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인상주의의 등장까지 1
- 남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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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유명한 미술관들을 찾아 주목할 만한 작품을 감상하는 ‘세계의 미술관 기행’을 연재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미국의 워싱턴 내셔널갤러리는 12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에서 손꼽을 만한 서양 미술의 컬렉션으로 잘 알려진 미술관으로,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 있습니다. 이 미술관은 1937년 앤드류 멜론(Andrew W. Mellon)이라는 한 남자의 꿈과 정열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앤드류 멜론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에 걸쳐 은행가, 실업가로서 상당한 재산을 모았으며, 미국 재무장관과 영국대사를 역임했습니다. 미술품 수집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해 평생 수집한 미술 컬렉션과 미술관을 세울 건축자금을 연방정부에 기증합니다.
▲ 갤러리 전경 1
▲ 갤러리 전경 2
▲ 갤러리 동쪽빌딩
이 미술관의 서쪽 빌딩(West Building)과 동쪽 빌딩(East Building)은 넓은 지하도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동쪽 빌딩은 아이 엠 페이(I. M. Pei)가, 서쪽 빌딩은 건축가 존 러셀(John Russell)교황이 신고전주의 스타일로 설계했습니다. 동쪽 빌딩에는 피카소(Pablo Picasso), 마티스(Henri Matisse),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앤디 워홀(Andy Warhol),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과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작품 등 근대와 현대미술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 갤러리 내부
1. 인상주의의 등장까지, 2. 인상주의, 3. 종이 위의 인상주의, 4. 후기 인상주의 이후로 시기를 구분하여 소개하는 이번 연재를 통해 해당 시기의 작품들을 감상함으로써 서양 미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인상주의의 등장까지 1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성서나 신화, 역사의 장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회화의 목적이라고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자 프랑스에서는 삼림이나 전원에 나가 그곳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화가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파리 교외의 퐁텐블로(Fontainebleau)숲에 있는 바르비종(Barbizon) 마을로 옮겨 그곳에서 작품을 본격적으로 제작한 화파를 바르비종파(Barbizon School: Tip 1 참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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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1 바르비종파(The Barbizon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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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Jean Baptiste Camille Corot)나 쥘 뒤프레 등의 바르비종파 화가들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물질적 풍부함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잇달아 일어난 시민혁명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혼란한 파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자연을 찬미하고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던 그들의 작품은, 현실을 이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Realism’(Tip 2 참조)을 주창한 구스타프 쿠르베(Gustave Courbet)의 작품처럼, 빛의 표현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인상주의의 선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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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2 사실주의(Re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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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파리의 예술가들은 급속한 근대화로 인해 새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인 회화표현을 모색하게 된다.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는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독자적으로 연구하였다. 마네는 거장들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대담하고 밝은 색채나 종래의 원근법에 구애되지 않는 단조로운 공간표현을 추구함으로써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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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부터 1865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장어를 잡는 사람들〉은, 코로의 만년 작품의 경향과 특색이 잘 드러난다. 젊었을 때 주의 깊었던 관찰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그 대신에 훨씬 시적 표현을 하고 있다. 코로는 이 작품에서 잡초가 무성한 숲을 표현했다. 화면 전체는 나무와 무성한 잎으로 채워지고 생기 있고 선명한 신록으로 넘친다. 가느다란 나무줄기가 여기저기 그려져 있으며, 수많은 가지가 뻗어 나와 위쪽에 정교한 지붕을 만들고 있다.
화면 전경의 중앙에 있는 날씬하고 우아하게 쭉 뻗은 나무 한 그루가 구도를 둘로 나눠 캔버스 좌우를 분리해놓는다. 관자의 입장에서 보면 왼쪽의 풍경은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잡초로 덮여있고, 그 안에 네 사람의 인물들이 보인다. 무릎을 굽히고 있는 여성과 어린아이, 아이가 발을 내딛으려고 하는 앞으로 에이프런을 걷어 올리고 다가오는 소녀가 그들이다. 그들 뒤로는 나무를 타고 있는 소녀가 보인다.
