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용궁장
- 컬처라인(cultureline@naver.com)
용궁장
여느 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큰 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터는 기력이 쇠잔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장터의 분위기가 예전처럼 살아있으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아점(속어 :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을 먹기도 어중간한 시간에 도착했다.
역시나 한적한 장터를 돌아본다. 장터라야 한 골목을 차지하는 정도고 그나마 이곳은 순대가 유명해 평소에도 사람의 왕래가 있다는 곳인데 지금은 식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한적한 분위기에 식당을 중심으로 몇 개의 천막이 둘러쳐 있는 것이 다였다. 멀리 장터라는 느낌의 건물이 있는 곳은 사람이 없는 한적한 모양새다.
초입에서 만난 김감열 할머니(80)와 친구 분은 나물이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집에 가져가 애들이 먹으니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이란다. 웃으며 이야기하는 느낌은
‘그래도 마이 팔리면 좋지...’
하며 나그네를 위해 활짝 웃음을 보인다.
지나던 할매는 방송을 많이 탓다며 카메라와 동영상을 구분 못하시는지 연신 춤을 추면서 길게 잘 찍어달라신다. 물건이 잘 팔려도 웃으며 좋아하고 안 팔리면 이렇게 끼리끼리 모여 웃음으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을 잊어버리려하니 이렇듯이 소시민들의 소박한 꿈을 나랏님들은 알기나 할려나 몰따!
자리를 옮겨 용궁면을 바라보는 만파루와 전국에 산재한 곳 중의 하나인 대원군척화비를 돌아보고 양조장을 찾는다. 용궁막걸리는 지금의 주인인 권순만씨의 아버지가 세운 곳으로 20년 째 가업을 잇고 있었다. 아들이 물려받으려고 식품공학과에 다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TV의 유명프로인 ‘1박2일’에서 찾아와 잠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이내 일반인들의 관심은 사라지고 이제 생산을 걱정하리만큼 공장 쉬는 시간이 늘어간다고 한탄한다.
용궁면에서는 순대축제를 열며 활성화를 시도하지만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은 실정이라 장을 찾은 나그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 용궁면의 장터 사거리 전경
▲ 장터 입구에서 만난 김감열할머니(80)와 친구 분
▲ 흥이 난 할머니, 마지막까지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분이다.
▲ 산에서 캐온 것이라는 자연산 영지버섯들
▲ 기다려도 지나는 사람을 겨우 한 분 만났다. -한적한 용궁장-
▲ 제유소, 1박2일 프로그램의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엎어진 막걸리상자처럼 미래를 점치는데 어렵지 않아 보인다.
▲ 공직에서 정년퇴임 후 시장활성화를 위해 일하신다는 이인호행정사
▲ 용궁양조장, TV프로그램의 흔적이 많다.
▲ 이야기도중 날라 온 세금고지서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권순만 양조장
- 글쓴이 : 강병두
-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