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秋_心象 ⓒ 혼다 히사시

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보며 작은 정원을 걷고 있노라니 여기저기 거미집이 햇빛에 빛나고 있다. 마치 빛의 실로 짠 직물 같다. 거미집에 걸린 작은 곤충들의 사체와 바람에 날려 찢어진 나뭇잎도 빛을 머금고 반짝이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목이 아픈 것도 잊고 쳐다보고 있자니, 하늘에 떠있는 구름조차 거미집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은하 같았다.

눈부시게 맑은 공기 속에 반짝거리며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바람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여러 거미집들 한 가운데에는 마치 노련한 어부처럼 무당거미가 숨을 죽이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빛의 거미집은 강의 흐름에 설치해둔 걸그물처럼 가로수 사이로 나있는 바람의 길에 걸려있다.

가만히 귀기울여보면 희미하게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들려온다. 그 소리가 환한 하늘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진 하늘의 강을 상상하느라 나는 해가 지는 것도 잊고 뜰 안에 서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발밑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면 이윽고 해가 졌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침 그때, 서쪽 밭에 서있는 삼나무의 색이 짙어지고, 비스듬히 쓴 멋진 모자처럼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구름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하늘 한 면은 저녁노을이 된다. 다시 고개를 돌리면, 남쪽 하늘에는 이미 금성이 빛나고, 이윽고 내 뜰에는 밤의 장막이 내려온다.

뜰에 서있노라면 풀 숲 어디선가에서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다.
어쩌면 오늘 밤은 추워질 것 같다. 오랜 만에 따뜻하게 데운 술 한 잔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