한편 그림 오른쪽은 원경 쪽으로 비스듬히 흐르는 작은 내가 왼쪽의 무성한 나뭇잎을 대신하여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조금 희미해서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 왼쪽의 잡초와는 대조적으로, 캔버스 오른쪽은 생생하고 자연적인 매력이 넘친다. 적어도 이 부분의 일부는 밖에서 스케치한 다음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완성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그림에서 가장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화면 원경의 중간쯤에 작은 내를 건너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다. 물속에서 몸을 앞으로 굽히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장어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여 작품 제목이 여기에서 유래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목은 나중에 붙여진 것이며, 〈장어를 잡는 사람들〉은 화가가 죽고 난지 18년이 지난 1893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작품의 원래 모티브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는다. 코로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이 작품을 단 한 번도 전시한 적이 없으며, 1878년 처음으로 이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는〈신록이 우거진 강가〉라는 제목이었다고 한다. 현재의 제목은 모티브로서 인물이 더해진 것처럼, 작품이 가지는 매력을 높여주는 이야기 요소를 화면으로 가져온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자신의 유화가 인기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코로는, 이런 전략을 매우 효과적으로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날로 확대되고 있는 회화 시장을 겨냥해서 이 작품과 같은 멋진 습작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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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뒤프레는 화가로서의 첫걸음을 아버지가 운영하던 도자기 작업실에서 그림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1823년 당시 고작 12살이었던 뒤프레는 파리에 있던 작은 아버지의 도자기 제작소에 취직하여 많은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친구가 된 나르시스 디아즈(Narcisse Virgilio Díaz)였다. 뒤프레는 정규 미술교육을 통해서는 거의 아무 것도 배우지 않았으며, 그 대신에 루브르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거나 시골에 가서 스케치하는 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알려진다.
1830년대에는 훗날 바르비종파로서 알려진 젊은 화가들과 교류한다. 콩스탕 트루아용이나 테오도르 루소 등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파리 근교 외에도 오베르뉴(Auvergne), 베리(Berry), 노르망디(Normandie) 등 지방으로 스케치여행을 나갔다. 뒤프레는 콩스탕 트루아용과 테오도르 루소와 평생 변함없는 우정을 쌓았다. 루소는 바르비종파가 마음에 들어 했던 장소였던 퐁텐블로 숲에 가끔 그를 데려갔다. 그러나 뒤프레는 파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아즈(Oise) 강가의 리라단(L'Isle-Adam) 마을 주변 숲을 더 자주 찾았다. 유소년 시대를 보냈던 그곳이 그에게 더 친숙했던 것이다. 뒤프레는 1850년 한 해 동안 이곳에 살면서 많은 작품들을 제작했다.〈늙은 참나무〉도 그 중 한 점이다.
〈늙은 오크나무〉는 수수한 모티브를 담고 있는 소품이다. 화면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이지만, 나이 먹은 가지는 마디와 옹이 탓에 울퉁불퉁하며 온갖 방향으로 비틀려져있다. 숨는 장소처럼 보이는 참나무 그늘에 농가가 한 채 마치 몸을 기대고 있는 것처럼 서있다. 다른 집 한 채는 화면 맞은편, 즉 관자가 봐서 오른쪽 안에 있다. 중경에는 나무와 농가 쪽으로 가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아주 작게 그려져 있다. 필시 닥쳐오는 태풍을 피할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이리라. 화면 왼쪽 위 구석에 보이는 짙은 회색의 두터운 구름이 폭풍이 곧 몰려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사나워질 하늘을 배경으로 휘어진 참나무는 화가가 즐겨 그린 모티브로 그의 유화작품에 많이 등장한다.
