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이곳에 와서 살면서 수없이 새재를 걸었습니다. 아직도 이런 길이 남아있다는 것이 고맙고 흐뭇했으며 이 길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길은 동행이 있어도 좋지만, 새재의 묘미를 즐기기에는 혼자도 즐거운 길입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부드러운 흙길은 맨 발 로도 걸을 수 있는 둘레길 이기도 합니다. 걷다가 계곡에 발을 담그면 가슴까지 시원해지고 몸과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져 세상의 시름마저 잊게 합니다. 새재 길은 물길과 병행하면서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있습니다. 가끔 물길과 멀어질 때도 조잘대는 물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길섶 수로에 물소리를 유도하는 돌이나 나무를 설치 해 놓은 배려는 모두의 마음을 따스하게 합니다. 구비 구비 선경이 펼쳐지고 선비의 고향, 영남의 과거 길 이였기에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 길을 노래했고 오고 간 선인들의 숨결이 시어 속에 되살아나, 시공을 초월해 옛사람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참을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맑고 고요해져 온전히 이곳에 머물게 되고 걷고,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대자연의 품속 깊이 안긴 자신을 보게 됩니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 생동하는 생명력으로 화사하게 장식하는 봄, 아름드리 나무그늘과 시원한 물소리의 여름, 가을 단풍의 현란한 색의 향연, 눈 엎인 겨울 산속의 적막감, 투명한 햇볕과 맑은 공기,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흙 내음, 새벽의 물안개와 황혼의 은은한 노을, 달밤의 낭만,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자연의 기운이 스며들어 내 몸의 일부가 되고 향기롭게 무르익어 다시 화폭에 풀어 놓는 일은 수행자 같은 인고의 시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모든 예술이 작가의 여린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늘 조심스럽고 진정성가 성실성으로 내면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어 가는 것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밑거름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천변만화 하는 이곳의 풍광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오 마는 제 나름의 감성과 느낌을 지필묵을 이용하여 부족한 필치로 그려보려 했습니다.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이곳 문경에서 다시 전시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온화하고 화창한 봄날에 복된 일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