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좋게 만들 수 있는 직업
1966-7년 버지니아 주 록펠러 포크아트센터에서
내 생애를 집대성한 전시회가 개최되었을 때,
그 규모와 훌륭한 전시에 감동했습니다.
내 작품이 이 정도로 평가받게 된 것을,
부모님과 오빠에게 얼마나 보이고 싶었던지...
가족들은 내 그림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집에 커다란 욕조가 있어 오빠와 나는 종종 함께 목욕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색연필로 우리 배에다 얼굴을 그려주었습니다.
배를 나오게 하거나 들여보내면 얼굴표정이 바뀌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지요.
그래서 나도 화가가 되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즐겁습니다. 풍경과 인물은 느낀 대로 그리면 됩니다.
화가라는 직업의 장점은 신의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대로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점입니다.
어머니가 주신『웨이크필드의 목사』라는 책의 휴․ 톰슨의 삽화에 매료되어
나도 삽화를 그리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어머니도 화가였던 영향이 컸습니다.
내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은,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어 즐거운가요?” 라고 말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는 그림을 팔려고 그립니다.
생활하기 위해, 먹기 위해, 그리고 구근을 사기 위해서 말입니다.
내 그림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두고 그림을 그리는 점입니다.
소젖은 어떻게 짜는지, 말은 어느 쪽으로 타는지,
건초더미는 어떻게 만드는지 조사하고 나서 그림을 그립니다.
등장인물은 손자손녀와 친구들이며, 풍경은 우리 집 주변의 경치.
꽃들도 나의 정원이나 들판에 피어있는 것입니다.
주변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모델이 되는 동물을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나는 동물은 동물답게 그리고 싶습니다. 만화처럼 그리고 싶지 않습니다.
이 점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냉장고는 현대의 멋진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지하냉장고는 사고로 죽은 쥐와 두더지의 영안실.
모델이 필요할 때, 살짝 꺼내봅니다.
초록이 무성한 풍경에 비해 설경을 그리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풀과 나무의 초록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보고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사진은 카메라가 본 모습이지 내가 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때뿐입니다.
호랑이를 그려야할 때는 어쩔 수 없지요.
뉴햄프셔 주에서 오래된 농가를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이런 집을 찾고 있었어!”
사람들은 내가 머리가 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손질을 하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안락한 집이 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옛날부터 버몬트 주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한 일은 반드시 실행하는 나, 드디어 꿈을 실현시켰습니다. 삼 년이 걸렸지만요.
버몬트 집의 모델로 고른 것은, 뉴햄프셔 주의 콩코드에 있는 친구 집으로,
1740년에 지어진 농가였습니다.
아들 세스가 200년 전과 거의 같은 방법으로, ‘새롭지만 오래된 내 집’을 지어주었습니다.
내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코기빌마을의 축제』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버몬트의 토지는 이 책의 인세로 구입했습니다.
이 책은 밑그림부터 채색한 원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해 쓴 것으로, 서랍에 넣어둔 채로 3년이나 방치했었지요.
다른 사람들이 읽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원을 만들기 전, 현관을 나오면 바로 아래가 4미터 정도의 급경사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짐 헨릭이라는 석공에게 공사를 부탁했습니다.
주변에서 가장 솜씨가 좋다고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나타나질 않는 겁니다.
그래서 “짐 헨릭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분께 사례하겠습니다.”라고 쓴
커다란 포스터를 우체국의 눈에 잘 띠는 장소에 붙여두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짐 헨릭이 그의 아들과 함께 달려왔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근사한 정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나는 상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겁쟁이여서 현실을 보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웰슈 코기라는 강아지가 내 집에 오고 나서,
내 작품에 코기가 등장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코기는 나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일생은 짧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다니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까?
[타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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