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牛の柵 ⓒ 혼다 히사시

지금 한국에서는 50만 마리에 가까운 소와 돼지가 살 처분되고 있다. 반 년 전에는 내가 사는 이곳 미야자키에서 25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가 살 처분되었다. 원인은 마찬가지로 구제역이었다. 예를 들어 이것이 인간의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어느 한 사람에게서 역병이 발견되었다고 한다면 말이다. 그 사람이 사는 공동체의 인간들을 모두 살 처분할 것인가?

인간의 식육용으로 사육되는 소와 돼지는 결국 죽을 운명이다. 요컨대 인간이 먹기 위해 키워지고 있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한다면 역병에 걸리든지 그렇지 않든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살기위해서는 다른 생물을 먹지 않으면 안 되며 먹기 위해서는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자연발생적으로 번식하는 동식물을 먹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번식을 시켜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연 증식하는 동식물만 가지고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식물의 연쇄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것은 극한상태를 빼고는 없다. 그러나 소와 돼지의 경우는 예외 없이 인간에게 먹힐 운명이다. 슬프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외면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동물을 잡아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쉽게 말한다면 스스로가 살기 위해 필요한 식재료를 얻기 위해 자신의 사고를 정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옛날부터 전해지는 대로 먹는다는 것은 다른 동식물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다른 생물의 병을 간과할 수는 없다.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병에 걸린 생물들을 처분하는 것이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식사할 때의 예의는 다른 생명을 받는 인간의 최소한의 예의이며 감사의 표현이다. 그러나 실해당하는 쪽에서 보면 어떨까. 말을 할 줄 모르는 동식물은 항의도 할 수 없고, 원망을 하소연할 기회도 없이 살해당한다. 인간의 식료품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소나 돼지를 사육하는 인간의 기분은 슈퍼마켓에서 고깃덩어리로 팔리는 고기를 먹는 인간들의 기분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런 절대모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윤리적 한계 앞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을 받는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답이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인간이 이 세상 모든 것의 주어이기 때문이다. 나는 잘난 척하며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밥을 먹고 있는 내 몸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실정이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아프다. 아파도 먹을 수밖에 없다. 지식이나 사상으로는 주린 배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식하던지 그렇지 않던지 우리 소나 돼지의 학살에 가담하고 있다. 정말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