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정순_타샤와의 대화, 세계의 미술관 기행]하루의 시작
• 남정순 2010-05-24

하루의 시작
 

늘 아침 6시쯤에는 일어납니다.
자명종을 맞춰놓은 적은 없습니다.
시간이 되면 닭이 울거든요.
버몬트는 여름에는 섬머타임으로 바뀌기 때문에
닭이 한동안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지만
곧 익숙해져서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 울어준답니다.

한여름 석 달을 빼고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작스토브에 불을 지피는 것.
그 다음에는 동물들을 돌봅니다.

아침식사는 7시 반 쯤 하지요.
메뉴는 홍차와 오트밀 또는 달걀과 집에서 만든 머핀입니다.
집에는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없어 늘 조용합니다.
혼자 살기 때문에
가끔 청소기를 돌리면 청소는 금방 끝납니다.
개털이나 닭 날개의 먼지가 아무래도 쌓이니까요.
새장의 신문지를 바꿔주기도 합니다.
신문은 구독하지 않기 때문에,
아들이나 친구가 지난 신문을 모아 가져다줍니다.
신문을 보는 것은 그 때뿐.
일부러 정치가의 얼굴이 실려 있는 페이지가 위로 향하게 해서
새장에 깔아줍니다.
청소나 새장을 돌보는 것만으로 금방 시간이 흘러 낮이 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점심이 하루 중 가장 성대한 식사를 하는 때지요.
대개 로스트치킨 등을 만들어 며칠 동안 나눠 먹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생선과 고구마입니다.
점심시간에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가 많지요.
고구마는 구워서 먹습니다.
껍질 채 한 시간 정도 구워서 잘 익으면,
스푼으로 속을 긁어 접시에 놓고
버터, 소금, 후추로 맛을 냅니다.
거기다 마늘 짠 즙을 약간 떨어뜨려 먹는 것이
타샤 식입니다.
최근 자주 만드는 디저트는 스노푸딩.
레몬파이와 같은 맛의 상큼한 젤리과자입니다.

낮잠을 자느냐고요?
네, 점심을 먹고 나면 반드시 낮잠을 자지요.
아마도 한 시간 쯤.
오후 네 시 반, 차를 마시는 시간에는 머핀이나 쿠키를 굽습니다.
최근에는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장남 세스와 손자 윈즐로가 함께 한답니다.
세스의 처 마죠리나 윈즐로의 처 에이미가 함께 할 때도 있습니다.

모두가 모여 수다를 떨면서
편하게 보내는 이 시간이 나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저녁은 7시 전에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끝내고 곧바로 잠자리에 듭니다.
겨울에는 10시경까지 침대 속에서 책을 읽기도 합니다.
지금은 윌 듀란트의《세계문명의 이야기》(전 11권)를 읽고 있답니다.
 

글쓴이 : 남정순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Cultureline』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