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경북팔경지일비(慶北八景之一碑)
• 엄원식 2011-12-01

경북팔경지일비(慶北八景之一碑)
경북에서 가장 빼어난 곳, 진남교반

 

 

‘삼천리 강산’, ‘삼천리 강토’, ‘삼천리 금수강산’이란 바로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나라 전체 국토의 길이가 삼천리요, 구석구석 모두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산천을 뜻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어느 계절에 어느 곳에 가든 아름답지 아니한 곳이 없다. 예로부터 선현들은 아름다운 강산을 시로 노래하거나, 유람기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우리네 조상들은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승지를 시와 노래, 그림으로 세상에 알려왔다. 명소는 주로 12경, 10경, 9경, 8경, 6경, 4경, 3경 등 으로 불린다. 이중에서도 8경을 가장 많이 택했다. 

 

▲ 소상팔경 제5첩 '평사낙안(平沙落雁)’: 기러기 날고 있는 모래펄 모습
 

8경이란 단순히 명승지 여덟 곳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의 대명사이자 지역별로 선택된 자연 경관 전부를 뜻한다. 곧 그 고장의 8경은 그 지역 자연 경관의 정수를 말한다. ‘팔방미인’하면 다방면에 소질 있는 사람을 이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팔고(八苦)’, ‘팔곡(八穀)’, ‘팔등신’, ‘팔도(八道)’, ‘팔선녀’, ‘팔자(八字)’, ‘팔음(八音)’, ‘팔학사(八學士)’등 8(八)자가 포함된 단어가 무려 270여개에 이르는 등 각 분야에서 8이 애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뜻하는 팔경(八景)의 유래는 중국의 소상(샤오샹)팔경(瀟湘八景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중국 호남(湖南)성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는 동정호(洞庭湖) 주변의 절경(絶景)을 8폭 그림으로 묘사한 것으로서, 송나라 송적(宋迪)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1078년에 그 형식이 확정됐다.)을 본 따 붙여졌다는 것이 통설이다. 중국 명승지 호남성 동정호 남쪽 언덕 양자강 중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합쳐지는 근처의 아름다운 경치 8곳을 그린 송나라 시대 ‘소상팔경도’라는 회화에서 팔경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고려 중기에 소상팔경도가 전래돼 초기엔 소상팔경을 예찬하는 그림과 시를 읊었으나 점차 우리 선조들은 한국의 자연을 대상으로 한 한국팔경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관동팔경, 관서팔경, 기성팔경, 단양팔경 등이 팔경문화의 잘 대변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팔경에 대한 관심은 일제시대 때에도 많았던 모양이다. 우리지역에 있는 진남교반이 근대 경북에서는 가장 먼저 지정된 팔경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1933년 대구일보사에서 주최하여 투표로 결정된 경북의 경승지 중 진남교반이 당당히 일등으로 뽑힌 것이다. 

 

▲ 경북팔경 진남교반 엽서 (1933년 이후의 엽서사진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병풍바위의 자태가 매우 아름답다)

 

대구일보사에서 주최한 경북팔경에 대한 당시의 기록은 안타깝게도 현재 경북 문경시 마성면 진남교반위에 남아 있는 팔경비 밖에 없어 그 기록을 알  수는 없지만,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이겨보고자 경북지역 에서 경관이 빼어난 곳을 투표하여 팔경으로 삼고, 지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팔경이 확정된 후, 진남교반과 문경새재를 배경으로 한 엽서도 제작되어 널리 사용되었음을 현전하는 엽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팔경비는 경북팔경 당선 후 5년 뒤인 문경군 관내 마성면장에 의해서 1938년 세워졌으며, 이는 지역민의 의지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겠다.

현재도 이곳은 국가지정 명승 31호로 지정된 문경토끼비리, 삼국시대의 성곽인 고모산성, 석현성, 주막거리, 돌고개 성황당 등 역사문화자원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 만 아니라 레포츠 시설도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 1960년대 경북팔경비 전경

 

▲ 현재(2011년) 경북팔경비 전경. 현재 진남휴게소 건물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당시 비석 뒷면에 적힌 원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昭和八年十月日大邱日報社主催慶北 各郡名勝之地投票題品此地爲第一當 選遂以顯於域內遊覽者亦有以識之 昭和 十三年 中秋 麻城面長金聲輝 謹書   ☞ 해석 1933년 10월 대구일보사 주최로 경상북도의 각군의 명승지를 투표한 결과 그 품격 상 이곳이 일등으로 당선되어 이 지역 내에 유람하는 사람이 또한 이를 알게 하고자 한다. 1938년 가을 마성면장 김성휘 삼가 쓰다.

 

▲ 1960년대 진남교반 전경

 

▲ 50년이 지난 진남교반 전경
 

 

<<1933년 당시 대구일보사에서 뽑은 경북팔경>>
     일경 진남교반 - 문경
     이경 문경새재 - 문경
     삼경 주 왕 산 - 청송
     사경 금 오 산 - 구미
     오경 청 량 산 - 봉화
     육경 보 경 사 - 포항
     칠경 희방폭포 - 영주
     팔경 빙계계곡 - 의성

글쓴이 : 엄원식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전글 - 그리운 가을바다, 바위 닦는 어부들

다음글 - 기생수(寄生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