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함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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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창장
비가 오는 중에 찾은 함창장은 내리는 비의 무게만큼이나 쓸쓸함과 외로움을 동반한다. 비가와 장터의 활기가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여느 한산한 시골장과는 달리 갖가지 물건을 내온 사람들로 인해 좋아 보인다. 아침을 겸해 어묵을 먹는다는 박경애(80) 할머니께 말을 걸어 본다. 나그네에게 어묵을 건네는 것을 보아하니 정도 넘쳐나 보인다.
‘칭구이껴?’
‘안동서 완니껴? 껴! 껴! 하는거 보이 안동이네?’
‘예!’
친구 따라 놀러 왔단다. 친구치고는 3살이나 나이차이가 나지만 이제 늙어가는 처지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같이 잘 다닌다고 한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고 외로움과 아픔을 이야기 하는 대목에선 슬그머니 빠져 나온다. 오랜 경험상 내가 뭔가 도와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잘 안다.
함창 교촌서도 오고, 오동서도 오고, 점촌서도 오고 여러 곳에서 사람이 모이니 약간은 흥이 난다. 늘 장터를 다닌다는 지역사진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예전에 비해 장이 활성화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하는 중이지만 느낌은 한 단체에서 실시하는 공모전용의 사진이 잘되어서 안타까워하는 입장으로 들린다.
멀리 한 쪽 귀퉁이에 전빵(가게)이 보인다. 입구에는 소주잔을 기울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굵은 막소금을 안주삼아 잔을 기울이신다.
‘할배요! 찐 달걀이라도 있어야지요?’
‘됐어! 비싸게 머할라꼬 소금이면 됐지!’
그러나 전빵 주인 할매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가만 쳐다보는 폼이 혹시 시키나? 안시키나? 두고 보자 하는 눈치다. 안을 들여다보니 벌써 술판이 벌어져 있다. 할배 한 분과 할매 두 분이 계셨다. 안은 사정이 나은가 보다. 복숭아 간지매(깡통)가 안주로 나온 걸 보니....
안 밖으로 거나하게 취한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다 나오며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날리는데 쥔장이 거드는 한마디가 여운이 오래간다.
‘다니며 오래 살라는 이야긴 하지마소! 욕이 께네...건강하게 살으라 카면 괜찮겠다.’
▲ 장터입구의 채소장사부터 장이 시작이다.
▲ 필자에게 어묵을 건네는 할머니. 친구따라 장터에 구경 왔다는 분이다.
▲ 박경애(80) 할머니와 함께 외로움을 견딘단다.
▲ 쉬는 시간에도 부지런히 나물을 다듬는 박경애(80) 할머니
▲ 지나는 나그네를 불러 호객행위를 하며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다.
▲ 굵은 소금안주만으로 쓴 소주를 마시는데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으래 해 온 행위일 것이다.
▲ 장터에서 만난 이웃이 친구들, 이곳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 장터에서 만난 이 지역 사진작가, 웃음을 머금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연신 주변을 살피며 좋은 장면을 찾는 폼이다.
▲ 장터에 나온 나물들이다.
- 글쓴이 : 강병두
-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