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草の向こう ⓒ 혼다 히사시

5월도 지나고 벌써 삼 일째 비가 내리고 있다. 남쪽 해상에서 북상해온 장마전선의 영향 때문이다. 하늘은 비구름으로 잔뜩 찌푸려 있고 빛은 뿌옇게 번진다. 게다가 습도까지 높아 피부가 끈적끈적한 느낌 탓에 불쾌하다. 그래도 어린잎으로 덮인 나무에서 끊임없이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대지는 마치 숨을 들이마시는 커다란 종이처럼 펼쳐져 있으나 다 마시지 못한 물을 머금은 채 뿌연 빛을 반사하고 있다.

 
어느 사이엔가 해가 일찍 진다는 생각이 들면 젖은 밤의 어둠이 펼쳐진다. 그리고 집 아래의 잡목과 대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논에서 작은 빛이 점멸하기 시작한다.

　“반딧불이다！”
　

집 안에서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날아다니는 빛이 보인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면, 뒤뜰 풀숲에서 반딧불이 날아다닌다. 언덕을 내려오면 길가 양쪽의 무성한 풀숲에도 날아다니고 있다. 숲이 끝나고 아래쪽에 있는 논이 보이는 곳까지 오면, 물이 괴어있는 논 위에 반딧불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다. 마치 별이 깜빡이는 것 같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수면 위에도 비춰주기 때문에 어느 것이 진짜 반딧불 빛인지 혼동이 될 정도다. 나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비 내리는 어둠 속에 출현한 수면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빛의 경연에 빠져든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반딧불은 수컷이 빛을 발산하는 것은 암컷을 찾는 행동이라고 한다. 암컷은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자손을 남기기 위해서라지만 이리저리 암컷을 찾아다니는 수컷의 행동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짝이여 쏟아지는 빛을 보고 있자니 우산 떨어지는 빗소리가 왠지 구슬프게 들린다. 
 

‘반딧불 은하’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천년 쯤 전에 무라사키시키부(紫式部)가 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주인공은 히카루겐지(光源氏)였다. 히카루겐지의 화려했던 여성편력을 그린 이야기이다. 무라사키시키부도 반딧불의 슬픈 사랑의 행위에서 힌트를 얻어 화려하고 우수에 찬 이야기를 생각해낸 것이 아닐까? 인간 세상의 남녀의 행위도 반딧불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아니, 인간 세상이 반딧불의 세계만큼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즈음 사위스러운 세상의 인심을 볼 때마다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이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딧불을 ‘겐지반딧불’라고 한다. 이름을 붙인 사람 역시 히카루겐지를 떠올리며 이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참 우아하고 품위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