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黃昏 ⓒ 혼다 히사시

숲 속에 감춰진 샘가의 바위를 찾아 길을 나선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비추는 햇빛을 맞으면서 걷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서걱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문득 그 소리가 나무의 언어 같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들려오는 새소리가 마치 나무들의 환희소리로 들린다. 그리고 그 소리가 음악의 장식음부 같다고 생각하면서 숲 속을 헤치고 들어간다.

그러자 주선율과 같은 물소리가 들려온다. 숲에 틀어박힌 바람소리가 통주저음(通奏低音)¹⁾ 처럼 들린다.
그리고 나는 숲이 연주하는 교향곡의 단 한 명의 청중이 된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들이 선회하고 있다. 그 궤적이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지휘하는 빛의 박자와 같다.

숲이 연주하는 교향곡은 숲이 완성되었을 때부터 연주되기 시작했으며, 숲이 있는 한 끝나지 않는 미완성 교향곡이다.
하루 하루 한 소절씩 써내려가서 숲이 없어질 때까지 연주는 계속된다.
그리고 그 교향곡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어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교향곡의 일부밖에 듣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끼가 나있는 쓰러진 나무를 밟고 넘어 무성한 양치류와 얼룩조릿대를 털어내며 샘가의 바위로 향한다. 그 바위는 태고부터의 침묵이 응축되어 완성된 큰 바위이다. 처음 그 바위를 보았을 때 그 거대함에 대해서가 아니라 침묵의 깊이 앞에서 말을 잃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숲이 나뭇잎의 바삭거림과 새들이 우는 소리에 차있어도 조용한 것은,

이 바위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 위에서 나무 잎 사이로 햇빛이 흔들리고 있다.
바위가 재잘거리는 듯하다.
나는 바위 위에 올라 하늘을 향해 누웠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러자 숲속에서 오래 전의 음악이 들려온다.
태고의 불과 물과 흙으로 만들어진 그리운 음악이다.
아직 사람이 나타나기 전의 풍부함에 차있다.
나는 바위의 재잘거림을 듬뿍 맛본 다음 다시 숲을 향해 걷는다. 낙엽이 떨어져 쌓인 좁은 길은 어느 사이엔가 내 안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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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通奏低音은 바로크음악에서 이루어지는 연주형태 중 하나이다. 저음부의 선율과 함께 즉흥적인 화음을 붙여서 반주하는 연주형태를 말한다. 이탈리아어인 Basso continuo를 번역한 말로, 반주악기가 끊임없이 연주를 계속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