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가치 있는 좋은 일은 시간도 노력도 필요한 것입니다
- 남정순
가치 있는 좋은 일은 시간도 노력도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게으름뱅이의 손은 악마의 놀이터'라고 하던가요?
게다가 여러 가지 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계속 앉아있으면서 같은 일을 할 필요는 없지요.
나는 집안일을 매우 좋아합니다. 다림질, 세탁, 요리, 설거지도 말이죠.
앙케트에서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는 언제나 ‘주부’라고 대답하지요.
주부는 훌륭한 직업이지요.
부끄러워할 게 있을까요?
주부이기 때문에 학문을 할 수 없다는 따위의 일은 없지요.
잼을 만들면서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생활비를 책임져주는 남편이 있다면,
나도 정원가꾸기와 요리와 바느질만 하고
그림은 그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근면하고 성실한 전형적인 뉴잉글랜드 사람입니다.
지불해야할 것을 미루는 일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으며, 약속은 꼭 지킨답니다.
거짓말을 한 적도 없어요.
그러나 즐겁지 않은 모임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에는,
사소한 정도로 진실을 왜곡해도 좋아요.
재미없을 때, 산양은 매우 편리한 핑계.
"젖을 짤 시간이 되어서"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지요?
결혼식이나 여름행사 때 등에는,
그곳에 온 아이들 모두에게 이탈리아 국화로 만든 관을 씌워줍니다.
관이 완성되면 시들지 않도록 파이접시, 많을 때에는 욕조에 담가둡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머리에 얹어주기 전에, 잘 털어서 물을 빼지 않으면 큰일 나지요.
언제였든가, 스무 명 정도의 여자아이들이,
목덜미에 찬물이 흘러내렸다고 말하면서
까아 꺄아 소리 지르며 뛰어다닌 적이 있었어요.
남자, 좋아합니다. 그러나 남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모처럼 여자로 태어났는데 어째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싶어 할까요?
여자다움은 여성의 커다란 매력입니다. 그것을 어째서 내버리는 지요?
여성이 긴 스커트를 입지 않게 된 것은 엄청난 잘못입니다.
반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신비롭고 즐거운 것입니다.
스커트 자락으로부터 희고 탄탄한 발목이 살짝 보일 때
남성들의 가슴은 얼마나 설렐까요?
현대의 여성들은 통이 좁은 바지를 입고는....
긴 스커트는 여러 가지 결점을 감추어줍니다. 무다리도요.
오후에 차를 마시는 습관은 우리 집의 전통으로, 일 년 내내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네 시 반이 되면 아무리 바빠도 차를 마신답니다.
특히 무척 바쁠 때에는, 이것이 쉬는데 아주 좋아요.
그러니까 서둘러서는 안돼요.
느긋한 기분으로 대화를 즐기는 겁니다.
크리스마스의 준비는, 6월경부터 시작합니다.
벙어리장갑, 양초, 인형의 옷, 양말,
봉제인형 등을 모두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요.
완성된 것부터 벽장 속의 커다란 옷상자에 차곡차곡 넣어둡니다.
향기는 정경(情景)이나 소리보다도, 기억을 일깨우는 힘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나무의 향기를 맡으면 늘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답니다.
손으로 만든 선물은 선물을 두 번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손으로 만드는 행위와, 선물 그것과로.
벙어리장갑이나 양말을 짜는 것은,
모두의 손발이 언제나 따뜻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제겐 무척 소중한 일이랍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눈앞에 정경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영화와 같이 움직임이 있고 모든 것이 칼라로 펼쳐지지요.
책의 세계는 내겐 매우 리얼하답니다.
"어떤 배보다도 여러 장소에 데려다주는 책"이라고 시를 읊은 에밀리 디킨슨을 존경합니다.
킬트를 짜는 것도 좋아합니다.
지금 짜고 있는 킬트를 시작한 것은 언제였는지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나 천국으로 여행을 떠날 때까지는 반드시 완성할 생각입니다.
그림은 자연의 빛 속에서 그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해가 진후에 나는 바느질을 한답니다.
골동품과 같은 이 그릇들은 오래 전부터 사용한 것입니다.
사용하면 깨질지도 모르지만,
상자에 넣어두고 평생 보지 않는다는 것은 시시하지 않은가요?
그래서 나는 백오십년 전에 만들어진 옷도 입는답니다.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보고 수집가들은 하얗게 질리지만
그러나 모처럼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즐기지 않을 수 있나요?
일생은 매우 짧습니다. 마음껏 즐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요리의 비결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가능하면 신선한 재료를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프와 스튜는 조미료를 넣으면 몇 번이고 맛을 보아야 합니다.
스프 맛이 싱거우면 실망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빠른 길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치 있고 좋은 일은 모두 시간과 힘이 드는 것입니다.
[타샤와의 대화] 이 글은 타샤 튜더의 말(タ-シャ․ テュダの言葉)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출판된 네 권 중에서,『생각한 대로 걸어가면 되는 거야(思うとおりに步めばいいのよ)』(メディアファクトリ-, 2007)에서 일부를 발췌해서 번역한 것입니다. 사진에 관한 저작권은 일본의 출판사 메디아팩토리에 있음을 밝혀둡니다.
-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