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장영_종가이야기]양진당(養眞堂)
- 박장영(jangypark@korea.kr)
▲ 양진당(養眞堂)
1. 찾아가는 길
풍산류씨(豊山柳氏) 대종가(大宗家)인 양진당은 하회마을에 있다. 안동에서 예천방면으로 34번 국도를 따라 약 20㎞ 정도 가면 풍산이 나오고, 여기에서 풍천·구담 방면으로 916번 지방도로 4㎞ 쯤 가면 풍천 중리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좌회전해서 3㎞ 정도 가면 하회마을이 나온다.
2. 당호의 유래
양진당은 문경공(文敬公) 겸암(謙菴) 류운룡(柳雲龍) 선생의 종택이다. 당호인 양진당은 겸암 선생의 6대손인 류영(柳泳)공의 아호에서 따 온 것이며 최동진(崔東鎭)이 썼고, 이 당호는 사랑채 대청에 걸려 있어서 밖에서 볼 수 없다.
이 대종가의 당호를 양진당으로 한 것은 류영공이 종택을 크게 중수하였고, 또 겸암정사와 능동재사를 보수하였으며, 또한 문중의 족보를 완성한 업적이 크기 때문이다.
양진당 사랑채 정면에 걸려 있는 입암고택(立巖古宅) 편액은 겸암과 서애 선생의 아버지인 입암 류중영(柳仲郢) 공의 아호에서 취한 것이나 이 종택의 당호는 아니다.
3.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 평면도
이 건물은 풍산류씨 하회마을 입향조인 전서(典書) 류종혜(柳從惠) 공이 처음 자리를 잡아 지은 것으로 1600년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종택은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형국을 취한 하회마을에서 연꽃 꽃술에 해당된다는 곳에 남향하고 있다. 안채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그 후에 다시 지었으며, 화재로 손상된 흔적이 안채와 맞닿은 사랑채 부분에 남아 있다. 좌측에는 중문간채와 안채가 이룬 ‘ㅁ’자형 몸채가 앉아 있고, 몸채 우측 뒤편에는 뭄채에 연접되어 오른쪽으로 돌출된 ‘ㅡ’자형 사랑채가 넓은 사랑마당을 앞에 두고 있다. 사랑마당 앞쪽에는 중문간채와 이어진 ‘ㅡ’자형 행랑채가 놓여 있다.
마을길에서 바라보이는 행랑채는 정면 5칸으로 가운데 솟을대문을 냈다. 이 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넓은 사랑마당이 있고 맞은편에 사랑채가 비교적 높은 기단 위에 앉아 있다. 좌측에 넓은 6칸통 사랑대청이 놓여 있고 우측에 전후 2칸통 사랑방과 그 옆에 앞뒤로 각기 1칸씩의 작은방과 서재가 있다. 작은방 앞에는 안채와 연결되는 복도 같은 비밀통로를 마련해 두었다. 사랑채는 건물의 3면을 둘러싼 쪽마루가 있는데, 정면만 계자각난간을 설치했다. 대청 정면 3칸에는 4분합여닫이 문을 달고 나머지는 고격의 제비초리 맞춤을 한 가운데설주를 세운 울거미널영쌍창으로 꾸며져 있다. 청방간은 4분합들어열개 문이다. 6칸 대청에만 원주를 세우고 그 상부는 주두 위에 쌍소로첨차형 부재를 얹은 무익공계로 결구하여 5량가를 얹은 겹처마 팔작지붕 집이다.
대청 중앙 뒷벽 앞에 마련된 한 단 높은 들마루는 가장 웃어른이 앉는 곳이다.
‘ㅁ’자형인 안채는 전퇴를 들인 커다란 안방과 그 옆의 안대청이 안마당 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안방과 안대청 사이의 1칸 방은 집안 행사시 음식을 준비하고 보관하는 곳으로 원래는 2칸이었다고 한다. 좌익사는 안방 왼쪽에 세로로 길게 뻗은 부엌 및 반빗간과 고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익사는 안대청 오른쪽에 건넌방과 마루방ㆍ작은방ㆍ대문간 순으로 돌출해 있다. 안방 맞은편에는 중문을 낸 중문간채가 안마당을 가로 막고 있다. 안대청에서 우익사 온돌방 앞까지와 안방 및 안대청 뒤편에는 쪽마루를 시설하고 안대청과 사랑채가 연결되는 접속부에는 조그마한 대청을 두었다. 안마당 쪽 전면 네 기둥만 원주를 세우고 나머지는 모두 방주를 세웠다. 몸채는 5량가의 굴도리 소로 수장으로 꾸미고 양익사는 간략한 3량가로 했다. 안채는 사랑채보다 약 7m 정도 낮다.
사랑채 뒤편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두 개의 사당은 각각 별도의 삼문을 낸 두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사당은 방주를 세우고 소로로 수장한 홑처마 맞배지붕 집이다.
