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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영_종가이야기]송소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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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이야기
송소종택
(松巢宗宅)
글. 박장영
❙ 종택이 있는 곳
안동시내에서 와룡면 이하리로 이동한 후 이하리 마을 앞으로 난 길을 따라 800m 가면 좌측에 송소종택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 이정표를 따라 700m 가면 황새골 또는 이계라고 부르는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서 우측 산자락을 보면 고택이 한 채 보이는데 이 집이 바로 송소종택이다.
❙ 당호의 유래
이 집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송소 권우 선생의 종택으로 선생이 지었다고 전한다. 권우 선생은 자신의 아호를 당호로 삼았다. 송소는 ‘소나무의 새둥지’라는 뜻으로 1580년에 작은 집을 짓고 “송소”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를 보면 송소를 당호로 삼게 된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둥지가 작아도 흠은 가리고, 소나무 둘렸으니 그윽하구나. 구름 걸린 산언덕 고요하거니, 모를레라 봄이 오가는 것조차(巢小猶藏拙。松圍更幽哉。白雲山阿靜。不知春去來)”라고 읊조리며 소나무 울창한 골짜기에 작은 집을 짓고 은거 자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또는 종택이 있는 황새골이 소나무가 울창하고 경관이 빼어나 황새가 자주 깃들어서새들의 보금자리라는 의미로 당호를 송소로 삼았다는 설도 있다.
❙ 건축물의 배치와 규묘
이 종택은 경상북도 안동시 와룡면에 이계리에 있는 조선후기 문신 권우의 종택을 국가민속문화재 제203호로 지정되어 있다. 권우의 제택(第宅)이라 전하지만, 안대청 서쪽 대들보의 상량기명(上樑記銘)에는 1824년(순조 24) 개기(開基)라 하였으니 권우의 종손 종택(宗宅)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집이 전형적인 재사(齋舍)의 형식을 지녔음에도 뒷산에 사당(祠堂)을 지은 것은 이 집이 종가의 살림집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一자형 안채와 ㄷ자형 아래채가 아래위로 마주하며 튼ㅁ자형을 이루었으며, 동간(棟間)의 트인 부분은 담장을 쌓아 마감하였다. 안채의 길이는 5칸이고 너비는 2칸으로 동서 양쪽은 온돌방이고 가운데 6칸은 대청과 툇마루이다. 동온돌(東溫堗)은 방을 줄여서 한 칸 반으로 하고 반 칸의 전퇴(前退)를 두었다. 아래채도 길이가 5칸이며 여기에 고패로 두 칸 반이 더 있는 통집이다. 온돌방과 부엌·고방·마구간·대문 등을 갖추었으며, 그 배치형식이 역시 재사와 같다. 마구간이 대문 옆 외에 또 안마당에 한 칸 반이 드려진 것은 마구간이 안으로 가장 깊숙이 들어선 예가 될 것이다. 대문 왼쪽 2칸의 부엌에는 찬마루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들마루’ 좌(坐)가 있는데 이것도 드문 예에 속한다.
이러한 재사형 집을 종가로 사용하는 경우는 각별한 계기와 규범상의 문제를 수반할 것이라는 점에서 구명될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집에 『이계재사록(伊溪齋舍錄)』이 전래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종택이라 불리기 전에는 원명이 이계재사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이 집 아래 마을 가운데에는 이계서당이라는 액자가 걸린 종중(宗中)의 서당이 있는데, 원래 이계서숙(伊溪書塾)은 권대기(權大器)가 창건한 것이므로, 그 뒤로는 줄곧 지명이 이계라 관용되어 온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도 이계서당 창건 당시에는 그 정침(正寢)이 마을 가운데에 있었고, 지금의 종택인 재사는 1824년(순조 24)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마을에 있던 정침의 기능이 어느 시기에 끊겨 종택이 재사로 이동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집의 특색은 대청칸에도 모두 퇴주(退柱)를 세웠다는 점과 배치형식이 재사의 형식을 따랐다는 것이다. 창건 당시 이 건물의 용도가 주택 또는 재사이었는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흥미 있는 예라 하겠다. 사당은 3칸 규모의 집이다. 본채와 마찬가지로 남향을 하고 있다. 사당의 출입문은 동쪽 측면으로 나있고, 이 사당에 불천위인 송소 선생의 신주가 봉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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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인물
1) 권우(權宇, 1552~1590)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안동이고 자는 정보(定甫)이며 호는 송소(松巢)이다. 병절교위(秉節校尉) 권갑성(權甲成)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장사랑(將仕郞) 권엽(權燁)이고, 아버지는 생원 권대기(權大器)이며, 어머니는 훈도(訓導) 이제(李濟)의 딸이다. 이황(李滉)의 문인이다.
1573년(선조 6) 생원시에 합격한 뒤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성리학에 전심하여 학문으로 이름이 높았다. 1586년 경릉참봉(敬陵參奉)에 제수되었고, 1589년 왕자(뒤의 광해군)의 사부에 제수되었으나 이듬해에 졸하였다. 광해군이 즉위하자 스승인 권우의 옛 은혜에 보답하고자 좌승지를 추증하고 예관(禮官)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안동의 경광서원(鏡光書院)에 제향되었고, 저서로는『송소집(松巢集)』이 있다.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은 『송소집(松巢集)』의 발문에서 우리 무리의 영원한 스승이라는 표현으로 칭송하였다. 배위는 전주유씨이다.
송소 권우는 권익민(權益民), 권익정(權益丁), 권익신(權益臣), 권익린(權益隣), 권익겸(權益謙)의 다섯 명의 아들과 딸들을 두었다.