물감의 처리는 뒤프레 원숙기의 작품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방식이다. 얇게 푼 밤색 물감으로 전체의 구도를 스케치한 후,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층 상태로 교대로 겹쳐 칠하고 화면을 조금씩 완성해가는 방식이다. 뒤프레는 힘 있는 필치로 물감을 두텁게 겹쳐 바르고, 그것에 의해 화면 전체에 느긋한 인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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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풍경화를 제작하는데 화가로서 일생을 보낸 샤를 프랑스와 도비니는 강가의 풍경을 매우 좋아하여 주목할 만하게 능숙한 붓의 사용과 그 만의 독특한 감수성으로 작품들을 완성했다. 많은 강가 풍경 중에서도 그는 특히 아즈 강에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파리에 태어났지만 병약했던 도비니는 이 작품의 무대가 된 우아즈 강가의 발몽두아 마을에서 보모에 의해 자라났다. 그는 가끔 이곳으로 돌아왔으며, 1862년에는 파리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우아즈 강가의 작은 마을 오베르에 가족과 함께 이주한다.
〈우아즈 강의 세탁부들, 발몽두아 근처〉는 그가 오베르 시대에 제작한 작품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도비니는 바르비종 화가들과 교류했지만 이 작품은 퐁텐플로 숲의 장면이 아니다. 그의 많은 작품들처럼, 이 작품은 도비니가 성장한 발몽두아 마을 근처에 있는 우아즈 강을 따라가다 보면 있는 한 지점을 그린 것이다. 아마도 이 작품은 도비니의 스튜디오 보트를 타고 강 한 가운데에 나가 그렸을 것이다. 스튜디오 보트는 그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하늘과 물에 비친 반영을 그리는데 유리했을 것이다. 왼쪽 둑에 간신히 보일 정도로 조그맣게 그려진 세탁부가 아닌, 빛과 대기의 유희는 그가 몰두한 주제였다. 세탁부들은 대중들의 취미에 맞춰 덧붙여 그려진 것이다.
이 작품은 이른 아침 하늘에 미묘하게 변화하는 색조와 강가의 맑고 투명한 공기를 넓은 화폭에 도비니의 능숙한 필치로 멋지게 포착하고 있다. 붓 터치는 화면 전체에서 박력이 넘치고, 그로 인해 적당한 두터움으로 칠해진 회화 표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몇 군데 부분, 예를 들면 왼쪽의 나무가 하늘과 맞닿는 부분에는 지지체인 참나무 판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면을 마주봐서 왼쪽의 중경에는 강가에서 일하는 두 사람의 세탁부가 보인다. 뒤로 치솟아있는 큰 나무 덕분에 세탁부의 모습은 아주 작게 보인다.
도비니는 우아즈 강가에서 이 풍경을 그렸다. 발몽두아 마을은 화가가 캔버스를 세워둔 지점에서 강을 따라 내려오면 저 멀리 보인다. 도비니가 우아즈 강의 전망을 그린 200여점 이상의 작품 중, 12점이 이 작품처럼 발몽두아에 이르는 강의 활처럼 구부러진 부분이 모티브다. 도비니의 대부분의 풍경화가 강가 맞은편에서 그린 것에 비해, 이 작품을 포함한 몇 점은 강 한 가운데 그린 것이다. 이것은 그 작품들이 도비니의 아틀리에 보트에서 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1857년에 도비니는 페리 ‘보탄(Botin)’을 구입했으며, 그리고 그 보트를 떠있는 스튜디오로 사용하기 위해 일체 장비를 갖춘다. 강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정박했던 이 보트는 예술가에게 땅 위에서 직접 보지 못한 관점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는 보탄을 타고 그가 죽을 때까지 프랑스의 강을 오르내렸다. 강에 떠있는 아틀리에 보트가 작품을 제작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도비니는 전통적인 모티브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풍경화를 많이 제작할 수 있었으며, 훗날에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 증에서도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는 가장 주목할 만한 예로, 1873년 도비니와 마찬가지로 아틀리에 보트를 마련하여 독자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작품으로 남겼다.
- 글쓴이 : 남정순
-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