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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의성장
강병두 2015-04-20

의성장

꽃피는 춘삼월, 산수유 꽃이 활짝 핀 의성으로 봄나들이 삼아 차를 내어 달린다. 의성 산수유 마을은 겨우내 얼어있던 대지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국의 아마추어사진가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한 마을은 사라져 가던 산수유작목을 군차원에서 관광자원화하여 새로이 심어놓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의 풍광을 잠시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겸 재래시장을 찾는다.

40년 터줏대감인 안평상회 ‘손영복(74세)’어르신이 길잡이를 자처해 나선다. 소싯적에 하던 일을 회상하며 말을 풀어 놓는 어르신은 감회가 새로운지 가만히 있던 할매를 불러 손을 잡는다. 마늘을 접띠기(마늘의 셈 기준을 접이라 한다)로 팔았고 당시 명태가 지천에 널려있던 강원도 거진까지 비포장도로를 이용해 달려갔던 추억이랑, 영주, 상주, 군위, 신령 등... 장마다 돌아다녀 장똘뱅이라 불렸던 이야기를 푼다. 안평상회라는 이름도 고향을 그리워 잊지 말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할매에게 넌지시 속 썩이거나 고생시킨 것이 있나?를 물어본다. 할매는 그래도 할배가 좋은가보다. 두 아들 모두 공무원으로 키워 놓으니 좋고 여자 문제로 고생을 안 시켰으니 좋탄다. 그러며 가만히 할배의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 털어주는 손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느낌이다.

가게 건너 집에서 닭을 파는 처자에게 물어 본다. 닭장사만 40년에 자신은 이 집의 며느리고 원 주인은 집에 있단다. 잠시 서서 구경하는데도 여러 손들이 모인다. 이웃 동네인 길천서 자식들이 온다는데 닭이라도 삶아 주려고 나왔다는 ‘구옥나’할매는 닭을 들고 환히 웃는다. 베트남서 시집왔다는 ‘우엔나티엔’씨는 점촌서 장터를 찾아 놀러왔다는 폼이 완벽한 한국 며느리다. 아마도 5일마다 서는 장터를 찾아다니다 보면 또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늘장사꾼 ‘이광수(59세)’씨는 수줍은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2월에 수확해 한 6개월 말렸다가 7월이나 10월경에 전국으로 출하하지만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마늘이라 작은 작업장이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할매들이랑 손놀림이 바쁘다. 가끔 던지는 멘트는 ‘부꾸러우니끼니 마늘만 찍으소!’.

자리를 옮겨 이젠 장터에서 거의가 자취를 감춘 대장간으로 간다. 간판도 없이 입구에 있는 안내라곤 이름자와 전화번호가 다다. ‘최상길(75세)010-2324-****’ 떡하니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것이 언제든 부르라는 무언의 자신감인가보다. 할배들의 사랑방인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있어도 인원수가 그대로인 할배들이다. 먼저 온 할배, 나중 온 할배, 순서에 상관없이 있다가, 일보러 갔다가, 또 다른 할배가 채우고, 가고, 오고 늘 그대로 인 것이다. 손님이 왔는데 만원이라는 괭이도 기분이라며 8천원에 판다. 녹슨 칼이 새것으로 변신하는 데는 5천원에 끝이다.

닭발구이 한 접시에 5천원, 돼지고기구이가 5천원, 국시가 3천원 전부가 원조집이다. 나란히 3개 점포가 붙어 있고 따로 한 쪽 건물에 새로운 집이 생긴 형태다. ‘원조할매닭발 권병희’할매(77세)는 이곳에서 속사정을 알 길이 없는 진짜원조인 것 같다. 이곳에서 한 블럭 떨어진 마늘 전에서부터 닭발구이를 했다고 하시니 40여년이상 된 원조이다. 이젠 나이가 들어 안동과 부산에서 딸이며 며느리가 수시로 먼 길을 마다않고 도움을 주러 온다니 옆에서 듣는 이도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단골이라며 군위서 원정 온 술꾼 세분을 만나 말을 섞는다. ‘내가 도꾸인(단골의 일본말)데 여(이곳) 닭발이 매콤하고 은근히 땡기가 장날마다 오잔나(옵니다). 막걸리 한 잔 할라니껴?’

‘뻥이요! 뻥’

뻥튀기 할배는 여전하시다. ‘권오종(75세)’할배는 이곳에서 유명인사다. 장터를 지키며 가끔 찾는 필자의 얼굴이 낮이 익으신지 반갑게 아는 척을 하시니 나 역시 괜히 큰소리로 인사를 보낸다. 누구나 처음보는 이들에게 맛이나 보라고 튀기 한웅큼 쥐어주는 손에는 정이 넘친다. 오일장은 이런 소박한 맛에 찾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