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비(鳳巖寺靜眞大師圓悟塔碑)
- 엄원식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비(鳳巖寺靜眞大師圓悟塔碑)
-정진에 이르러 고려 삼원(三院)이 되다-
935년, 폐허가 된 봉암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정진대사 긍양(兢讓:878~956)은 정치적 수완이 대단했던 스님이었다. 고려 초의 문장가였던 이몽유(李夢遊)가 찬한 그의 비문에는 대사의 행장이 아주 상세하다.
대사의 휘(諱)는 긍양(兢讓)이요, 속성(俗姓)은 왕(王)씨, 헌강왕 4년(878년) 공주에서 출생. 조(祖)는 숙장(淑長)이요, 부(父)는 양길(亮吉)이니, 아울러 인(仁)을 받들고 의(義)를 밟아 자기의 마음에 사무침이 있는 것을 임무(任務)로 삼았으며 덕과 공을 많이 들이어 후손의 업적에 끼쳐서 점수하는 것을 귀중히 여긴지라, 근골(筋骨)을 수고로이 하여 복직(腹職)하고 상설(霜雪)과 같은 청심(淸心)을 품어 주리(州里)에서 장자(長者)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졌고 원근에서 어질다는 칭찬을 들었다.
충청도 공주에서 태어나 처음에는 유학(儒學)을 공부하다가 한계를 느껴 20세에는 계룡산 보원정사에서 중이 되고, 이듬해에는 서혈원(西穴院) 양부선사의 제자가 되니, 양부는 지증대사의 제자였으므로 훗날 그가 봉암사로 오게 되는 계기를 여기서 맺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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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5년 전 정진대사원오탑비 전경 | |
23세 되는 900년 중국에 유학하여 24년 후인 924년에 귀국하여 스승 양부선사가 주석하던 강주(康州:오늘의 晉州) 백엄사(伯嚴寺)에 있다가 935년 봉암사로 오게 되었다. 그의 명성이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경애왕은 그에게 봉종(奉宗)대사라는 별호를 올리며 초빙하였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자 부르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가 불교정책을 자문하고(936), 혜종이 즉위하자 경하의 편지를 보내고(943), 정종이 즉위하자 초대를 받으며(945), 광종이 즉위하자 왕사(王師)가 되어 사라선원(舍那禪院)에 머물게 되었으며, 956년, 79세의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나니 그는 후삼국 혼란기에 다섯 임금의 귀의를 받는 영광의 스님이었다.
스님의 죽음에 광종은 시호를 정진, 부도명을 원오라 내리고 그 비문은 이몽유가 짓고 글씨는 한림원 박사를 지낸 당대의 명필 장단열(張端說)이 쓰게 했으니 그 부도와 비가 지금 봉암사 동쪽 언덕 비선골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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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대사원오탑비 전경 |
이런 능력 있는 정진대사였기에 봉암사의 중창은 거대한 것이어서「봉암사지」에 의하면 법당이 10채, 승당이 16채, 행랑·누각이 14채, 부속건물이 10여 채, 산내 암자가 9채였다고 한다. 이때가 사실상 봉암사의 가장 최전성기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봉암사는 여주 고달원, 양주 도봉원과 함께 광종의 직지(直指)를 받은 고려 삼원(三院)의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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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비 전면탑본 |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