 목으로 자꾸 넘어가는 모양이였다.
“몸만 추스르게 되면, 바로....정말 염치가 없네요.”
할머니는 원의 머리를 손으로 빗겨 주었다. 손에 힘을 줬다 폈다 하여 조심조심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나도 혼자야. 혼자된 지 자네나이보다도 오래된 것 같아”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고, 하얗고 깨끗한 가재수건으로 원의 얼굴을 연신 닦아주었다.
“이름이 있는가?”
대야에 손수건을 빨며 할머니가 물었다.
“원이예요.”
옛날, 고아원 원장이 원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었다. 네 아빠가 ‘그 날’ 그렇게 부르는 걸 들었다고. 어쩌면, 단 한번 불러줬던 것으로 원이란 이름으로 몇 십 년을 함께 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러나 부모에 대한 원망은 고아원을 나오면서 그곳에서의 생활과 함께 버렸다. 원은 정처 없이 밖으로 떠돌았다. 사람들 틈에서 쉽게 정을 붙이질 못했다. 가끔 달빛이 창백한 밤이면 쓸쓸해지기도 했고, 집으로 가는 길에 거리의 가로수에게 인사를 건네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혼자라는 것이 힘든 적은 없었다. 발목을 잡는 여럿과 같이 있을 땐 차라리 혼자가 편했다. 몇 개의 도시를 떠돌아다녔다. 원은 사람들 사이로 적당히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얼마나 머물러야 나중에 앉은 자리가 깔끔한 사람으로 기억되는지 인간관계의 기복을 꿰고 있었다. 흠이 되는 꼬리표가 원을 괴롭힐수록 남에게 마음을 치근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족이 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그는 원을 바라볼 때 새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잘 웃어주었는데, 어느 날, 잠결에 들리던 휘파람과 함께 사라졌다. 남자는 원의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알았을까? 그에 대한 의심이 시작됐지만, 머뭇거릴 새가 없었다. 원은 난생 처음, 혼자라는 것이 무서웠다. 그를 수소문하며 찾아다닌 끝에 이곳의 아무개라면 어쩌면 그의 소식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원은 할머니에게 아무개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떤 대답을 들어도 두려울 것 같았다.
3. 나물 캐기
노랑나비, 흰 나비 두 마리가 팔자를 그리면서 서로의 꼬리를 향해 날았다. 원은 마루에 나와 앉았다. 하루하루 햇살이 달랐다. 오래 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들어와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딱 맞춰 왔건, 성급하게 왔건, 봄볕이었다. 원은 따뜻한 자리로 골라 앉아 보았다. 한 뼘, 두 뼘, 해가 들지 않은 곳까지 두 뼘이다. 어제보다 볕이 더 자라 있었다. 세 뼘이 되기 전에, 떠나는 게 옳다. 어느 사이엔가 산은 연둣빛으로 물들어있었고, 원은 며칠 전부터 마음을 쉽게 뉘이지 못했다.
“옷을 그렇게 얇게 입고 있어도 되겠는가?”
“괜찮아요.”
“시절이 참 좋아.”
“꽃이 피어야죠.”
“사람 좀 보게. 꽃이 지천인데, 아직 몰랐는가?”
“벌써요?”
“괜찮으면 꽃 보러 갈까?”
땅이 폭신폭신했다. 길가엔 싹을 올린 풀들이 겹겹이 줄지어 돋아나 있었다. 할머니는 팔작지붕이 멋스러운 어느 집 앞에서 멈춰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집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함부로 들어와도 되요?”
“못 봤나? 문이 없는 집이야.” 할머니는 윗니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집은 마당이 넓고,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와 부속채로 연결된 집으로 정남형이었다. 낮게 색깔을 넣은 팽이처럼 앉아 있는 단풍나무와, 원추리, 곁으로 나란히 서있는 잣나무가 보이고, 잣나무 사이로 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하수오 열매가 속을 드러내고 있었다.
“달래가 머리를 감느라 정신이 없구먼.”
할머니는 잣나무 아래 쪼그려 앉았다. 경사가 진 낮은 언덕 위에 달래가 모여 있었다. 잎이 길게 뻗어 한쪽으로 쏠려있었다. 달래가 자라고 있는 부근에는, 냉이도 보였다. 줄기를 곧게 세워 가지를 쳤는데, 땅위에 앉은 모양이 바르고 정갈했다.
“둘이 사이가 좋네.”
“아침 해를 같이 맞아서 그런가 봐요.”
원이 문에 붙은 글씨를 가리켰다. 조양입문(朝陽入門)이라고 정갈하게 쓴 글귀가 붙어있었다. 뒤로 돌아가던 원이 할머니를 찾았다.
“여기가 별채인가 봐요?”
“아니야. 거긴 사랑채야. 안채보다 깊고, 별채처럼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하는데, 내객이 행랑채의 대문을 지나지 않고 바로 사랑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지. 사랑 대청이 참 넓지?”
“손님이 많은 집이었나 봐요.”
“집 주인의 인품이지. 저쪽이 사랑방과 침방이고, 대청의 판문을 열어 걸어두면, 사방이 트여서, 봄에 매화향이 은은하게 집안으로 퍼지지. 이집에도 매화가 핀 모양인데?”
“전 잘 모르겠어요.”
“매화향기는 귀로 듣는 거야.”
할머니는 사랑채를 돌아 안채로 들어갔다. 안채는 부엌, 안방, 대청, 건넌방과 함께 헛간으로 꾸며져 있고, 안채는 '口'자형 이였고, 안채로 들어오는 문 왼편엔 목련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안방의 전면에는 난간을 두른 툇마루가 있고 툇마루 밑에는 간결한 굴뚝을 내었다.
“사당으로 한 번 올라가 볼까?”