장자인 권익민은 자가 태초(太初)이고, 1573년에 출생하여 1598년에 타계하였다. 문장과 행의가 뛰어났고, 승의랑(承議郞)에 제수되었다. 배위는 영천이씨이다. 권우의 아들 중에는 권익린이 가장 현달하였다. 넷째 아들 권익린은 자가 인재(隣哉)이고, 호가 금곡(琴谷), 대명옹(大明翁)이라는 호를 임금으로부터 받았다. 1583년에 출생하였다. 여헌 장현광의 문인이고, 1616년(광해군 8) 34세에 생원이 되었다. 1636년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치욕을 당하자 태백산에 들어가 은거하였고, 인조가 여러 번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인조는 그 뜻을 알겠다고 하며 대명옹이라는 호를 내렸는데,명나라를 추모하는 노인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배위는 순흥안씨이다.
2) 권대기(權大器, 1523~1587)
권대기는 송소 권우의 부친이다. 자는 경수(景受), 호는 인재(忍齋)이다. 중훈대부 사헌부 집의로 추증되었고, 용계서원에 배향되었다. 1552년(명종 7) 사마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경전에 통달함으로 주위에 알려졌으나 문과에 세 번이나 떨어지자 과거를 그만두었다. 이황(李滉)의 제자로 일찍이 이황의 문하에서 위기지학(爲己之學)에 전념하였으며, 월천(月川) 조목(趙穆), 백담(栢潭) 구봉령(具鳳齡), 성재(惺齋) 금난수(琴蘭秀) 등과 계(稧)를 맺고 계절마다 산사에서 경사(經史)를 강론하였다.
또한 고향인 와룡면 이계(伊溪)에 거주하며 이계서당을 짓고 강학하였는데 평소 남에게 알려지기를 구하지 않았으나 많은 이들이 믿고 따라 문하에서 많은 선비들이 배출되었다. 당시 제자들의 명단인 「급문록(及門錄)」이 현재 초고 형태로 전한다. 현재 이계서당은 송소종택 앞에 있다. 문집인 『인재선생실기(忍齋先生集實記)』는 여러 차례의 병화를 겪고 맏아들 권우가 왕자사부로 재직 중 뜻을 펴지 못하고 39세로 세상을 떠나는 등 불행이 겹쳐 유문(遺文)을 거의 수습하지 못하여 현재 시 5편, 편지 2편만이 남았고 그 외는 부록이다.
권대기는 21대 권엽(權燁)의 아들로, 어머니는 인동장씨(仁同張氏) 장사랑(將仕郞) 장양필(張良弼)의 딸이다. 진성이씨(眞城李氏), 능성구씨(綾城具氏), 흥해배씨(興海裵氏)를 처로 두었고, 아들로 왕자사부(王子師傅) 권우(權宇), 영릉참봉(英陵參奉) 권굉(權宏), 생원 권성(權宬), 장릉참봉(章陵參奉) 권환(權寏)이 있다. 오천칠군자(烏川七君子)인 면진재(勉進齋) 금응훈(琴應壎)이 사위이다.
아버지 권엽은 1488년(성종 19)에 탄생하여 1580년(선조 13)에 타계하였는데 향년 93세였다. 참봉을 지냈고, 사후에 군자감정(軍資監正)으로 추증되었다. 배위는 인동장씨이며, 20대 권갑성(權甲成)의 둘째 아들이다. 권우의 가계 중 권갑성 이상 상계는 부정공파 종계로 수렴된다. 10대 부정공 권통의(權通義)가 이 계열의 파조이다.
❙ 전하는 이야기
황새골과 갓바우
예전에 이 마을은 광주안씨·안동권씨·광산김씨들이 각기 입촌하여 살면서 서로 오손도손 도와가며 형제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이 셋 성씨 중에 광주안씨는 황새골 중앙에 터를 잡고 살았는데, 이곳에 터를 잡은 후로 하루가 다르게 재산이 점점 불어나 다른 성씨들에 비해 아주 부유하게 살았다. 이들의 자식들 또한 부유한 환경 덕분에 학문에 전념할 수 있어 벼슬길에 오르는 등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렇게 되자 광주안씨 집에는 지나가는 과객은 물론이고 동냥하는 거지들까지 찾아오는 통에 항상 손님이 줄을 이었다. 찾아드는 손님이 끊이질 않으니 자연 그 집안 아낙네들은 매일 손님맞이로 손에 물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바빴고, 안씨댁 며느리는 일 년 열두 달 밀려드는 손님으로 심신이 몹시 지쳐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 안씨 댁으로 시주승이 찾아와 시주를 요청했다.
순간 며느리는 이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하고자 시주승을 안으로 모셨다. 며느리는 스님을 대접하고, 시주를 많이 하겠으니 자기의 고민을 들어달라며 고충을 이야기했다. 며느리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스님은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집 건너편 산에 있는 갓바우의 갓을 내리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며 해결 방법을 일러 주고 떠났다.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어느 날 밤 마을사람들 몰래 갓바우로 가 갓을 골짜기 아래로 굴려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편하게 살 수 있겠거니 하며 잠을 청했다. 그러나 며느리가 이렇게 갓바우의 갓을 굴린 후로 안씨 집안의 가세는 점점 기울어졌을 뿐만 아니라 자식들도 벼슬을 잃고 마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집안으로 구름같이 몰려들던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어지더니 급기야 집안이 망하여 이곳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이 갓바우 때문이라고 여겨 괭이와 큰 망치를 가지고 갓바우로 달려가서 괭이로 바위를 내리쳤다. 순간 천둥 번개가 치면서 바위를 내리친 사람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갓바우가 신령한 바위임을 깨닫고, 골짜기에 버렸던 갓바우를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고 사죄하는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