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작은 가족들
- 남정순
작은 가족들
집에는 흰 비둘기 말고도 집비둘기 라자리나가 있습니다.
이 비둘기는 어느 추운 겨울날 부화되자마자 둥지 안에 버려졌습니다.
동사 직전이었던 새끼의 굳게 다문 부리를 억지로 벌려
기운 차리게 하는 약을 먹이고 장작 스토브에 몸을 덥혀주었더니 살아났어요.
예수에게 구원을 받아 살아 돌아온 라자로의 이름을 따서
라자리나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차를 마실 때 날아와서 촛불을 꺼버리곤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초대받지 못한답니다.
치카호미니란 닭은 어미가 새끼 기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내가 요리용 장작 스토브 가에 이중냄비를 올려 그 속에서 키웠습니다.
버지니아 주에 치카호미니라는 이름의 강이 있어
옛날 거기를 지날 때,
닭을 키운다면 꼭 이 이름을 붙여야지 생각했지요.
자주 병아리 치카호미니를 품에 넣고 길을 걷곤 한답니다.
어느 날 슈퍼의 카운터에서
“저, 어디서 병아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나요?”라는 말을 들었지만,
“응 내 보청기야, 상태가 좋지 않아서….”라고 말하며 시치미를 뗐지요.
코기 품종이었던 오윈이 죽었을 때에는 정말 상실감이 컸습니다.
다시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 없었지만,
가족들에게 설득당하여 영국의 강아지를 주문하여
메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집에서 키우던 코기와는 성격도 다르고 매우 귀여워요.
수의사는 “살을 좀 빼는 것이 좋겠네요‘라고 실례의 말을 하지만
“메간이 그레이하운드가 아니잖아요”라고 항의했지요.
오랫동안 가족의 일원이었던 앵무새는,
나 혼자 상대하는 것은 시시하다고 호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최근 십대 아들이 있는 친구 브루스 폭스에게 주었습니다.
“앵무새를 어떻게 했나요?”라고 사람들이 물을 때는
“여우에게 줘버렸어”라고 대답한답니다.
내가 말을 잘못한 것은 아니죠?
아이들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토끼와 이야기를 하거나, 고양이와 함께 책을 읽거나, 개에게 ‘안녕’ 하고 말을 걸거나
작은 새가 갖고 있는 강한 힘에 눈이 동그래지거나
가만히 앉아 주위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마음은 끌리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아이들은 똑똑히 보고 있지요.
|
[타샤와의 대화]
|
-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