사당은 사랑채의 서북쪽 높은 언덕 위에 담장을 따로 쌓고,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집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당으로 가는 사랑채의 마당에는 화단을 뛰어 넘어 자라기 시작한 타원형의 비비추들과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고 있는 듯한 회화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박고 있었다.
“오래 된 나무 같아요.”
“300년이나 됐지. 게다가 의금부의 금부도사가 그 나무에 세 번씩이나 말을 맸어.”
“네?”
“이 집 어른이, 아니다 싶은 건, 쨍쨍하게 직언했다는 거야. 그러니 그 어른을 잡아가려고 금부도사가 집으로 왔지.”
“자손들이 자랑스러워 할 것 같아요.”
“더 대단한 거 얘기해 줘? 여기가 오자등과댁이야. 이 집에 살던 청계 선생이 생원이 된 후에 대과를 준비하고 있었어, 요즘이야 방법이 많지만, 그 때는 입신을 위한 길로 대과만한 것이 없었거든. 근데 살아서 벼슬을 하면 참판에 이를 것이나, 자손 기르기에 힘쓰면 죽어서 판서에 오를 것이라는 얘길 들었지. 한창 젊은 나이였는데 왜 욕심이 없었겠어. 하지만 자손들의 영예를 택해 대과를 포기하고, 아이들을 가르쳤지.”
“오자등과댁인 걸 보면, 아이들이 모두 과거에 급제했나 봐요.”
“그렇지, 이 댁 어른이 부인대신 젖을 동냥해 키운 아이들이래.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인을 잃었지. 한밤중에 한 애가 잠을 깨면, 또 다른 한 아이가 잠을 깨서는 어미젖을 찾는데, 아무리 안아 어르고 달래도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더래. 애는 자지러지게 숨이 넘어갈듯 울고 얼마나 요곡을 하던지, 결국 어른이 자신의 젖을 물렸지. 그렇게라도 하면,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잘 잤다고....”
“부모 마음인가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사당은 별도의 담장이 따로 있고,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당에서 왼쪽으로 난 문을 지나 산을 조금 오르면, 이제 막 세상을 구경하는 싹들로 초록이 지천이었다. 집의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오고, 이름 모를 꽃들이 춘투를 벌이고 있었다. 뾰족한 가시와 그대로 매달려 말라버린 탱자만이 봄볕 아래서 머쓱했다. 엉클어진 탱자나무를 바라보던 할머니는 원의 손을 잡았다.
“가을엔 탱자향이 좋았지. 저 향을 몸 안으로 흘려보내고 싶었지. 먹을 수 없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자넨 참 장해. 난 기회가 없었어. 어쩌면, 자네는 부모가 될 수도 있잖은가.”
원은 쉽게 손을 빼지 못했다.
4. 아침
“어깨 좀 보자.”
할머니는 자신의 무릎을 탁탁 쳤다.
원은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모로 누웠다.
“다 아물어 간다. 딱지가 곧 떨어지겠구나. 몸이 약해서 잘 낫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큰 흉은 안 생기겠네. 내일 장이 서는데 뭐 먹고 싶은 건 없고?.”
약을 바르던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원은 한 손으로 할머니의 무릎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더 누워 있고 싶었다. 손발이 부은 원을 보고, 할머니가 말했다.
“편한 신발이나 옷을 몇 벌 사줬으면 싶은데, 내일 장에 같이 가련?”
원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 왔을 때 단단히 먹었던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
“전에 같이 가 본 집, 내당 안에는 태실이란 곳이 있단다. 결혼해서 집을 떠난 딸들이 아이를 가지면 친정으로 돌아와 태실에서 몸을 풀었지. 좋은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훌륭하게 컸다고 하더구나...그래서 말인데, 우리 집이 좋은 기운까지는 아니더라도, 겨울이 빨리 오는 집은 아니란다. 뒷산도 반듯하고, 흙도 포근하고 보드라운 곳이야. 네가 여기서...자니? 내가 욕심이 많다.” 할머니는 원의 귀밑머리를 오래 쓸어주었다.
날이 밝아오는 구나 싶더니, 붉은 해가 아주 잠깐 사이에 하얗게 바뀌었다. 원은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방의 창문을 조금 열어 두었었다. 어느 곳에 있던지 꼭 그렇게 했다. 내 집까지 들어와 줬으면 하는, 가두어 놓고 보고 싶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살아있되 혼자라는 걸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아침이 두려웠던 어떤 날에는 해가 저렇게 바뀌는 그 순간, 그 속을 열어 아무도 모르게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눈에 담아 놓으면, 마음에도 담기는 법이지만, 하루가 시작되는 그 시간은 아무리 담아두어도 연기처럼 빠져나가곤 했다.
원은 그 남자를 만난 것이, 모든 것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 믿었다. 자신이 남자의 마지막 사랑으로, 가족이 없는 아픔이나 되돌아 갈 곳이 없는 삶까지 거기서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것이 당치도 않는, 늘 꿈에만 그리던 ‘시작’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원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마당에 뿌리고 비질을 시작했다. 찹쌀과 콩, 현미를 섞어 밥물을 잡아 두고, 방에 불을 더 넣었다. 원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 할머니 곁에 몸을 뉘었다. 가늘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오늘 장에 가면 기저귀 감도 끊어와요.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건 할머니가 가르쳐 주세요. 아이의 이름은 할머니 이름을 딸래요. 할머니...저도, 자꾸, 욕심이 나요.’ 문틈으로 들락거리던 매화향이 점점 진해졌다. 봄이 힘을 냈다.
- 글쓴이 : 이선아
- 1977년생, 숭실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글 쓰고 책 읽기를 매우 좋아하며, 영화관에 혼자 가는 것을 즐긴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다. 현재 안동 MBC에서 구성 작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