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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영_종가이야기]한산이씨 수은종택 (韓山李氏 睡隱宗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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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이야기
한산이씨 수은종택
(韓山李氏 睡隱宗宅)
글. 박장영
❙ 종택이 있는 곳
한산이씨 수은종택(韓山李氏 睡隱宗宅)은 안동에서 5번 국도를 따라 대구 방면으로 15㎞ 정도 가면 좌측 고운사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있다. 이곳은 안동시 망호리로 예전에 소호리라고 했다. 수은종택은 망호리 마을 안쪽에 서향하고 있으며, 나지막한 마을의 지붕 속에 큰 기와집의 형태를 도로에서도 볼 수 있어 마을의 운치를 돋운다. 한산이씨 수은종택은 대산종택(大山宗宅) 바로 앞에 있다.
❙ 당호의 유래
관가당(觀稼堂)은 수은종택 사랑채의 이름이다. 관가당은 이태화(李泰和)의 호로 수은 이홍조(睡隱 李弘祖) 의 증손이자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의 아버지이다. 관가는 농사짓는 것을 본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옥정(漱玉亭) 정자도 넓은 들판 중앙에 위치하여 정자에 오르면 서쪽의 넓은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혹자는 관가의 뜻을 곡식이 자라는 것을 보듯이 자손들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고도 한다.
❙ 한산이씨 내력과 안동 입향
한산이씨의 본관은 같으면서 각기 시조를 달리하는 두 계열이 있는데 안동에 세거하는 한산이씨는 고려 중엽에 호장을 지낸 이윤경(李允卿)을 시조로 하는 호장공계(戶長公系)이다. 이윤경의 6세손 이곡(李穀)은 문과에 급제하고 벼슬이 도첨의찬성사(都僉議贊成事)에 올라 한산군(韓山君)에 봉해졌고, 이곡의 아들 이색(李穡)은 홍건적의 난 때 왕을 호종하여 세운 공으로 한산부원군(韓山府院君)에 봉해졌으므로 후손들이 한산을 본관으로 하였다. 다른 한 계열은 고려 때 문과에 올라 권지문하사사를 지낸 이윤우(李允佑)를 시조로 하는 권지공계(權知公系)이다.
안동의 한산이씨는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10세손 수은 이홍조가 광해군 때 안동에 정착한 후 후손들이 세거하면서 형성된 가문이다. 이색의 손자로 세종 때 좌찬성(左贊成)을 지낸 이맹진(李孟畛)의 7세손 해산 이문영(海山 李文英)은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의 사위로 찰방 벼슬을 지내다가 31세에 졸했다. 이문영의 아들 이홍조는 광해군 때 대북파의 전횡으로 정국이 어지럽게 되자 출세의 뜻을 버리고 외가가 있는 안동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일직면 망호리에 정착한 이홍조는 병자호란 때 의병장에 추대되고 양인현감을 지냈으며 아들 이제(李濟)는 운천 김용(雲川 金涌)의 손서가 되며 증손 이태화(李泰和)는 밀암 이재(密庵 李栽)의 사위가 되었다. 이태화의 아들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은 이재의 문인으로 문과를 거쳐 예조참의(禮曹參議)를 지냈으나 학문을 탐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는데 진력하여 퇴계학통을 계승한 영남 유학의 거봉으로 추앙받는 학자였다.
이상정의 아우 소산 이광정(小山 李光靖)도 이상정과 함께 수학하며 학문적으로 크게 성취하였고, 재종 이현정(李顯靖)은 문과를 거쳐 교리를 지냈다. 이상정의 아들 간암 이완(艮庵 李埦)도 정조 때 문과를 거쳐 교리(校理)를 지냈으며, 이광정의 아들 이우(李偶)는 장헌세자(莊獻世子)의 신원을 청하는 영남 선비들의 만인소에 소수(疎首)로 추대되기도 하였다.
안동의 한산이씨는 일직면 망호리·명진리·원리 일대에 60여 호가 세거해 오고 있다. 수은종택(睡隱宗宅)과 이홍조가 독서하던 수옥정, 한산이씨 대산종가가 일직면 망호리에 있고 이색의 초상화도 수은종택에 모셔져 있다. 일직면 원리에 이색과 이홍조를 제향한 서산서원(西山書院)이 있고 남후면 광음리에 이상정을 제향한 고산서원(高山書院)이 있다.
