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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동_영화이야기]울지마, 톤즈
- 김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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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
감 독
기본정보 다큐멘터리 ㅣ 한국 ㅣ 91분 ㅣ 개봉 2010.09.09
등 급 국내 전체관람가
공식사이트 http://www.dontcryformesud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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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9일 전국 13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이후 한 달 만에 관객 10만 명을 돌파한 ‘울지 마, 톤즈’는 지난 12월 중순 이례적으로 재개봉하여 누적관객 40만 명을 넘어섰다. 턱없이 적은 상영관 수와 상영 횟수를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지금도 전국 6개 상영관에서 상영 중인데, 개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4일에는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아름다운 삶에서 비롯된 일이다.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8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헌신해온 고 이태석 신부는, 1년 넘게 암 투병 생활을 해 오다 지난해 1월14일 선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KBS가 신설한 제1회 감동대상에서 대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장단을 맞추는 가죽 신발, 검은 모자를 쓰고 자주색 셔츠를 입은 사내가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을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장면이 지나면 이런 자막이 뜬다. 영화를 만든 이들의 생각이 집약된 문장이다.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에게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렇다. 이 영화는 제작진이, 선종한 성직자가 구현해 놓은 진정한 성자의 삶을 그와 관련한 자료를 엮어 고 이태석 신부 의 영전에 바친 영상 헌사이다.
영화는 내용 면에서 다음 세 요소가 서로 결어 있다. 이태석 신부가 사제 서품을 받고 남수단으로 달려가 톤즈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2001년부터 2010년 1월 14일, 선종할 때까지의 불꽃같았던 이즈음과, 가난 속에서도 곧게 자라 의대를 졸업하고 다시 신학교에 진학하여 사제가 되기까지의 단정했던 지난 때, 그리고 꼰벤뚜알 프란치스꼬 양평수도원에서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극심한 고통 속에서 톤즈 아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으로 써낸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에 드러나는 그의 생각과 톤즈의 실상이 그것이다. 아니다. 하나 더 있다. 그의 선종 뒤 수단 사람들의 가슴에 젖어있는 사랑과 존경과 그리움 말이다.
구수환 감독은 영화 ‘울지 마, 톤즈’에서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와 한국 천주교 살레시오회의 기록 영상물에 자신이 직접 수단 현지에서 찍은 고 이태석 신부의 자취를 더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자들의 인터뷰와 그가 남긴 책을 한데 얽어 그의 거룩하고 높으며 아름다운 삶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를 통하여 우리는 그의 무한한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게 되며 자신도 모르게 풍덩, 감동의 수심으로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신학생 시절 그는 수단을 찾아 참혹한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다. 당시 수단은 1983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2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오랜 굶주림과 병마에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는 정말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정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구나. 많은 것이 부족해도 자신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바로 그때 그는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이 가난한 땅으로 돌아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집안의 희망이었던 그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제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곳으로 떠났다.
말이 가난하고 위험한 곳이지, 이태석 신부가 남긴 흔적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그곳을 찾아간 구수환 감독의 말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길지만 옮겨보자.
‘그곳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져 수백 명이 사망하는 등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수단은 북(北)수단과 남(南)수단이 벌인 20여 년간의 내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2005년 평화협정을 맺어 가까스로 총성은 멈추었지만, 내전이 끝나고 회수하지 못한 총 때문에 치안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을 떠나 2박3일 만에 톤즈에 도착했다. 마을에는 변변한 건물 하나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간이상점이 있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없다. 공동 펌프를 세워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지저분했다. 한낮의 기온은 50℃를 오르내렸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뜨거운 물이 나왔다.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35℃나 되는 물 온도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밤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말라리아 때문이다. 수단의 말라리아모기는 가장 무서운 모기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의 사망 원인 1위도 말라리아이다. 살인적인 더위에 숙소는 찜통이나 다름없지만,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모기장을 치고 이불까지 덮고 자야 한다. 침대 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결국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웠다. 이태석 신부는 이런 곳에서 8년을 지냈다.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런 기가 막히는 곳에서 그는 더욱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친구가 되어주실래요」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로 하여금 소중한 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이곳까지 오게 한 것도, 후회 없이 기쁘게 살 수 있는 것도 주님의 존재를 체험하게 만드는 한센인들의 신비스러운 힘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게 된다.’
‘많이 가지지 않으므로 인해 오는 불편함은 참고 견딜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참된 가치를 알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까지 생기게 되며, 그것을 통해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을 저절로 느끼게 되니 말이다.’
영화 속 절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성가 ‘묵상’은 소름이 돋는다. 그가 중학교 시절에 만들었다는 이 곡은 자신의 삶을 미리 내다본 듯해 섬뜩하다.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 말씀 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참으로 우연(!)이겠지만, 영화 속에 자주 흐르는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와 윤시내의 ‘열애’도 제목부터가 ‘사랑’을 담은 노래이다. 노랫말을 곱씹다보면 졸리 신부에 대한 톤즈 사람들의 절절한 그리움과 그들에 대한 그의 불꽃같은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 유명한 고린도전서 13장과 요한복음 13장의 ‘사랑’ 말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만 종교를 가지지 못한 치룽구니로서 생각건대, 그의 삶은 어쩌면 절대자의 역사가 아닐까? 숱한 재능을 가진 그가 의과대를 거쳐 사제가 된 것 자체가 하느님의 인도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듣자니 그가 떠난 지 2년 만에 톤즈는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그분의 또 다른 예비가 분명히 있을 것이므로.
- 글쓴이 : 김만동
- 안동 경덕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