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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鳳巖寺靜眞大師圓悟塔)
  • 엄원식 2010-01-29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鳳巖寺靜眞大師圓悟塔) 
  “구산선문 희양산파의 선풍, 정진(靜眞)에서 시작되다”           
                                                                       

 봉암사 정진대사원오탑은 정진대사가 입적한 해인 956년(고려 광종7)과 정진대사원오탑비가 세워진 965년(고려 광종16)에 걸쳐서 10여년의 세월을 두고 세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부도는 봉암사 경내에서 벗어난 사찰 입구 북쪽 산 중턱 가까이 능선 위에 있어 산세의 배경과 아울러 경승지를 택하여 건립되어 시원한 경관을 보장해 주고 있다.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 전경


882년(신라 헌강왕 8) 지증대사가 입적을 하고 난 뒤 몇 해 지나지 않아 봉암사는 언제, 누구에 의해 그랬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일순간에 폐허로 변해 버렸다. 어쩌면 절이 들어서지 않으면 이곳은 도적의 소굴이 되겠다던 지증대사의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정진대사에 의해 중건되기 전까지의 시대는 매우 혼란한 시기였으며, 지역별로 힘 있는 군웅이 할거하던 후삼국의 격전장이었다. 「삼국사기」에 후백제 견훤왕이 그의 고향땅 가은을 공격했다가 실패하고 돌아간 것은 929년(신라 경순왕 3) 10월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때의 전투상황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기록이 없다. 이러한 와중에 봉암사가 언제, 누구의 손에 의해서 불타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그로부터 6년 뒤인 935년(신라 경순왕 9)에 봉암사를 다시 크게 일으킬 정진대사가 당도하게 되니 봉암사의 중흥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정진대사는 신라 헌강왕 4년(878)에 출생하여 고려 광종 7년(956)에 입적한 선승으로 25년간 입당(入唐), 수학한 후 선풍을 크게 진작시켰다. 봉암사를 다시 중건한 정진스님의 부도인 원오탑은 봉암사 초입 산중턱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산세와 조화를 이루어 시계가 확 트인 곳에 부도를 조성하여 언제든지 산 아래를 굽어 볼 수 있는 부도는 고려초기의 양식이다. 부도의 형식은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에 이르기까지 8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한 8각원당형의 기본형을 따르고 있으며 8각은 곧 원형을 상징한다. 여기에는 완벽한 서방정토세계를 현현(顯現)하려는 장인의 서원이 담겨 있다.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 세부

 

탑의 형태로 보아 앞서 입적한 지증대사의 적조탑을 모방한 것으로 추정이 되나 규모면에서는 원오탑이 약간 크게 보일 뿐만 아니라 자리 잡은 장소가 사방을 두루 살 필수 있는 좋은 장소 선택과 건립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 탑은 또 비각이 없이 자연과 조화를 이뤄서인지 시원하고 날렵해 보인다. 탑이나 비석은 역시 자연 상태로 있어야 보는 맛이 나지, 비각 안에 놓여 있으면 왠지 갇혀 있는 것 같아 답답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높직한 지대석으로터 옥개석 상륜부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곳 흠 잡을데 없는 조각솜씨에 경건함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하대석은 2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래의 각 면에는 1구씩 안상(眼象)이 조각되었고 그 내면에는 꽃문양이 장식돼 있다. 그 상단에는 떠다니는 구름문양이 새겨진 갑석(甲石)이 놓여 있다.


갑석위에는 다시 구름이 무리를 지어 떠다니는 문양이 가득하게 조각된 1단의 괴임대가 있고 그 위 각 모서리에는 원주형을 모각했다. 표면에는 또한 구름문양을 새겨 넣었다. 갑석과 괴임대로 인해 부도는 언제나 구름위에 떠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각 면에 특이한 형태의 안상 1구씩을 조각한 중대석은 앞면 한곳에 사리합(舍利盒)과 보개․보주 등이 새겨져 있을 뿐 대체로 단순하다. 하단에 16개의 앙련(仰蓮:위로 보는 연꽃잎)을 새겨 넣은 상대석 부도의 중앙을 이루고 있으며 그 위로 모서리기둥과 난간이 조각된 괴임대가 탑신을 받들고 있다. 각 면에 문비가 새겨진 탑신은 자물쇠가 조각된 것을 빼고는 별다른 문양이 없으며 기와골을 한 옥개석 위의 상륜부는 연꽃봉우리의 앙화석(仰花石)과 보륜(寶輪)하나 이외에는 부재가 남아있지 않다. 105년 전 원오탑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상륜부분의 일부로 추정되는 석재가 주변에 남아 있어 향후 보수 공사시 원형대로 복원을 해야 할 것이다.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 현재전경(좌)  105년전 봉암사정진대사원오탑(우)

 

글쓴이 : 엄원식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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