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안동「길안장」
- 강병두
안동 「길안장」
도회지와 달리 시골에서 사는 우리들은 겨울을 일러 농한기라 칭한다. 농사를 주업으로 삼고 있기에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여름에 정성을 쏟아 부어 가을에 결실을 맺음으로 1년의 농사가 끝남을 안다. 겨울에는 다가오는 봄을 맞을 채비를 하기에 약간의 여유도 부릴 줄 아는 계절이고 농사일을 잠시나마 쉬기에 농한기라 부르는 것이다.
시골의 장이라야 사시사철 똑같은 모습을 연출 한다지만 그래도 여유로움을 담고 사는 모습이 그리워 겨울날 길안장을 찾아본다. 이장님의 부인인 홍여사가 운영하는 방앗간을 겸한 점빵에선 바르게살기회원이신 박여사와 김여사, 김씨 등이 모여 재래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여념이 없다.
‘관이나 정치인들은 뭐하나 몰라! 우리도 좀 살게 해 조야지. 차가 있응께 마카다 시내 갔뿌고, 툭하면 시골 도로가 깨끗해야 한다꼬 도로에 물건 내노면 들라라 카제 몬살따!’
재래시장은 펼쳐야 사람들이 온다는데 환경정화라는 명목 하에 펼침을 막아 놓으니 답답한 것이다. 이구동성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모양이다. 하긴 평생을 가족처럼 함께 살아왔을 테니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것이다.
생선장사 김군은 낮술에 벌써 거나해졌나보다. 홍조를 띤 얼굴로 손님들에게 농을 걸며 고기물이 좋다며 곁눈질 치며 쌈지 돈을 털고 있다. 고등어 한손 들고 가는 손의 저녁밥상은 푸짐할 것이다. 오대리서 나온 안동김씨 할매와 경주김씨 할매는 장사완 상관없이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장날을 즐기는 눈치다. 이발소 할배 박씨는 30여년을 한자리에서 오가는 손들의 머리를 만진다며 머리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거지를 짐작할 정도라니 신들린 터줏대감임에는 틀림없나보다. 경북의 장터 기행 출발은 이렇게 길안장에서부터 시작되나 보다.
- 글쓴이 : 강병두
-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