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辺 ⓒ 혼다 히사시

마을에 연못이 하나 있었다. 부레옥잠과 작은 부초가 수면을 덮고 가는 줄기의 수초가 우거져있었다. 간신히 들여다본 연못은 어둡고 탁했다.

자그마한 농촌에 물이 부족할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연못이다. 산기슭에 흙으로 제방을 쌓아 흘러들어오는 계곡물을 막은 연못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부자연스러움은 사라졌다. 

여름이 되면 그곳은 아이들에게 좋은 곤충채집장소가 되었다.
나도 성긴 무명천으로 만든 포충망을 메고 매일처럼 연못으로 나갔다.

연못가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한 아이들에 섞여 나비와 실잠자리를 쫓았다. 황모시나비나 제비나비도 찾아다녔지만, 밀잠자리나 실잠자리가 더 좋았다. 특히 가는 초록색 몸통에 검은 날개가 달린 실잠자리가 다른 곤충보다 몇 배 더 마음에 들었다.

연못물과 무성한 수초에 반사하는 빛 속을 어딘가 의지할 데 없이 팔랑팔랑 나는 실잠자리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친근감을 느끼곤 했다. 보통 잠자리는 휙 하고 날아서 공중에서 정지했다가 다시 휙 나는 모습이 마치 헬리콥터 같다. 그러나 실잠자리는 풀잎에서 풀잎으로 팔랑팔랑 낮게 날아다닌다. 그래서 어린 내가 잡기 쉬웠다.

그러나 그것보다 실잠자리의 의지할 데 없는 모습이 나를 매료시켰던 것 같다. 그리고 가는 몸통의 신비로운 초록색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연못에 빽빽하게 자라난 부레옥잠과 부초, 그것에 수초의 초록과 달리 밝게 빛나는 빛을 내뿜는 몸통.

그 빛나는 몸통은 날아다닐 때보다 포충망에서 꺼낼 때 더 빛나서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다.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이 간신히 잡았던 실잠자리는 내 손에서 빠져나가 수초 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가까이에서 같이 곤충채집을 하고 있던 아이들이“바보, 날개를 꼭 잡지 않으니까 도망가는 거야, 라고 놀려대지만 나는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아름다운 녹색을 보았으니까. 저 한 개의 녹색 막대기의 아름다움에 비교한다면 내 손에서 실잠자리가 없어진 것 쯤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 신비로운 초록색을 보기 위해 몇 번이나 실잠자리를 잡았다. 그때마다 초록빛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잠자리를 놓치곤 했다.

비록 실잠자리는 놓쳤지만 빛나던 초록색은 내 뇌리 속에서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