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김현주_파리 통신]유럽 문화유산의 날 소식
- 김현주
유럽 문화유산의 날 소식
9월 세 번째 주말인 지난 9월 19일-20일 양일간에 걸쳐 제 26회 유럽 문화 유산의 날이 열렸다. 현재 유럽 49개국이 참가하고 있으며, 해마다 개최되는 본 행사 기간 중에는 관객들이 문화 유적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1984년 자끄 랑 당시 문화부장관이 제안하여 시작된 본 행사는 2008년의 본 행사 기간 중에 프랑스 전역에 걸쳐 1만 5천군데 문화 유적지가 무료 개방되었으며, 1천 2백만 명의 관객들이 방문하는 등 관객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기로 손꼽히는 문화행사이다. 올해에도 파리 도심을 비롯하여 전국에 있는 박물관, 성, 성당 등 문화 유적지를 작년과 비슷한 숫자의 관객들이 관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본 행사의 취지는 문화 향유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자는 문화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 정책은 "인류가 남긴 주요 작품들을 최대한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문화재를 최대한으로 많은 관객들이 누리도록 하자"라는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 1901-1976)가 문화부 장관을 지내던 당시 밝힌 문화정책의 방향을 현재까지 고수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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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에는 본 행사의 테마는 ‘만인이 접근할 수 있는 문화재’로서 문화재 향유에서 특히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들과 도시 빈민소외계층을 중점적으로 배려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시각, 청각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이 문화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안건은, 2005년 2월 11일 에 정해진 장애인 관련 법령의 구체적인 시행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도시 빈민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재 향유는 주로 대도시 외곽지역의 사회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계층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이 문화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또한 문화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본 기사에서는 프랑스 문화 유적지의 하나로 본 행사에 맞춰 프랑스에서 가장 큰 왕궁이자 일찍이 나폴레옹이 좋아했던 퐁텐블로 성(Château de Fontainebleau)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파리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동남쪽으로 가다 보면 파리의 복잡한 경관과 전혀 다르게 드넓고 여유로운 퐁텐블로 숲과 성이 펼쳐진다. 퐁텐블로 성은 12-15세기에 걸쳐 프랑스와1세부터 루이16세에 이르기까지, 7대에 걸쳐 왕이 증축 및 개축을 했던 덕분에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보이고 있는 문화 유적지이다. |
[퐁텐블로 성]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베르사이유 궁전과 달리 퐁텐블로 성의 외관은 상당히 소박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궁 안으로 들어가면 소박한 외관과는 달리, 황녀의 침실이나 나폴레옹의 유물 등, 왕족과 귀족들의 화려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밖에도 바르비종파의 초기 퐁텐블로 화가들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퐁텐블로 성의 실내]
성 뒤편으로 가면 커다란 연못의 주변에서 담소를 즐기거나, 드넓은 정원에서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면적이 13㎢에 이르는 퐁텐블로 성의 정원에는, 영국식과 프랑스 정원 양식이 혼재되어 있어 두 양식의 특성을 한 눈에 만끽할 수 있다.
[퐁텐블로 성 뒤편에 있는 정원]
한편, 성 주변에는 약 2만 5천 ha에 이르는 광활한 퐁텐블로 숲이 있는데, 이곳에서 역대 왕들은 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성의 정원과 드넓은 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바르비종 파 화가의 한 폭의 그림 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 든다.
[퐁텐블로 숲 쪽에서 바라본 퐁텐블로 성 전경]
- 글쓴이 : 김현주
-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한용운, 윤동주, 박목월 등의 시를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프랑스에서 출판하였으며, 프랑스의 서적을 한국에 번역하여 소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번역 출판된 책으로는 논어와 성서 비교서가 있다. 파리제3대학(소르본느 누벨)대학에서 번역학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