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늙는다는 것은 자연의 선물
• 남정순 2010-04-29

늙는다는 것은 자연의 선물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는 원하지 않은 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며,
해도 해도 일이 끝이 없어 피곤했던 때도 많았습니다.
집안 살림을 꾸려가거나, 세금을 내거나 작품을 마감하고,
계약이나 교섭 등의 일 말고도 아이 넷을 혼자 키워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 일은 다 끝냈어요.
지금은 아이나 손자에게 그림 그리기 등 하고 싶은 일을 하게하고,
내가 좋아하는 정원 일을 하고 동물과 함께 하는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나이에 대해서는 현실적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지요.
새로운 일도 찾을 수 있구요.
무리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요?
체력이 쇠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무언가를 들어 올리는 힘이 약해지더군요.
물이 든 양동이가 옛날보다 두 배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정원의 규모를 줄이고 산양도 놔주었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또 다른 계획이 있답니다.
장미 전문가가 되는 것은 그 중 하나지요.

나이를 먹고 나서 새로 사귄 친구는 없습니다.
친구를 방문하거나 친구가 찾아오는 일도 거의 없어요.
매일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럴 틈이 없지요.
아들이나 손자가 가끔 나를 보러 오고,
일 년에 몇 번 ‘타샤 튜더와 함께’라는 행사가 있어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 말고는 혼자만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쓸모없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남은 인생을 마음껏 즐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유감스럽지만 인생을 되돌려서 다시 산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합니다.
나도 잘못이나 실패를 많이 경험했지만,
다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만약 다시 살 수 있다고 해도
그 인생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는걸요.

글쓴이 : 남정순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