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풍양장
- 강병철(cultureline@naver.com)
풍양장
강병철
.jpg)
.jpg)
안동서 예천군을 지나 개포면을 거쳐 가던가, 지보면을 거쳐 가면 풍양면이 나온다. 예부터 전해오는 우스갯소리가 하나있는데 풍양, 지보, 개포 이 세 곳의 면단위 이름을 거꾸로 부르며 음담패설을 늘어놓고는 했단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는 분들은 이걸 지면에서 알려줄 수도 없고 하니 조용히 연락하시길 바란다.
풍양은 인근에서 보기 드물게 문전옥답이 펼쳐져 있어 부자마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용궁장을 다녔다고 하니 풍양장이 선 것이 오래지 않은 모양이다. 정류장을 지나 초입에 자리한 노점 옷가게에 들렀다. 대구 신암동 출신이라는 김정식씨(78)는 지적공사를 나와 심심해서 장터를 다닌단다. 필자의 고향이 신암동이라 잠시 고향이야기에 빠졌다.
.jpg)
장을 돌아 봐도 여느 장과 비슷한 느낌이고 비를 즐기는 편이라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잠시 지나지 않아 들리는 말에 반색하며 고개를 돌린다.
‘사돈! 장에 왔니껴?’
‘내가 늘그막에 이렇다. 잘 지내지요?’
.jpg)
고만고만한 폼새의 할매가 서로 만나 회포를 푼다. 또 길을 재촉하니 식용기름깡통을 이용해 군불을 쬐는 장꾼들이 있어 끼어든다. 서로 오가는 말 중에 추운데 한잔 할까? 말까? 자로 재는 시간이 흘러간다. 아마도 성질 급한 사람이 먼저 한잔을 사야 할 뜻 싶다. 한눈에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할배는 장갑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누군가 안부를 묻는다.
‘춥지?’
‘춥기는 뭐! 좀 떨래글치...’
가만 생각하니 웃긴다. 속으로 피식 웃고는 마는데 지나는 한사람이 손을 내밀어 불에 쬐며 앞에 자리한 문 닫긴 풍양양조장 사장을 찾는다.
.jpg)
‘사장 어데 갔는고?’
‘몰라!...미국 갔는지 아까치매 차타고 가데...’
‘미국? 먼데 갔네...기다리면 올라나?’
.jpg)
가만 들으니 이게 진짜 말인지 농인지 헷갈린다. 하도 진지한 두 분의 대화라 끼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고 있다. 그때 지나는 장꾼 할매에게 말을 던지는 분이 있었다.
‘추운데 여와 불이나 쬐소?’
‘내가 막걸리 팔일 있나! 아까부터 와 자꾸 가까이 오라카노? 울 영감한테도 가까이 안 가는데...’
.jpg)
이래저래 웃지도 못하겠다. 잘 아는 사이라 허물이 없나보다. 자리를 옮겨 만난 고재석, 홍태숙부부는 옷가게와 농사를 번갈아가며 한다. 대구서 정년을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와 두 가지 일을 하는 억척부부다. 서울서 노년을 보내려 내려온 김봉남(82)할머니랑은 의붓딸을 삼았다니 어지간히 자주 만났나 보다. 필자에게 서울서도 안다니던 대학을 시골와서 마쳤다고 자랑이다. 풍양면노인회서 하는 노인대학 7기생이란다.
.jpg)
‘졸업을 축하하니더! 할매요 항상 건강하시소...’
한마디를 던지며 졸업식장을 나선다.
- 글쓴이 : 강병두
-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