4. 관련인물
1) 류중영(柳仲郢, 1515~1573)
공의 자는 언우(彦遇)이고 호는 입암(立巖)이며 본관은 풍산이다. 선생은 1540년인 26세 때 식년문과에 병과 23인으로 급제하여 전적, 사헌부감찰, 사헌부장령, 형조참의, 동부승지, 예조참의 등의 직책을 지냈다.
명종실록에 “공은 강직하고 명철하여 번거로운 일을 능숙히 처리하는 재주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공은 공적인 일에는 엄정했으나 사사로운 일에는 대범하여 관리로서의 치적을 올렸다.
2) 류운룡(柳雲龍, 1539~1601)
선생의 자는 응현(應見)이고 호는 겸암(謙菴)이며 본관은 풍산(豊山)이다. 황해도 관찰사 입임(立巖) 류중영(柳仲郢) 선생의 맏아들이다.
선생은 심학연원(心學淵源)의 적통이요 목민관의 귀감으로 손꼽힌다. 아우인 서애 류성룡 선생과 함께 하남백숙(河南伯叔)이라 불리는 그는 슬기롭고 총명하여 15세에 퇴계 문하에 나아가 수학하였다. 퇴계 선생은 겸암의 학문적인 자질을 아껴 자주 글로써 칭찬하고 격려하였다. 공은 과거에 뜻을 두지 않고 독서와 사색에 정진하고자 화천(花川) 건너 부용대(芙蓉臺) 기슭에 서재를 이룩한 것이 29세 때의 일이다.
선생은 34세에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음직(蔭職)인 전함사별좌(典艦司別坐)로 벼슬길에 나간 후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 인동현감을 거쳤다.
임진왜란 때는 풍기군수로서 멀리 의주의 행재소까지 정조문안사(正朝問安使)를 파견하고 군국편의소(軍國便宜疏)를 올리기도 했다. 군국편의소의 내용 중에 죽령(竹嶺)의 요새화 방안은 커다란 주목을 끌기도 했다. 향년 63세로 졸하였다. 이조판서에 증직되었고, 순조 34년 문헌공(文獻公)의 시호가 내렸고 후에 문경공(文敬公)으로 개정했다. 풍기의 우곡서원(愚谷書院)과 화천서원(花川書院)에 배향 되었다.
3) 류영(柳泳, 1687~1761)
류영의 자는 덕유(德遊)이고 호는 양진당(養眞堂)이다.
공은 효성이 두터워 아버지가 만년에 앞을 못 보자 공이 여러 아우들과 함께 밤낮으로 모시며 몸소 온갖 시중을 들고 집안사람들을 시키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1728년에 호서지방에서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 청주 등지가 함락되고 인심이 흉흉해지자 의병을 규합하여 출진하기도 하였다.
특히 공은 거듭되는 병란으로 유실되고 흩어진 겸암의 유고를 모아 겸암문집을 간행하였고 풍산류씨 족보를 처음으로 편찬 간행하였으며 종택과 능동재사를 수리하였다. 또한 겸암정사가 오랜 풍우로 몹시 퇴락하자 옛 모습으로 복원하는 등 문중사업에 힘을 쏟았다. 만년에 증조인 세철이 이룩했던 상봉정을 다시 세워 소요했다.
5. 전하는 이야기
1) 풍산류씨(豊山柳氏)가 하회마을에 정착한 내력
풍산류씨가 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허씨와 안씨가 살고 있었다. 하회마을에서 전하는 향언(鄕諺)에 의하면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류씨 배판에”라는 말이 있다. 이는 허씨가 마을을 개척했고, 그 다음에 안씨가 문중을 이루고 살았으며, 류씨 가문이 번성했다는 뜻이다.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이미 다른 씨족들이 터를 잡아 살고 있는 마을에 혼인이나 어떤 특수한 인연이 없는 상태로 입촌(入村)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풍산류씨이기에 사연이 없을 리 없다.
입향 시조인 공조전서(工曹典書) 류종혜(柳宗惠)는 화산(花山) 꼭대기에서 물의 흐름, 산세, 기후 등을 살펴본 결과 천하의 명당임을 알고, 천년의 기지로 택해 지금의 양진당 터에다 곧바로 살집을 지었다. 그러나 기둥을 세우면 넘어지기를 수차 반복하자 자연 갈등이 생겨났다.
어느 날 전서가 곤히 자는데 산신령이 현몽하여 “그곳은 네 터가 아니다. 굳이 네 터를 만들려면 3년 동안 적선(積善)하도록 하여라.”라고 했다. 그래서 전서는 마을 큰 고개 밖에다 오두막을 짓고 오가는 길손에게 짚신도 삼아주고, 가난하고 굶주린 행인에게 밥도 주었다. 이렇게 지극 정성으로 삼 년 동안 적선을 베푼 후 집을 지었다고 한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