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장영_종가이야기]대산종택
- 박장영(cultureline@naver.com)
대산종택
박장영
❙종택이 있는 곳
한산이씨 대산종택은 안동에서 5번 국도를 따라 대구 방면으로 15㎞ 정도 가면 고운사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는데 바로 이 마을에 있다. 이 마을은 안동시 망호리로 예전에 소호리라고 했는데 이 종택은 망호리 마을 안쪽에 서향하고 있으며, 나지막한 마을의 지붕 속에 큰 기와집의 형태가 큰 도로에서도 볼 수 있어 마을의 운치를 돋우고 있다. 한산이씨 대산종택 (韓山李氏大山宗宅)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08호로 지정되어 있다.
❙당호의 유래
한산이씨 문중에서는 후손의 교육을 위해 마을 뒤 대석산(大夕山) 절벽 아래에 서실을 지었다. 관직에서 물러난 대산 이상정(李象靖, 1711~1781) 선생은 이 서실을 대산서당이라고 명명하고 학문에 잠심하며 후진 양성에 전력하였다. 그 결과 문인록에 오른 제자만 273명이나 되며 조선 후기 영남학파의 대표적 거유로 평가 받고 있어서 소퇴계라고도 한다.
선생은 마을 뒤 대석산에서 대산을 취하여 서당이름으로 짓고, 아울러 선생의 아호도 대산으로 했다.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이 종택은 대산 이상정 선생이 사랑채에서 태어났을 때 큰 집이 있었으나 일제 때 집을 3년 정도 비워두었기 때문에 너무 퇴락하여 더 이상 유지가 곤란하였다. 그 후 대산 선생의 8대손인 이용원(李龍遠, 1915∼1959) 공이 17세 때 결혼하고 3∼4년 뒤에 전보다 규모를 조금 줄여 새로 건립하였다고 한다.
이 종택은 넓은 마당을 앞에 두고 뒤쪽에 안채를 배치하였으며, 안채 우측에 방형의 담을 둘러 사당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종가의 면모를 갖추었다.
정침은 정면 5칸․ 측면 5칸의 완전 ㅁ자형으로 정면의 가운데 칸에 중문간을 두고 그 우측에는 사랑방 2칸통을, 좌측에는 광 2칸을 배열하였다. 사랑공간은 정면에 툇마루를 앞마당 쪽으로 돌출되게 시설하고 지붕을 다른 공간보다 높은 팔작지붕을 얹어 사랑공간의 위용을 드러내게 하였다. 사랑공간에 사랑대청을 두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인데, 이 집은 툇마루를 넓게 하여 대신하도록 했다. 툇마루 전면에는 계자각 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우측으로는 쪽마루가 시설되어 있다.
안채는 중문간을 들어서면 안마당 건너에 안방과 대청이 바라보인다. 안방 좌측에는 1칸 식방과 1.5칸 부엌이 그리고 1칸 창고와 반 칸 통래간이 뻗어 좌익사를, 안대청 우측에는 중 사랑방 1칸과 빈소방 2칸 그리고 통래간 1칸이 연이어져 우익사를 이루고 있다. 중 사랑방은 태실이라 부르며, 빈소방은 제례 때 사용하는 방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 부분이 여성공간으로 사용되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주목된다. 그리고 안채의 배면과 우익사 주위에 동선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쪽마루를 비교적 많이 깔아 놓았다.
이 집은 정면의 중문간 외에 우측면에도 출입문을 두었는데 문얼굴이 우측면의 것이 훨씬 크고 높아 이곳이 주출입구임을 알 수 있으며 현재도 주로 이문을 이용하고 있다. 1900년대 이후부터 주충입구가 측면으로 옮겨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 집은 이전 시기의 중문간 수법을 준용한 과도기적 유형에 속한다.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박공지붕 집이다.
이 종택은 1930년대의 근대기에 건립하였지만 이전의 전통한옥에 충실한 집으로 안채와 사랑채의 평면 구성이 이채롭다.
❙관련인물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 1711∼1781) 선생은 조선 후기의 학자로 본관은 한산(韓山)이다. 선생은 영조 11년(1735)에 사마시를 거쳐 증광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평소 학문에서 닦은 바를 실제에 옮겼고 한편 실제의 경험은 그 학문에 보탬이 되기도 했으나 오로지 진리 탐구에 정진하고자 했다. 마을의 문중에서 자제들의 교육을 위해 마을 뒤 대석산 절벽 아래 서실을 지었는데 대산 선생이 돌아와서 대산서당이라 하고 학문에 잠심하여 후진을 양성했다.
