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가 색에 관해 이야기 했듯 인간에게 색채, 윤곽과 소리, 그리고 향기의 정신적 의미를 가르쳐 주는 것은 상상력이다. 또한 상상력은 유추와 은유를 창조한다.

죽변의 홍경표 화백은 가시적인 것을 통해 비가시적인 것을 보고, 그 대상을 관통하여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홍경표 작가가 치르는 색(色)의 전장은 유치환의 시구(詩句)에 등장하는 '소리없는 아우성', 우리가 바다를 바라보며 품었던 상념과 각오, 그 시간을 환기하는 고요의 노스텔지어다.

"나에게 그림이란 풍경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기운을 색을 통해 시각화하는 일이다.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동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생명의 기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움직이는 소재 및 대상을 찾는 것은 아마도 고향 앞바다의 힘찬 파도에 너무나 익숙한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 파도로부터 강렬하고 힘찬 생의 기운, 생명을 느낀다."

- 작가노트 중에서 -

"나는 가시적 형상을 통한 비가시적 대상표현에 집중한다. 파도와 동해인들의 삶을 통해 역동성과 개혁성을, 일출과 야경을 통해 생명과 희망을 그린다. 두텁고 원색적인 색감과 거칠고 힘찬 필치로 생명이 꿈틀대는 시원으로 내달린다.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성을 표현하기에는 순수한 원색과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힘찬 필선이 제격일 것이다."

"가시적인 형상을 통한 비가시적인 대상 표현... 나는 색을 매개체로 형상의 역동성과 생명을 표현한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면 그 실체는 바람이다. 빙산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비가시성이란 가시성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 가시성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고, 안감을 대는 것이다. 어떤 대상의 실체란 형상이 아니라 그 속성에 있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면 그 파문의 실체는 바람이다."

짙푸른 바다, 저 너머에는 매일 빛의 암투(暗鬪)가 벌어지고 있다. 해가 솟아 오르자 빛의 전사들은 화려한 갑의(甲衣)를 두른 채 걸어나오고... 이제 막 어둠을 뚫고 나온 빛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다 쏟아부은 채로 상잔(相殘)하기 시작한다. 바로 보지 못할 만큼 격렬히 맞붙는다.
괴테가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고 한 것처럼 아름다운 빛도, 우리네 삶도, 아름다운 그림마저도 심연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왜 바다냐, 왜 색(色이냐...

죽변에 머물면서 하루에 두 번, 어항(漁港) 주변에서 펼쳐지는 저 찬란한 빛을, 바다냄새, 쪽빛 풍광을 다루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홍경표 화백은 고향 울진과 죽변항, 동해 일원의 바다풍경과 청산도의 봄 풍경, 색(色)의 연작 등 바다와 색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해왔다. 뚜렷한 변곡 없이, 마치 죽변항을 지키는 하얀 등대처럼, 등대지기 같은 모습으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색전(色戰), 홍경표 화백의 개인전 소식을 알립니다. 울진문화 센터 1, 2관, 주인예술촌 전시실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이번 개인전에는 최근 3~4년간 작업한 작품 중 소품에서 대작 등 80여점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전시 기간은 2018년 9월 1일 ~ 9월 10일까지입니다. 홍경표 화백의 작업무대인 울진 죽변에서 푸른 바다 가까이 그림과 함께 하는 가을여행을 계획해 보세요. • 울진문화센터 : 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 연호로 47 / 054-789-5483 • 주인예술촌 :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덕구온천로 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