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타샤 식 정원 가꾸기
• 남정순 2010-07-28

타샤 식 정원 가꾸기
  

                       

뉴잉글랜드의 기나긴 겨울이 이제 곧 끝난다고 생각했던 그 해 나는 정원 일에 푹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화단에 퇴비를 섞고, 라벤더 밭에 덮어놓은 것을 걷어내고, 제비집을 살펴보고, 겨울 동안 엎어둔 술통을 뒤집어 물을 채우고...
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죠.

 

겨울이 끝나자마자 종묘원을 돌아보지요.
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좋은 종묘원들이 많이 있어

 그곳을 찾아다니며 올해 심고 싶은 묘목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해서랍니다. 

 

 

종묘원에서 집에 돌아와 차를 마시고 나면
해질 무렵까지 묘목을 땅에 내리는 작업을 합니다.
시간이 없을 때나 비가 많이 올 때에는
집 안에 넣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닭장으로 가는 통로를 확보하기에도 벅차지요.

 

지난주에도 매사추세츠 주의 종묘원에서
디기탈리스, 아이리스, 하늘매발톱, 클레마티스, 패랭이, 초롱꽃, 가막살나무, 샤스타데이지 등으로 가득 찬 카트를 밀며

종묘장을 나왔더니 지나가는 사람이 말하더군요.
“양이 엄청 많네요. 어디에 심을지 모르는 경우는 없나요?”
나는 대답했지요.
“늘 심을 곳을 정해두고 씨앗을 사기 때문에 괜찮아요. 라고 

 

 

 

정원 디자인을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다만 보기 좋게 심을 뿐입니다.
올해는 이 주변을 통째로 다시 옮겨 심고
참제비고깔과 매발톱을 심을 생각입니다.

 

작년 돌담가의 좁은 길 양쪽에 히아신스를 몇 십 그루 심었어요.
그러나 싹이 난 것은 한쪽 뿐.
들쥐 테이미 윌리가 제 가족을 데리고 와서
돌담을 호텔로 썼던 것 같아요.
그러나 겨울 동안 예상치 못했던 재난은 드문 일이 아니에요.
누가 뭐라 해도 여기는 뉴잉글랜드인걸요. 

 

 

맨발로 땅 위를 걷는 감촉이 정말 좋아요.
겨울이 끝나고 맨발로 다닐 수 있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리곤 하지요.

 

올 겨울에는 패랭이를 다른 곳으로 옮겼어요.
사과나무 아래에 샤프란 싹이 나왔어요.
여기에 구근을 묻은 것은 쥐 아니면 다람쥐일 테지만,
비료는 내가 줘야 하지요. 

 

 

집 뒤에 있는 멋진 접시꽃은 어머니가 키우던 것.
코네티컷 주에서 뉴햄프셔 주의 집 그리고 버몬트 주의 현재 집까지 늘 함께 랍니다.
지금 비밀의 화원에는
앵초, 양치류, 넝쿨장미, 물망초를 심었습니다.
한 번 와보세요,
풀 뽑기를 마친 산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놀랄걸요.

 

 

오늘은 오전 내내 너무 펴져있는 장미의 가지치기를 했어요.
이제 겨우 돌담이 보이게 되었어요.
그러나 높은 곳은 팔이 닿지 않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해요.
가죽점퍼를 입고 오라고 말하죠. 장미를 심어 놓은 곳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들장미는 겨울 동안
작은 새의 모이가 되는 열매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아주 소중해요.
비둘기 집 바로 남쪽에는
큰접시달리아라는 큰 꽃송이 달리아의 전용장소.
가을이 되면 구근을 캐내어 잘 싸서
봄까지 찬장에 보관합니다.
올해는 이 달리아와 함께 일년초 씨앗을 몇 종류 뿌려보았습니다.
안채에서 헛간까지 가는 도중에는
삼잎국화를 많이 심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몇 달 동안
예쁜 노란 꽃을 피우지요.

 

20년 전 드디어 온실을 만들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겨울에도 꽃을 즐길 수 있어 무척 기쁘답니다.
키 큰 참제비고깔은 지주를 세우지 않고 벽을 따라 심습니다.
그러는 것이 보기 좋거든요.

 

나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신경을 쓸 뿐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게 아닌가요?   
풀을 잘 뽑고 토지의 산성도를 측정해서 필요한 성분을 보충하고,
퇴비를 주는 것입니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연 류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야채밭은 코네티컷 주에서 아들, 딸 시대부터
뉴햄프셔 주에서 손자 손녀를 키우는 시대를 통해
계속 소중한 식량원이며 수입원이었습니다.
물론 버몬트 주에 오고 나서도
내가 먹을 야채나 과일은 스스로 키웠습니다.
지금은 자식들과 함께 키우고 있기 때문에
내가 농사짓는 면적은 30평방미터이지만 점점 힘이 듭니다.
그래서 내년은 반만 지을까 생각 중입니다.

 

난로 위의 4단 책장에는
오랫동안 모은 정원가꾸기와 관련한 책이 빼곡하게 차있습니다.
오래된 책부터 새 책까지
지금도 가끔 꺼내읽고 영감을 얻곤 하지요.
새로운 아이디어는 늘 흥미 있기 때문에
정원 가꾸기는 나의 기쁨이자 즐거움입니다.
힘과 시간이 아무리 들어도 고생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직까지 멋진 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것은 정원 가꾸기를 하는 덕분이랍니다. 
 

 

 

[타샤와의 대화] 이 글은 타샤 튜더의 말(タ-シャ․ テュダの言葉)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출판된 네 권 가운데,『지금이 가장 좋은 때야(今がいちばんいい時よ』(メディアファクトリ-, 2009)에서 일부를 발췌해서 번역한 것입니다. 사진에 관한 저작권은  일본의 출판사 메디아팩토리에 있습니다.

글쓴이 : 남정순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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