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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영_종가이야기]탁청정 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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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 이야기
탁청정 종택
글. 박장영
종택이 있는 곳
이 종택은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에 있다.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도산서원 방향으로 18km 정도 가다 보면 오른쪽 산자락에 고가들이 장대하게 펼쳐진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곳이 근래에 조성된 광산김씨 오천유적지가 있는 군자마을 이다.
이 마을은 광산김씨 예안파의 600년 숨결을 간직한 곳으로 원래 지금보다 약 2km 아래에 있었는데 1974년 안동댐건설로 인해 수몰되었다. 그래서 이 마을에 있었던 종택 ․ 묘우 ․ 정자 ․ 강당 등의 중요건물들만 집단 이건하였다.
광산김씨 정착과정
예안읍지(禮安邑誌)인 선성지(宣城誌)에 광산김씨가 오천마을에 정착하는 과정이 잘 기록되어 있다.
"오천은 현 남쪽 7리에 있다. 녹전산(祿轉山)이 서쪽으로부터 내려와 구불구불하게 다시 솟아 금학봉(金鶴峯)이 되었고, 또 동쪽으로 달려서 높이 우뚝한 것은 산남봉(山南峯)이다. 이 봉우리가 마을에 주봉이다. 동쪽으로 어탄산(魚呑山)을 마주보고 있으며 방잠산(方岑山)이 서남쪽으로 빙 둘러 있고, 그 중간을 사계(沙溪)가 안동부 북쪽 세현(細峴)으로부터 예안현 경계에 이르러 정곡수(井谷水)와 함께 합쳐져서 콸콸 흘러 칠곡(七曲)을 이룬다. 예부터 전해오기를, ‘시내 좌우측에는 초목이 아주 무성하여 항상 나무꾼과 목동들이 왕래하였으며, 고려 말에 황재(黃載)라는 사람이 동구 밖 들판에 살았다’고 한다. 광산후인(光山後人) 김효지(金孝之)가 안동 풍산으로부터 황재(黃載)의 사위가 되어 이 마을에 살게 되었는데, 황재는 고려 때의 효자이다. 이 사적은 국사 및 여지승람에 실려 있다. 김효지는 아들이 없어 조카인 김간(金澗)을 입후하였는데 그 역시 아들이 없어서 종손자인 생원 김효로(金孝盧)로써 시양(侍養)하게 하여 그로인해 예안 고을 사람이 되어 그 후손이 잇달아 그곳에 살았다.”
군자리로 부르게 된 연유
조선조 중종, 안동부사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이 오천 마을을 방문하여 둘러보고 “한집안 식구도 다 착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오천 마을 주민들은 모두가 군자(君子) 아닌 사람이 없구나.” 하고 감탄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 오천리를 군자리로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학문과 인품이 뛰어난 일곱 사람의 인재를 오천칠군자라고 불렀는데 바로 후조당(後彫堂) 김부필(金富弼), 읍청정(挹淸亭) 김부의(金富儀), 산남(山南) 김부인(金富仁), 양정당(養正堂) 김부신(金富信), 설월당(雪月堂) 김부륜(金富倫), 봉화금씨의 일휴당(日休堂) 금응협(琴應夾), 면진재(勉進齋) 금응훈(琴應壎) 등으로 이들은 모두 김효로(金孝盧) 공의 친손이나 외손들이다.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이 종택은 탁청정(濯淸亭) 김유(金綏) 공이 1541년(중종 36)에 최초로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문화재 제272호로 지정되어 있다.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인해 기존 위치에서 2㎞ 떨어진 외곽 산 중턱인 지금의 위치로 옮겨 세웠다. 종택의 좌향(坐向)은 달라졌지만 기존 배치를 따라 건물의 형식은 원형과 동일한 형태로 이건되었다.
건물의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좌·우익사가 연결된 안동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ㅁ’자형 평면의 전형적 배치를 보여주며, 조선 중기 안동지방 사대부들의 생활상과 건축에 대한 의식이 잘 반영되어 있는 유서 깊은 종가이다.
