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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에는 연못 같이 파란 하늘이 있고, 그 중심에서 태양이 빛나고 있다. 마치 불의 열매 같다. 스프링클러와 같이 빛을 뿌리고 있다. 한 장의 풀밭이 그 풍부한 빛을 받으며 작은 골짜기에 펼쳐져 있다. 바람도 없는데 잠두(狛草)가 살그머니 흔들거린다. 그림자가 얽혀서 함께 흔들리고 있다. 메뚜기가 쉴 새 없이 튀어 오른다. 마치 빛이 튀어 오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그 빛에 눈부셔하며 언제까지나 그곳에 서있었다. 발아래를 보니 짙은 그림자가 개처럼 웅크리고 있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순간적으로 "아, 이것은 나의 죽음의 그림자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날마다 삶과 죽음이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을 한 개의 과실에 비유한다면, 과실 속에는 삶과 죽음의 씨앗이 한 개씩 감추어져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어느 씨앗이 없어도 과실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생사일여(生死一如). 요컨대 삶과 죽음은 둘이지만 하나이며, 나누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삶과 죽음은 동시에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인간으로만 제한할 순 없다. 한 포기 풀, 한 그루 나무, 한 마리 벌레, 한 마리 물고기, 또는 한 마리 짐승, 한 마리 새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삶과 죽음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는 한 개의 과실이다. 존재로서 어떤 우열도 없다.
이 일을 넓게 생각하면 지구라는 별 또한 한 개의 과실이다. 삶과 죽음을 내포하는 인간이나 초목, 벌레나 물고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실을 열매 맺게 하는 것이 빛이며 공기이며 물이며 흙이다. 지구 내부에 사는 것들은 모두 이 4 가지 원소 덕분에 살고 있다.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 이것 없이는 죽을 수도 없다.
우리는 우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과실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과실로서 탄생한 이상 지구도 그곳에서 서식한다, 모든 생물도 미숙, 성숙, 난숙, 부패라는 과정을 따라간다. 자, 나는 미래라는 과실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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