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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울진장
강병철(cultureline@naver.com) 2017-01-16

강병철

진눈깨비처럼 날리는 눈발을 뚫고 영주서 울진으로 가는 도로를 달리다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한 고개를 앞두고 불영사계곡의 국도로 넘어간다.

이곳은 동해 해산물을 내륙으로 연결해 주는 십이령(바릿재-샛재-너삼발재-저진터재-새넓재-큰넓재-고채비재-맷재-배나들재-노루재) 보부상들이 다닌 그 길 중 하나이다. 스쳐 지나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장터 입구의 모습 ❙

❙ 울진장1-건어물가게 조규도사장, 찾아온 상인에게 회의 운영과 봉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30일 살다가 내려가리라 마음먹었던 곳에서 30년을 살았다는 대구인근 하양 출신인 울진장상인회 부회장 조규도(58)사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회상에 젖어 들어간다. 한 평반 남짓 되는 가게 앞에서 좌판을 펼치고 박수치고 호객행위 하는 일명 다다구리를 처음 시행한 젊은이였었단다. 지금은 의젓한 건어물집 사장으로 장의 발전을 위하고 상인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을 서는 것이 그때는 개인을 위한 것이었고 지금은 전부를 위한 다다구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자 좌판의 황씨아저씨, 웃는 모습이 매력 있는 분이다. ❙

❙꼼꼼히 셈을 치르는 할머니, 장터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지만 늘 애잔하다. ❙

건어물과 농산물을 파는 곳에서 장터를 가로지르니 뒤편에는 문어와 황복어 등 해산물과 먹거리를 파는 곳으로 가득해 장의 큰 규모에 놀란다. 황가(71)라고 불러 달라는 과자 파는 어르신은 점포와 노점을 다 해보았는데 점포는 손님을 받고 노점은 손님을 따라가니 장단점이 있다고 웃음을 보인다. 자식농사 다지어 놓았으니 여한이 없다며 더 크게 웃는 모습에 손님을 불러 모으니 두 가지의 장점이 다 있나보다.

❙ 재래 방법으로 통닭을 박리다매로 파는 강씨가게 ❙

치과 기공사에서 4년 경험의 통닭 파는 아저씨로 변신한 강씨(36)는 젊음이 패기인가 보다. 장래를 고민하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장에 나왔는데 건강이 받쳐주고 내 일을 하니 좋다고 웃는다. 전국을 휩쓰는 조류독감인 AI로 인해 피해가 있지만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이겨나간다고 한다. 부부가 같이 일하니 더 좋아 보인다.

❙비가림막을 설치한 장터모습 ❙ ❙ 좌판의 할머니들 ❙

선어를 파는 곳에서는 딸 바보이기를 자처하는 노호성(48)사장을 만났다. 예원예술대 뮤지컬학과에 다니는 딸과 함께 연신 웃음을 감추지 않아 눈길을 끈다.

❙ 가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노호성 부녀 ❙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가?" 를 물었더니

"방학이라 내려와 놀러도 안가고 저렇게 같이 있어주니 안 좋을 수가 있는가요?"

하며 반문한다.

지금은 가업으로 물려받았지만 예전엔 운동을 좋아해 전국으로 돌면서 테니스하러 다녔다고 한다. 이야기 하는 중에도 좌판의 선어 파는 할머니가 와 선어 값을 치르며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점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쟁이랄 수도 있는 가게 앞 좌판에도 물건을 나누어 주나보다. 주변지인들의 도움으로 이만큼 꾸려 왔다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울진 돌 문어 ❙

❙셈하는 모습의 손을 찍었다. 바빠서는 아니고 장갑을 낀 상태는 늘이란 표현이 맞을 듯하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 식당을 찾지만 만원이다. 인근각지에서 장을 보러 찾아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겨우 자리를 만들어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선 일어선다. 분위기 좋고 맛도 있었지만 뒷사람을 생각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 국수집 ❙

❙국수로부터 따뜻한 김이 올라와 추위를 녹여준다.❙

가다가 경치 좋은 불영사계곡에서 아까 미리사둔 재래통닭이나 뜯어야겠다.

술이 없는데 우짜노......ㅎ

❙바닷가 장터에 걸맞게 새로운 어시장 건물 ❙

글쓴이 : 강병두: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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