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생
1980년 부산동아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홍익대주최 대학미전 특선
1981~1999 미술학원경영
2000~ 현재까지 창작생활에 전념

[작가노트]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달빛에 길을 묻다 / 글 김상철(월간 미술세계 주간) 작가 강신국의 침잠된 푸른색의 화면은 깊고도 아득하며 극히 정적이다. 이러한 화면은 마치 세상의 빛을 탈색시켜 푸른 불빛에 비추듯, 현실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는 몽환적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일견 초현실적인 환상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무엇인지 알지 못할 절박함과 치열함, 그리고 극히 개인적인 내밀한 이야기들을 복선처럼 깔고 있다고 여겨진다. 형상을 구분하고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작가의 작업은 이미 구상의 상투성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가공의 과정을 거친 또 다른 형상성임이 여실하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같은 상대적인 가치를 병렬하는 명제는 작가의 작업이 그저 현상이나 상황을 재현하는 일반적인 작업의 범주에 들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대단히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는 내밀한 기억과 회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내면의 토로이자 무의식의 발현이라 여겨진다.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인간의 마음을 빙산에 비유하였다. 빙산의 드러난 부분이 의식이라면, 물속에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여겼다. 이 무의식은 바로 생명에 대한 하층 구조로서, 인간의 사고와 행위를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이해하였다. 작가가 표출하고 있는 침잠된 이야기들은 어쩌면 바로 프로이드의 분석처럼, 표현되어진 부분보다 읽어내야 할 부분들이 더욱 많은 것이라 할 것이다. 작가는 형상을 통해 말을 건네고, 이미지를 통해 내면의 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은 마치 달빛아래서 길을 묻듯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작가에게 달빛은 그저 서정의 또 다른 표현이거나 낭만의 상징이 아니라 현실의 또 다른 비유일 것이며, 상황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길은 침묵으로 표출되고 절규로 나타난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사이에 위태하게 걸쳐진 가냘픈 줄과 같은 것으로 침묵으로 고뇌하며 걸어가는 상념의 길이다. 다분히 감상적이고 비애어린 해설이지만, 이는 작가의 화면을 지배하는 전반적인 정서로 다가온다. 작가는 끊임없이 현실에서 탈피하여 내면으로 향하고자 하는 자의식을 그렇게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 내면은 여전히 삶과 이상사이에서 번민하지만 무심과 명상을 통해 초탈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해 내고 있다.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번져 나오는 신음 같은 절규를 다스려 무심의 얼굴을 지니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읽혀진다. “인간이 가진 의식은 거대한 지하의 잠재의식의 연못에서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다가 그 연못으로 다시 쏟아져 내리는 물을 내뿜는 분수에 비유할 수 있다.”라고 프로이드는 말한 바 있다. 작가의 작업은 어쩌면 바로 이러한 프로이드의 견해에 대비시켜 풀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은 인간의 정신생활 중 사고, 지각, 느낌, 기억과 같은 극히 일부분만이 포함되며, 이러한 것들은 순간적으로 무의식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른바 무의식은 억압된 생각이나 정서로 이루어진다. 이는 의식되고 있지 않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곧 의식될 수 있는 전의식이라는 정신세계를 거쳐 의식되게 된다. 이러한 전의식은 소원이나 욕구를 통제하며 외부의 현실적 요구, 도덕기준, 가치관에 맞추어서 불쾌한 것을 피하고 본능적 욕구의 방출을 지연시킨다. 무의식의 내용은 충족되기를 기다리는 소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작가의 작업은 본능에 대한 억제와 감정에 대한 절제, 그리고 삶에 대한 지극한 관조와 깊은 사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는 단순히 현상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에서 빗겨난 극히 정신적인 것이며 사유적인 것이다. 색채를 절제하고 형상을 고집하지 않으며, 정제된 이미지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분명 특정한 사유의 반영이자 표현일 것이다. 무의식의 욕구는 종종 꿈을 통해 표출되기 마련이다. 작가의 작업이 몽환적이며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분명 현실과 유리된 몽상의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갈구와 희원의 또 다른 모양이다. 꿈 자체는 무의식의 산물이다. 그러나 무의식은 반드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의식의 뒤 은밀한 곳에 파묻혀 있던 잠재적 요소들이 수면과 꿈을 통해 통로가 연결되어 나타나는 것이 꿈인 셈이다. 즉 꿈은 선택받지 못한 의식이다. 선택받지 못한 의식은 의식과 무의식 중간에 자리 잡게 된다. 이것이 전의식이다. 전의식은 언젠가는 다시 의식의 선택을 받아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것이 꿈을 꾸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을 <꿈의 해석>에 대비시키는 것은 그의 작업이 이러한 이론에 의해 해석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꿈은 깨어 있을 때 혹은 무의식중에 인식된 소재들을 재료로 하여 시각화하고 그 의미나 실제를 함축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점검하고 검열하여 다시 이를 왜곡하여 가공하는 사고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내용을 항상 시각화하여 드러내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선험적인 경험과 기억의 파편들을 의식의 단계로 끌어 올려 시각화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암울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어렵사리 스스로의 실존을 파악하고 그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치열한 모색이자 갈구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작가가 꾸고 있는 꿈의 구체적인 모양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작가는 고뇌의 심연에서, 그리고 어둠의 심안을 침묵을 통하여 극복하고 있다. 그것은 드러내고 외침으로써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묵하고 인내함으로써 그 공감의 파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작가는 나비를 통해, 또 파랑새를 통해 자신의 의지와 희구를 드러내고 있다고 읽혀진다. 비록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또 과거와 현재의 시공 속에서 혼돈과 갈등의 질곡 속에서 시달리고 있지만, 작가는 부단하고 치열하게 자신의 실존과 그 의미를 작업을 통해 점검하고 확인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한숨과 회한으로 피는 꽃과 같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