몸채는 총 22칸의 ㅁ자집으로 정침은 4칸이며 문간채는 6칸이어서 양쪽으로 각 1칸씩 돌출되어 전체의 칸수 구성이 정침 4칸, 양측면 각 5칸, 문간채 6칸으로, 4·5·6칸의 구성비를 나타내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기둥은 모두 모기둥이고, 도리는 납도리이며 대들보 위에 각주대공(角柱臺工)을 얹고 그 위에 모두 3량(三樑)을 얹은 간략한 구성을 하고 있다.
탁청정은 몸채에 딸린 정자로서 정면 3칸, 측면 2칸 겹처마 팔작지붕의 누정 양식으로, 측면의 칸 사이를 정면보다 각각 60㎝씩 길게 잡아서 평면 전체가 거의 정방형에 가까운 인상을 주고 있다. 정면과 측면 마루에는 계자각난간(鷄子脚欄干)을 돌리고, 가구는 주심포계(柱心包系)의 2익공(二翼工) 받침에 외목도리를 짜 올려 처마를 이중으로 하였다. 이 정자는 국가민속문화재 제226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운잡방(需雲雜方)
수운잡방은 조선조 중종 1540년경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의 광산 김씨 예안파인 김유 공이 저술 한 것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한문필사본 조리서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고려말기에서 조선전기에 걸친 한 시대의 음식법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며, 술 빚기 59항목을 비롯하여 장류 10여 항목, 김치 14항목, 식초류 6항목, 채소저장하기 2항목, 파종 5항목 등 상편에 86항목, 하편에 35항목으로 총 121항목이 기술되어져 있다.
수운잡방은 당시의 생활사와 함께 사회사, 경제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큰 가치가 있다.
유적지
가. 읍청정(挹淸亭)
이 건물은 조선 중기의 학자인 읍청정 김부의(金富儀, 1525~1582) 공이 지은 정자로 읍청정은 공의 호이자 정자 이름이다. 읍청정이란 청량산을 바라보며 마음의 티끌을 씻어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정자는 수몰되기 전에 원래 마을의 안산 기슭에 있을 때 청량산을 향해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청량산을 향해 읍(挹)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읍청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이 정자에는 퇴계 선생이 친필로 쓴 편액과 함께 선생이 지은 金愼仲挹淸亭十二詠(김신중읍청정십이영)이라는 시판이 걸려있다.
이 정자의 건물은 정면 4칸, 측면 1칸 반의 겹처마 팔작기와지붕이다. 마루 2칸이 가운데 있고 그 좌우에 1칸과 1칸 반의 온돌방을 꾸몄으며, 좌측 방과 마루 앞에는 툇마루가 있다. 정자마루는 우물마루를 깔고 연등천장이며 전면에 사분합문을 달아 필요시 개방하도록 되어 있다.
나. 후조당(後彫堂)
이 건물은 광산김씨 예안파 종택에 딸린 별당이다. 후조당 김부필(金富弼, 1516~1577) 공이 창건한 이 건물은 국가민속문화재 제227호로 지정되어있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一자형 집의 동쪽 모서리에 정면 1칸 측면 2칸의 방과 마루를 지닌 ㄱ 자형 집인데 6칸 대청을 가진 대별당이다. 대청은 6칸인데 동쪽으로 2칸의 온돌방이 있으며 연이어 앞으로 돌출한 마루 1칸과 온돌방 1칸이 있어 독립된 별당으로서 이와 같은 구조는 이 지방에서 흔치 않는 양식이다.
