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碑) 1
• 엄원식 2009-11-24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碑) 1
"우리나라 금석문의 최고봉“
                                                              

지증대사의 생애와 신라불교 선종사(禪宗史)를 한 눈에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치원(崔致遠: 857~?)의 사산비문(四山碑文) 중 하나로 잘 알려진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碑)’는 보물138호(1963.1.21)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금석문 중에서 형태와 내용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 3월 국가지정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시키기 위한 절차를 거쳐 현재 문화재청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문경에는 국보 문화재가 한 점도 없어 우리지역 문화의 우수성과 수준을 한층 더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둔한 우리의 무관심 속에 적조탑비는 오랜 세월을 관용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늘날 우리가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침묵으로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진성왕 7년(893) 무렵 최치원이 글을 짓고 당시 경주 분황사의 노스님이셨던 혜강(慧江)이 쓰고 새겼으며,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지만 한참 뒤인 경애왕 1년(924)에서야 건립되었다. 귀부(龜趺:돌거북 모양의 커다란 받침돌)와 이수(螭首:비석 윗면의 덮개돌)를 완전히 갖추고, 귀두(龜頭)는 한 개의 뿔을 장식한 용두형(龍頭形)으로 되어 있다. 앙련(仰蓮:연꽃이 위로 향한 모양을 새긴 대좌)과, 여덟 마리의 용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것 같은 모습을 장식한 매우 섬세하고 특이한 이수를 비신(碑身)위에 갖추고 있는 통일신라의 최성기(最盛期)의 석비로서, 높이는 2.73m, 너비가 1.64m로 비문에 새겨진 글자만 하더라도 무려 13,500자가 넘는다. 석재는 점판암이며 남해에서 운반해 온 해중석(海中石)으로 조각된 우리나라 유일의 것으로, 당시 후삼국시대의 혼란기와 교통여건을 감안하면, 이런 대형 석재를 천리가 넘는 봉암사까지 운반해온 당시 불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에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비문은 신라 불교사를 세 시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3기에 관한 서술은 일종의 신라 하대 선종사에 해당한다. 특히 도헌(道憲)은 일찍이 신라 사회에 수입된 북종 선을 계승하고 있었으므로, 신라 하대가 되어서야 중국에서 들어오기 시작하는 남종 선과는 구분된다. 그리고 주인공인 도헌 외에 당시에 활약한 상당수의 선종 승려의 이름을 전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 비문은 신라 시대 선종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료이다. 또한 도헌의 행적을 열 두 항목으로 나누어 서술한 최치원의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 중국 당나라 법장화상의 생애에 관련된 기록으로 효공왕 8년 (904년)에 지음)과 함께 이 비문의 특색은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사산비문(또는 ‘四山碑銘’이라고 함)이란 최치원이 당대 고승의 행적이나 신라 왕가의 능원(陵園)과 사찰에 관해 기록한 것이다. 시기에서『삼국사기』,『삼국유사』에 앞설 뿐 아니라, 다른 전적에서 볼 수 없는 역사사실이 많아 한국학 연구의 필수적인 금석문이다. 4개의 비문 모두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중국의 육조(六朝)와 당나라 때 성행한 ‘변려문’을 넉자와 여섯 자의 對句로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이 쉽지 않아 예로부터 많은 해설서가 나왔다. 사산비문은 지증대사 적조탑비와 경남 하동의 쌍계사진감선사대공탑비(887년, 국보47호), 충남 보령 만수산 성주사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890년, 국보8호), 경주 초월산 대숭복사비명(886년)이다. 

▲ 쌍계사진감선사비		▲ 성주사낭혜화상비		▲ 숭복사비 (비신편과 귀부)

글쓴이 : 엄원식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