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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

  • [혼다 히사시_말없는 자연 앞에서]강가에서
  • 혼다 히사시 2009-11-24

▲ 川のある風景 ⓒ 혼다 히사시

 

구부러진 뱀과 닮아 강은 빛의 비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억 만개의 비늘은 그 수만큼 하늘을 비추며 빛난다.

 

강은 구부러진 긴 거울을 가지고 있다. 그 거울로 구부러진 하늘을 비춘다. 해안가의 수풀이나 흙으로 쌓은 제방을 비춘다. 움직이지 않는 산이나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구름을 비춘다. 인간의 삶 바로 옆에서 인간의 삶을 위로하거나 위협한다.

 

강은 천 개의 혀를 끊임없이 바다에 담근다. 호수를 핥고 있다.
강은 가늘고 긴 꼬리를 산 속에 있는 샘에 담근다. 물의 뿌리를 적시고 있다.
강은 물고기를 기른다. 새나 짐승도 기른다. 체모 같은 이끼나 수초를 내부에서 살랑거리게 한다. 바위나 작은 돌이나 자갈을 품고 있다.
강은 더러움을 스스로 정화하며, 때로 격렬하게 노래하고 때로는 조용히 흥얼거린다.
탄식한다. 그러나 결코 자신은 말하지 않고 침묵한다.

 

나는 강의 침묵을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그러면 빛의 소리가 들린다. 강 속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수초의 수런거림도 들린다.
이윽고 물고기 무리의 소리가 들려온다. 강바닥에서 돌 소리가 들려온다. 강의 수면에 거꾸로 비친 산의 낮은 목소리도 들려온다. 물 위에 펼쳐진 하늘에 원을 그리며 날고 있는 매의 소리도 들려온다.

 

그 소리들에 자극받아서 한낮에는 보이지 않는 별들이 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친했던 죽은 자의 수다 떠는 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강은 내 속을 흐르고 있다. 나는 흐름 속에 살고 있다.
강이 출령이면, 하늘도 나도 함께 출렁인다.

 

글쓴이 : 혼다 히사시(本多寿)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판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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