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夜の樹木 ⓒ 혼다 히사시

밤에 정원에 나가보니 벚나무가 우뚝 솟아있다. 나무 아래 서서 쳐다보니 굵은 줄기에서 사방으로 퍼진 가지들을 달이 비추고 있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가지에 수많은 꽃망울이 맺혀있다. 마치 발진이 돋은 것 같다. 개화 직전의 벚나무가 무슨 나쁜 병에라도 걸린 것일까 아님 열이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그머니 만져보니 나무껍질에서 열이 난다. 마치 아이를 가진 임산부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무의 생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나무도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생리가 있다. 그러나 나무의 생리란 어떤 것일까? 인간이나 동물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나무를 생각해보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시시각각, 하늘을 향해 생장변화를 계속하는 나무에 비교하면, 우리 인간은 나무처럼 한 곳에만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나무는 수직으로만 자라는데 비해서, 인간의 행동은 성장함에 따라 수평적으로 된다. 이 수평적인 것, 요컨대 뿌리가 없는 것이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이 수직적인 것을 동경하는 것이 의외로, 이런 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동물이다. 동물은 움직인다. 움직이는 이상, 움직이는 생리에 지배된다. 그에 비해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고 오직 하늘을 향해 자란다. 그 생장에 어울리는 만큼의 뿌리가 지탱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과 다르다. 그래서 인간은 나무를 보고 영원함을 상상한다.

물론 나무라고 하지만 죽음을 면할 수는 없다. 면할 수는 없지만, 나무와 인간은 일생의 거리가 너무 다르다. 인간은 오래 산다고 해도 고작 백년이지만, 캐나다에 수명이 삼천년이나 되는 세쿼이아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나무를 동경하고 나무를 공경하며 나무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무가 삼천년을 산다고 한들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이 언어를 획득한 대신 잃어버린 진정한 침묵을 가지고 있다. 이 침묵이야말로 우주의 침묵과 관련된다. 우리 언어를 가지는 인간은 이 침묵으로 스스로를 곰곰이 성찰해야만 한다. 다만 나무도 생물이기 때문에 생리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무의 생리란 생물적 측면에 더해 인간에 침묵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나무와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침묵과의 연관을 상실한 말은 깊이를 상실하고, 관용을 잃을 것이다. 또 관용을 잃는다면 사랑 또한 경조부박(輕佻浮薄)하여 껍질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밤의 벚나무 아래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나무와 함께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