❙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수은종택은 암벽으로 병풍을 두른 대석산(大夕山) 남쪽 기슭을 배경으로 일직면 망호리의 광활한 들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수은종택이 자리한 망호리는 멀리 황학산(黃鶴山)에서 근원하여 의성 옥산(玉山)을 거친 미천(眉川)의 냇물이 마을을 안아 굽이치고, 들녘 서남쪽에 오산(烏山), 동남쪽에 향로봉(香爐峰)의 연맥이 그림처럼 에워 안동에서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이다.
수은종택은 전형적인 ‘ㅁ’자형으로, 방위는 서향(西向)이고 원래는 행랑채가 건물 정면인 서쪽에 있었으나 지금은 남쪽에 있다. 기단도 원래 자연석이었으나 1980년대에 화강석으로 다시 쌓고 위에 시멘트를 발랐다. 사랑채 기단은 65㎝로 가장 높고 안채 기단은 45㎝이며, 나머지 기단은 30㎝ 정도 된다. 이러한 기단 위에 자연석 주초를 놓고 각주를 세웠다. 안채 대청은 4칸 반이고, 마루는 우물마루이며 상부는 *오량가로 *판대공을 사용했다. 천장은 연등천장이고, 판벽에는 *시렁이 있다. 안채 마루 벽은 판벽이고, 문은 쌍판문이며 *머름중방이 설치되어 있다. 안방은 2칸이고, 정면에 쌍띠살문이 있으며 머름중방도 설치되어 있다.
*오량가 : 다섯 개의 도리로 짠 지붕틀로 지은 집.
*판대공 : 두꺼운 널빤지로 만든 대공.
*시렁 :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하여 방이나 마루 벽에 두 개의 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 것.
*머름중방 : 바람을 막거나 모양을 내기 위하여 미닫이 문지방 아래의 널조각을 덧대서 꾸민 머름 위로 길게 건너지른 나무.
또한 쌍띠살문과 띠살문이 있으며 부엌 위에 유상고(다락방)가 있다. 건넌방은 2칸으로 마루 쪽으로는 사분합문이 2개 있어서 이 문을 열어 들어 올리면 안채 대청마루와 함께 넓은 공간이 된다. 이 건넌방에도 쌍띠살문이 2개 있고 머름중방이 설치되어 있으며 뒤로 툇간이 있다. 또한 안방과 대청 및 건넌방 뒤에는 폭이 65㎝되는 쪽마루가 있다. 사랑방은 2칸 반인데 정면과 측면에 쌍띠살문이 3개 있고 머름중방도 설치되어 있으며 사랑마루 쪽으로는 사분합문 2조가 설치되어 있다. 사랑마루는 3칸인데 평면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칸은 열린 공간이고 1칸은 사분합문으로 차단되어 있다. 사랑마루는 우물마루이고 상부는 오량가에 판대공을 사용했으며 천장은 연등천장과 우물반자로 되어 있다. 이 마루 옆에도 1칸의 방이 있다. 사랑방과 사랑마루는 모두 6칸 반인데 중간 중간에 설치된 사분합문을 열어 들어 올리면 모두 한 공간이 된다.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1칸인데 종택 건물 오른쪽에 있다.
❙ 관련인물
1) 이홍조(李弘祖, 1595-1660)
수은 이홍조는 조선 중기 안동 지역에서 활동한 문신이자 의병장이다. 본관은 한산이고 자는 여곽(汝廓)이며, 호는 수은(睡隱)이다. 할아버지는 이대형(李大馨)이고, 아버지는 찰방을 지낸 해산 이문영이며, 어머니는 서애류성룡의 따님이다.
1595년(선조 28) 10월 17일에 전라도 함열군(咸悅郡, 현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태어났다. 본가는 경성(京城) 낙선방(樂善坊, 현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인데 임진왜란 때 전란을 피해 할머니 남궁씨(南宮氏)의 고향에서 잠시 살았던 때 태어났다.
