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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지예' 종이에 혼(魂)을 불어 넣다
송인영 작가의 한지 사랑
비단잉어 한 군(群)이 서랍장 위를 유영하고 있다. 한지 특유의 보풀이 입체감 있는 선을 만들어 정물은 마치 생물과 같다. 부드러운 질감은 가구의 차가운 이미지를 깨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전통 한지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안동시 운안동 열루재 옛길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한지 갤러리 ‘천연지예’. 한지공예작가 송인영(60) 씨가 30여년의 대구 생활을 접고 귀향한 첫 번째 정착지다. 조달청선정(한지그림공예) 우수기능인으로 등록된 송 작가는 대한민국 새하얀 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 대구 미술회화대전 금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실력자다. 지난 2월에 문을 연 이곳엔 15년을 전업작가로 활동한 그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혼을 담아 만든 한지그림을 비롯해 서랍장, 화장대 등 약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 안동시 운안동 한지갤러리 '천연지예' 송인영(오른쪽) 작가와 수제자 송윤교(왼쪽)씨
천연지예는 ‘천연의 한지로 예술의 혼을 불어 넣는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의 한지사랑은 끝이 없다. “한지의 가장 큰 매력은 보풀입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을 활용한 한국의 미를 살릴 수 있죠. 여기에 물을 묻히면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요.”
그녀는 남은 종이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작품을 만들다가 남은 구겨진 자투리 종이도 물을 뿌려 다림질을 하면 빳빳하게 다시 살아납니다. 이것 또한 한지만의 매력이죠.” 그녀는 웬만해선 한지를 가위로 자르지 않는다. 언제나 손으로 찢어 쓴다. 한지도 하나의 생명이라 여겨 존재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갖추려고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각 작품마다 이름을 붙인다. 장미의 숲, 함박웃음 스탠드, 정경부인, 들꽃향기 등 이름을 붙임으로써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재탄생 시킨다.
4 韓(한식, 한복, 한지, 한옥)을 육성해 한 브랜드 모델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안동은 그녀의 활동무대로 최적지였다. 그리고 태어난 고향이기도 했다. 그녀는 최근 여성복지회관에 한지공예 강사로도 출강을 나간다. 매주 2회 나가는 강의에 학생들 반응이 뜨겁다. 하루 2시간 수업이 짧을 정도다.
“안동은 우수한 천연염색기술을 갖고 있어요. 요즘 염색기술도 익히고 있는데 제가 가진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한국 전통회화 기법인 여백의 미를 되도록 피하고, 풍성하고 화려한 정물을 선호한다. 일단 보는 이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작품 철학이다. 붉은색 5단 서랍장 한 면에 가득 핀 장미꽃 다발이 작가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인심이 엿보인다.
이곳에선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오미자차, 매실차, 대추차 등 전통차를 마시며 한지공예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번 왔다간 사람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꼭 다시 찾아온다고 한다.
송 작가는 “한지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소재입니다. 가공의 것이 판치는 세상에서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 자연의 생활용품을 만들고 싶어요. 한지공예가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돼 친환경적 생활용품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goo.gl/xpw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