다. 침락정(枕洛亭)
이 건물은 매원(梅園) 김광계(金光繼, 1580∼1646) 공이 세운 정자로 집 이름은 ‘정(亭)’이지만 일종의 강당 건물로 공은 이곳에서 학문을 강론하고 시회를 열기도 했다. 대청 뒤쪽 벽에 운암정사(雲巖精舍)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침락정은 정면 4칸, 측면 2칸으로 잡석기단 위에 방형의 추석과 기둥을 세웠다. 중앙의 2칸 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2칸 온돌방이 배치된 건물이다. 마루에는 판문을 달아 외부와 구분하였다. 건축양식은 납도리 5량가구에 팔작지붕을 가진 매우 건실하면서도 소박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라. 설월당(雪月堂)
이 건물은 설월당 김부륜(金富倫, 1531∼1598) 공이 낙동강가인 오천에서 학문과 후진양성을 위하여 건립한 정자이다. 건립 후 퇴락하자 1930년경에 중수한 이 정자는 정면 4칸, 측면 1칸 반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중앙을 2칸 마루로 꾸미고 좌측에는 1칸 온돌방을, 우측에는 1칸 반의 온돌방을 배치하였다. 전면 3칸에는 반 칸의 마루를 꾸미고 계자난간을 달았다. 견치석을 높게 쌓아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덤벙주초(둥글넓적한 자연석을 다듬지 아니하고 놓은 주춧돌)를 놓고 기둥을 세웠는데 기단이 높아 건물이 누각(樓閣)으로 느껴진다. 전면의 사주문을 통해 출입하도록 하였다.
마. 양정당(養正堂)
이 건물은 조선 중기 학자인 양정당 김부신(金富信, 1523~1566) 공이 건립한 정자이다. 이 정자는 정면 4칸, 측면 1칸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가운데 2칸은 마루이고 좌우에는 온돌방을 둔 형태로 마루의 전면에는 외부와의 차단을 위하여 분합문을 만들었으며 전면과 좌우측면에는 짧은 툇마루를 만들고 계자난간을 돌렸다.
바. 낙운정(洛雲亭)
이 건물은 탁청정 김유의 아들 산남(山南) 김부인(金富仁, 1512~1584) 공의 정자로 산남정이라 불리기도 하며, 내부에는 초서로 된 낙운정기가 게판 되어 있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잘 정리된 기단위에 둥글게 다듬은 자연석 주초를 두고 그 위에 원주를 올렸다. 중앙 2칸에 온돌방을, 좌우에 마루를 꾸몄으며 전면에는 퇴를 내어 마루로 꾸미고 계자난간을 돌렸다.
사. 계암정(溪巖亭)
최근에 건립된 계암정은 설월당 김부륜 공의 아들인 계암(溪巖) 김령(金坽, 1577∼1641) 공의 정자이다. 높은 2단의 축대를 쌓아 그 위 높다랗게 지어놓은 계암정의 당당한 모습은 생전의 김령공처럼 지조 있고 절개를 지킨 곧은 선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아. 숭원각(崇遠閣)
유물전시관인 숭원각에는 세칭 오천칠군자(烏川七君子)를 비롯하여 이 가문출신의 인물들이 남긴 고서, 문집류, 교지, 호적, 토지문서, 노비문서, 분재문서, 각종 서간문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 고문서 7종 429점과 전적 13종 61점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관련인물
가. 농수 김효로(聾叟 金孝盧, 1455∼1534)
김효로 선생은 조선 전기의 학자이며 광산김씨 예안파의 입향조이다. 자는 순경(舜卿), 호는 농수(聾叟) 또는 춘포(春圃)이며, 생원시에 합격하였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과거를 단념하고 학문과 조용한 삶을 즐겼다.
설월당 김부륜 7대 주손인 김시찬(金是瓚)의 저서로 광산김씨 오천파의 인물들의 간략한 전기와 저술을 정리한 『오천고가세적(烏川古家世蹟)』에 의하면 ‘선생은 생원이 된 뒤에 전원에 은거하였는데, 일찍이 태도와 행실이 우뚝하고, 명성과 덕망이 높아서 고을 사람들의 천거를 받아 이름이 세상에 드러나려고 할 때 기묘사화가 일어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한다.