4세에 아버지를 잃고, 6세 때는 형 연천공(漣川公)에게 보내졌으며, 8세 되던 해에는 모친을 따라 외가인 안동 하회에 가서 외조부 서애 류성룡에게 글을 익혔다. 이후 13세부터는 막내 외숙인 수암 류진(修巖 柳𥘼)에게 본격적으로 배우며 학문과 덕행을 익혀 나갔다. 이후 과거 공부를 위해 한양에 올라왔으나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다시 안동으로 내려와 빙계서원에서 자연과 서책을 벗하며 울적한 마음을 달랬다. 인조반정 이후 몇 차례 향시에 합격했으나 한양에서 치르는 성시에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636년(인조 14) 43세 때 병자호란이 터져 인조가 남한산성에 포위되자 안동 인사들의 추대로 의병장이 되어 의병을 모집하였다. 서둘러 의병을 이끌고 길을 재촉하는 도중 참판 전식(全湜)이 영남의병대장이 되어 문경 고을에 머물고 있음을 듣고 문경으로 달려갔다. 함께 군사를 모의하고 의병을 격려하고서 남한산성을 향해 행군을 서두를 즈음 적에게 항복하여 남한산성의 포위가 풀렸음을 듣고 군사를 해산하고 돌아왔다. 1638년(인조 16) 영남 의병대장이었던 전식의 천거로 자여도찰방(自如道察訪)과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를 역임하였다. 1646년(인조 24) 당쟁으로 세상이 들끓자 관직에서 물러나 났는데, 이때 집안의 곡간이 텅텅 비어 있었다. 노자로 쌀 두어 말만을 전대 속에 담고 홀연히 안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후 번다한 세상사의 굴레를 벗어나 산수를 소요하며 물고기와 새들을 벗하며 여생을 유유자적하였다. 1656년(효종 7) 사포서별제(司圃署別提)에 제수되었으나 사양하고 부임하지 않았다. 1660년 향년 66세로 진보(珍寶)의 방전촌에서 세상을 떠났다. 문집으로 ≪수은집(睡隱集)≫이 전해지고 있다.
❙ 전하는 이야기
1) 승려가 잡아 준 묘터
수은 이홍조가 낙향하기 전에 외할아버지 서애 류성룡을 만나 자주 세상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수은은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외할아버지를 만나 세상사를 논의하고 길을 가다가 노승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보고 외면할 수 없어서 집으로 모셔서 극진히 간호하자 노승은 얼마 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렇게 일어나신 것만으로도 갚으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수은은 노승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주셨는데...소승은 가진 것이 없고 재주도 없지만 그래도 풍수를 조금 볼 줄 아니 선생의 묏자리를 보아 드리면 어떨까요?”
하며 노승은 수은에게 청했다.
“아직 몸도 완쾌하시지 못하셨는데,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수은은 극구 사양하자 노승은 수은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터라는 것은 원래 임자가 따로 있는 법이랍니다. 제가 잡아 드린다고 해서 꼭 선생의 터가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집안의 기운을 보니 머지않아 큰 인물이 나올 듯 해 제가 알려드리지 않는 것도 저를 구해주신 분에게 예의가 아닌 듯 하니 사양하지 마십시오.”라고 하면서 앞서서 걸어갔다. 수은은 노승의 청을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길을 따라나섰다. 노승이 잡아준 묘터는 일직면 명진리였다.
후에 수은이 사망하자 맏아들 효제와 그 후손들은 노승이 잡아 준 자리에 그를 모셨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퇴계학파의 적통을 이은 대학자 대산 이상정이 탄생하게 된다.
2) 큰집을 대산에게 주다
수은 이홍조는 1646년 당쟁으로 세상이 들끓자 사직하고 노자로 쌀 두어 말을 가지고 안동부 일직현 소호리(蘇湖里)에 와서 현재 수은종택 자리에 집을 짓고 유유자적하며 지냈다. 지금 이 마을에는 소 씨가 없으나 예전에는 소 씨가 많이 살았다. 소호(蘇湖)는 소 씨의 호수를 뜻하는 말로 관련된 일화가 있다
소씨가 이 연못에 집을 짓고 살려고 했으나 집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아 마음을 쓰고 있던 어느 날 대산의 생부인 관가당 이태화가 잠을 자는데 한 백발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소 씨가 상량도 안 되는 집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사서 집을 지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꿈에서 깬 관가당은 그 터를 사서 연못을 메우고 집을 지으니 지금의 대산종택이다. 이 집은 대산 이상정이 태어난 집이긴 하나, 대산 선생의 큰 집이다. 훗날 대산이 큰 인물이 되자 이 집을 대산에게 물려주고, 큰 집인 수은종택은 현재 자리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