대산 선생은 수은 이홍조(李弘祚, 1595~1660) 공의 현손이고 밀암 이재 공의 외손이다. 선생은 밀암 공의 문인으로 퇴계 선생의 학문을 강명하여 유림종사(儒林宗師)가 되었다. 고종조에 이조판서에 추증되었고 시호는 문경(文敬)이며 고산서원에
❙전하는 이야기
1) 안동팔경 한시(漢詩)
안동팔경은 그 대상이 다양하게 구전되고 있다. 우리 안동에는 예부터 안동팔경이라고 부리는 곳이 있으니 이름하여 선어모범(仙魚暮帆 - 선어대 저문 날의 돛단배), 귀래조운(歸來朝雲 - 귀래정의 아침 구름), 서악만종(西岳晩鐘 - 서악사의 저녁 종소리), 임청고탑(臨淸古塔 - 임청각과 오래된 전탑), 학가귀운(鶴駕歸雲 - 학가산으로 몰려드는 구름), 연미세우(燕尾細雨 - 제비원에 내리는 이슬비), 도산명월(陶山明月 - 도산서원의 밝은 달), 하회청풍(河回淸風 - 하회마을의 맑은 바람) 등이다.
고산서원(高山書院)이 소장하고 있는 『와혈(窩穴, 이완규 지음)』에 수록된 ‘안동팔경가(安東八景歌)’ 한시가 이상정 선생이 지은 것으로 전하는데 아래와 같다.
仙漁臺下銀魚肥(선어대하은어비) 선어대 아래에 은어들은 살쪘고
歸來亭上白雲遊(귀래정상백운유) 귀래정 위에는 흰구름 노니는데
西岳寺樓前日樂(서악사루전일락) 서악사 누 위에서 즐거웠던 지난날
臨淸閣軒古時愁(임청각헌고시수) 임청각 마루에서 옛 시름 겨워하네.
鶴駕山影照三郡(학가산영조삼군) 학가산 그늘은 세 고을에 드리우고
燕尾園名傳萬秋(연미원명전만추) 연미원 이름은 만세에 이어지니
西厓祠前松竹綠(서애사전송죽록) 하회마을 앞에는 송죽이 푸르고
退溪門下洛江流(퇴계문하낙동류) 도산서원 아래는 낙동강이 흐르누나.
2) 대산 태몽 이야기
대산 선생 조부 때 이야기이다.
석양 무렵에 한 나그네가 찾아와서 하루 묵기를 청한다. 그래서 조부께서는 길손을 사랑방으로 안내하고, 며느리에게 저녁상을 준비하도록 한다. 며느리가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여 저녁상을 들였다. 그런데 저녁상을 받은 과객은 음식을 먹지 않고 상을 윗목으로 옮겨 놓고 있었다. 시장할 텐데 저녁을 먹지 않고 있으니까 조부께서는 과객에게 “ 왜 식사를 안 하느냐?” 고 묻자 과객은 머뭇거리다가 “실은 오늘이 부친 제삿날입니다. 먼 길을 떠돌다 보니 제사를 모실 형편이 못 돼서, 자정이 되면 이 밥상으로 제사를 모시고 먹으려고 합니다.” 고 했다.
조부께서는 “그런 곡절이 있었군요. 식기 전에 어서 식사를 하시오. 제사상은 다시 보아 드리겠소이다.” 고 했다.
과객은 극구 사양했으나, 조부께서는 “제사를 그렇게 허술하게 모셔서야 되겠소이까? 제사상을 따로 준비할 것이니 식사를 빨리 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조부께서는 며느리를 불러 사정을 이야기한 뒤 제사상을 따로 준비하라고 했다. 며느리는 전혀 귀찮아하는 기색도 없이 흔쾌히 제사상을 정성껏 마련하자 조부께서 옆에서 과객을 도와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그날 밤 며느리의 꿈속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오늘 당신이 차려준 음식을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흰 구슬 두개를 주기에 치마폭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 후 태기가 있던 며느리가 낳은 아들이 바로 대산 선생이라고 한다.
3) 큰집을 대산에게 주다
수은 이홍조 선생은 1646년 당쟁으로 세상이 들끓자 사직하고 노자로 쌀 두어 말을 가지고 안동부 일직현 소호리(蘇湖里)에 와서 현재 수은종택 자리에 집을 짓고 유유자적하며 지냈다.
지금 이 마을에는 소씨가 살지 않지만 예전에는 소씨가 많이 살았다. 소호(蘇湖)는 소씨의 호수를 뜻하는 말로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소씨가 이 연못에 집을 짓고 살려고 했으나 집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대산 선생의 생부인 관가당 이태화(觀稼堂 李泰和, 16760-1748) 공이 잠을 자는데 한 백발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소씨가 상량도 안 되는 집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사서 집을 지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꿈에서 깬 관가당은 그 터를 사서 연못을 메우고 집을 지으니 지금의 대산종택이다. 이 집은 대산 이상정 선생이 태어난 집이나 대산 선생의 큰 집이다. 훗날 대산 선생이 큰 인물이 되자 이 집을 대산 선생에게 물려주고, 큰 집인 수은종택은 현재 자리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