퇴계선생이 지은 김효로 공의 묘갈명에 의하면 ‘과거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깨끗하고 바른 품행으로 남의 가르침을 직접 받지 않고 스스로 학문을 닦으며, 정성을 다하여 공경한 마음으로 제사를 받들고,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우애로 자손을 가르쳤다. 태도와 행실이 높고 뛰어났다.’라고 하였다. 후에 이조참판에 추증되었다.
그 후 유림에서는 사당을 세우고 퇴계 선생의 조부인 이계양 공과 김효로 공의 위패를 모셨으며 사당 이름을 향현사(鄕賢祠)라 하였다. 이는 이 고을에 자리 잡은 두 명망 있는 가문의 조상으로서 그 자손 중에 어질고 총명한 사람을 많이 배출하였기 때문이다.
탁청정 김유(濯淸亭 金綏, 1481~1552)
공의 본관은 광산이고, 자는 유지(綏之)이며 호는 탁청정(濯淸亭)이다. 아버지는 광산김씨 예안 입향조인 농수(聾叟) 김효로 공이다. 아들로 오천칠군자(烏川七君子)로 불리는 김부인(金富仁), 김부신(金富信), 김부륜(金富倫)을 두었다.
김유 공은 일찍이 종고모부인 김만균(金萬鈞)에게 양육되는 과정에서 청렴하면서도 강직한 인품을 형성하였다. 이 때문에 김유는 거지와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성의를 다해 대했지만 옳지 못한 사람을 보면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올곧았다. 1525년(중종 20) 생원시에 합격하였으며, 성품이 호방하고 의협심이 강해 무예에 흥미를 보여 무과에까지 응시하였으나 급제하지 못하였다.
이후 과거를 포기하고 집 근처에 탁청정을 짓고 예안 고을을 지나는 나그네를 정중하게 대접하였다고 한다. 또한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를 기쁘게 해 드리는 일에도 정성을 다하였다. 『선성지(宣城誌)』에 의하면 퇴계 이황(李滉)이 그를 두고 “타고난 재질은 빼어났는데 시골에서 헛되이 늙어 가니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하였다.
전하는 이야기
가. 탁청정
이 정자는 1541년에 지어졌으며 정자의 공포가 고급스럽고 오래된 형태이며, 영남지방에서 개인의 정자로는 그 구도가 가장 웅장하고 우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퇴계 선생은 낙성연에 초대되어 강을 건너 오천(외내)로 가는 길에 정자를 보고 "선비의 집이 너무 호사스럽다'고 하여 오르기를 꺼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정자에는 많은 선비들이 찾는 안동의 명소였음으로 그 손님들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큰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김유 선생이 남긴 조선 최고의 요리서『수운잡방(需雲雜方)』이 마을에 전해진다.
나. 탁청정 현판 글씨
탁청정 정자의 편액글씨와 관련하여 전해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광산김씨 집안에서 이 정자의 편액글씨를 받기 위해서 한호(韓濩, 호는 석봉(石峯), 1543∼1605)를 초청했다. 군자리에 온 한호는 정자를 둘러보고 난 후 글씨를 쓰지 않은 빈 편액을 걸어두라고 했다.
한호는 양손에 붓과 벼루를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직접 현판에 글씨를 썼다. 어떠한 상황이든 글씨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한호는 붓에 먹을 적신 뒤 ‘탁(濯)’자를 쓰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집안의 한 어른이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시건방지다고 생각하여 심사가 뒤틀렸다. 시골선비의 자존심이 상했던지라 한호가 서 있던 사다리를 발로 걷어찼다. ‘탁’자 중 삼수변의 두 번째 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호는 워낙 강한 힘으로 점을 찍었으므로 그 힘으로 버티며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정자의 현판을 보면 씻을 탁(濯)자의 두 번째 점이 크다. 남달랐던 한호의 필력에 관한 일화가 전해지는 만큼 탁청정의 편액을 보면 한호 선생의 간결하고 힘 있는 필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