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鳳巖寺 智證大師寂照塔)
• 엄원식 2009-09-24

"별들은 하늘나라로 되돌아가고 달은 큰 바다에 빠졌다"

보물 137호인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은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유일하게 일 년에 단 한차례 산문을 개방하고 있는 봉암사의 창건주 지선(智詵)스님의 사리무덤이다. 지증(智證)은 시호(諡號-죽은 뒤에 왕에게 받는 이름)이며, 적조(寂照)는 탑호(塔號-스님의 별호)인데, 봉암사 대웅보전 왼쪽 뒤편에 적조탑비와 함께 위치하고 있다. 883년(헌강왕 9)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적조탑은 특히 조각 표현이 섬세하고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

탑은 지선스님의 사리를 넣어두는 탑신(塔身)을 중심으로 하여 아래에는 이를 받쳐주는 기단부(基壇部)를 두고, 위로는 머리장식을 얹었다. 먼저 기단부를 살펴보면, 상중하대로 나눠지는데 상대에는 둥근 기둥을 세우고 난간을 둘렀다. 중대석(中臺石)에는 비파, 피리, 북 등을 연주하는 주악인물상(奏樂人物像)과 연꽃으로 장식된 사리함, 공양천인상(供養天人像)이 조각되어 있다. 이외에도 중대 받침석에는 각 모서리마다 구름기둥이, 면마다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한 가릉빈가(迦陵頻伽 : 불경에 나타나는 상상의 새)가 새겨있으며, 하대(下臺)에는 안상(眼象) 안에 사자를 조각한 것이 특징이다.

 

지선스님은 824년(헌덕왕 16)에 속성은 김씨이며 아버지 찬괴(贊瓌)와, 어머니 이(伊)씨 사이에 태어났다. 9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경주를 떠나 영주 부석사(浮石寺)에 들어가 불법을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해 17세 때인 840년 (문성왕 2)에 경의율사에게서 계(戒)를 받았다. 지선스님이 현계산(賢溪山) 안락사(安樂寺:경문왕의 누이인 단의장옹주의 봉읍으로서 현재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지역임) 주지로 있을 때 가은(당시는 상주)에 거주하는 심충(沈忠)이라는 신도가 대사의 높은 덕을 사모하여 자신의 소유인 희양산 봉암용곡 지역을 대사에게 제공하여 사찰을 세우겠다고 간곡히 부탁하였다. 이에 대사는 그 곳을 답사한 결과 산이 병풍처럼 둘려있고 물이 여러 구비로 돌고 있음을 보고 곧 이곳에 불당을 짓고 철불상 2좌를 주조하였다. 이때가 879년(헌강왕 5) 56세 때였다.

 

▲ 봉암사 창건(879년)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철불상	▲ 100여년 전의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

 

지증대사적조탑비 비문을 쓴 고운 최치원은 지선스님의 입적을 "오호라 별들은 하늘나라로 되돌아가고 달은 큰 바다에 빠졌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한마디로 지선스님에 대한 국가신임도를 짐작케 한다. 보호전각에 모셔져서 봉암사 당우의 일부가 된 부도가 더욱 장중함을 더해주고 있다.

글쓴이 : 엄원식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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