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박장영_종가이야기]풍산김씨 종택
- 박장영(jangypark@korea.kr)
▲ 풍산김씨 종택
1. 종택이 있는 곳
풍산김씨 종택은 안동시 풍산읍 오미1리 233번지에 있습니다. 안동에서 34번 국도를 따라 풍산을 지나 예천방면으로 4.5㎞ 가서 예천군 호명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1.8㎞ 정도 들어가면 오미동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이 보입니다.
2. 당호의 유래
유경당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잠암 의정 선생의 당호입니다. 잠암 선생은 인종이 승하하자 애통해하며 병으로 인한 피접을 청하고 고향에 돌아와 생활하였습니다. 이때 운학(雲鶴)을 벗 삼아 소요자적하면서 스스로 잠암(潛巖)이라 했습니다.
유연당은 잠암 선생의 손자인 대현공의 당호로 편액은 현재 영주시 휴천동에 있는 망와종택에 게판되어 있습니다. 선생은 도연명의 아취(雅趣)를 좋아하여 도연명의 시구 중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에서 의미를 취해 호로 삼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집 전체를 가리킬 때는 유연당 종택이라고 하고 종택의 윗사랑채를 이르는 당호는 유경당이라고 합니다.
3.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
▲ 평면도
이 종택의 건물 구성은 몸채인 ㅁ자집과 그 좌측에 있는 사랑채, 사당, 문간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ㅁ자 집의 안채는 12칸으로 부엌이 2칸, 안방이 3칸, 대청이 5칸, 상방이 2칸입니다. 안채의 기단은 1m 높이로 자연석 쌓기를 했고 마루는 우물마루를 깔았으며 천장은 연등천장으로 꾸며 눈썹 반자를 붙였습니다.
사랑채는 6칸인데 방이 3칸, 누마루가 3칸입니다. 사랑채는 자연석 기단을 1m 쌓고 그 위에 자연석 주초를 놓고 각주를 세웠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집입니다. 대청은 바닥에 우물마루를 깔고 천장은 연등천장으로 꾸미고 눈썹 반자를 달았습니다. 좌측 4칸 반은 대청이고 우측 1칸 반은 겹방을 만들었습니다. 대청과 방이 접하는 벽면에는 쌍여닫이띠살문과 여닫이띠살문을 달았고 방의 전면에도 쌍여닫이띠살문을 달았습니다. 건물의 외벽은 판벽과 흙벽으로 되어있고 대청은 중방과 하방 사이를 판벽으로 처리하여 쌍여닫이널판문을 달았고 방은 흙벽처리 하였습니다.
문간채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홑처마 맞배지붕 건물로 중앙에 쌍여닫이널문으로 대문을 달고 그 좌우에 방과 광을 꾸몄습니다.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집으로 전면에 반 칸의 퇴를 만들었습니다. 전면의 퇴기둥은 원주이고 나머지는 각주입니다. 사당내부의 바닥은 우물마루를 깔고, 천장은 연등천장이며 뒷벽과 좌측 벽에 설단을 하여 감실을 올려 두었습니다.
4. 관련 인물
1) 유경당 김의정(金義貞)
선생의 자는 공직(公直)이고, 호는 잠암(潛庵) 또는 유경당(幽敬堂)이라고 하였습니다. 본관은 풍산이고, 공조참판을 지낸 양진(楊震)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8세에 글을 지었으며, 1516년(중종 11) 사마시에 입격하고, 1526년(중종 21)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홍문관정자에 이어 수찬 · 정언 · 세자시강원 사서를 지냈습니다. 1530년 김안로(金安老)의 일파인 홍린(洪鱗)의 무고로 파직되었다가, 김안로가 실각하자 1539년 공조좌랑에 임명되고, 훈련원부정 · 종부시첨정을 역임하다가, 인종이 죽자 사직하고 귀향하였습니다. 뒤에 이조판서로 추증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힘써 늘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으며, 특히《소학》을 평생 동안 애독하였고 학문하는 방법은 오직 효제(孝悌)임을 강조하고《주자가례》의 실행에도 힘썼습니다. 저서로《잠암일고(潛庵逸稿)》5권이 있습니다.
2) 유연당 김대현(金大賢)
본관은 풍산(豊山)이고, 자는 희지(希之), 호는 유연당(悠然堂)입니다.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났으며, 장례원사의 농중(農中)의 아들입니다. 성혼(成渾)에게 학문을 배워 1582년(선조 15) 사마시에 합격하였습니다. 이후 누차 천거되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고, 1590년 영주의 이산원 원장을 지냈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경상도 안집사(安集使) 김륵(金玏)의 휘하에 들어가 의병활동을 하였습니다. 1595년 이덕형(李德馨)과 김륵의 추천으로 성현도찰방에 임명되고 이어 상의원직장 · 예빈시주부 등을 거쳐 1601년 산음현감으로 재임하던 중 병사하였습니다. 지방관으로 있을 때 문묘를 중수하고 기민을 구제하였으며 향촌교육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뒤에 이조참판에 추증되었고, 경북 영주의 구호서원(鷗湖書院)에 위패가 봉안되었습니다. 시문집으로 《유연당선생문집》 4권 2책이 있습니다.
5. 전하는 이야기
풍산읍 오미동은 뒤로 학가산의 한 갈래인 죽자봉을 배산으로 하고, 동(東)으로는 아미산을 좌청룡으로 삼고, 서(西)로는 도인산을 우백호로 삼은 명당터에 자리한 풍산김씨 500년 세거지입니다. 풍산 김씨가 이곳에 정착하기는 조선 초기 시조 문적(文迪)공의 8세손 자순(子純)공 때부터입니다. 이때에는 마을 이름을 다섯 가닥의 산줄기가 뻗어 내려 있다고 해서 오릉동(五陵洞)이라 불렀습니다. 그 후 의정(義貞) 공이 을사사화 후에 낙향하여 오무동(五畝洞)으로 고쳤는데 능이란 글자가 언덕을 뜻하지만 임금의 무덤을 뜻하기도 해서 이랑 무(畝) 자를 넣어 오무(五畝)로 고쳤습니다. 그 후 의정공의 손자인 유연당(悠然堂) 대현(大賢)공의 아들 8형제가 모두 진사에 이르렀고 그 가운데 5형제는 문과에 급제하자 인조 임금이 팔연오계(八蓮五桂)라 하여 오미동이라는 지명을 하사하게 되자 오미동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유연당 대현공은 아들만 9형제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아들을 낳은 것도 천복인데 모두 재기가 출중하고 총명이 남보다 뛰어나 인근 마을 사람들도 칭찬이 자자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막내아들이 제일 영리하여 내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습니다. 이 때 안동부사는 자식이 없어 적적한 나날을 보내던 중 김씨댁의 9형제 이야기를 듣고 그 중 총명하고 귀여운 막내아들을 데려다 훌륭히 기르겠다고 간곡히 청하여 마침내 막내아들은 부사댁에서 명문자제로 귀하게 자라게 되었습니다. 하나를 배우면 백을 통하는 총명에다 깍듯한 예의범절과 부모에게 대하는 깊은 효심도 있어 부사는 친아들처럼 사랑하였으며 이동할 때 마다 데리고 다녔습니다.
몹시 무더운 여름 어느날 막내아들은 더위를 식힌다고 낙동강에 뱃놀이를 나갔습니다. 영호루 앞에서 뱃놀이를 즐기다가 호기심에 사람이 없는 깊은 곳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물살이 세어지자 노젓는 손에 균형을 잃어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양아들을 잃은 부사와 온 마을 사람들은 매우 슬퍼했습니다. 특히 아우를 잃은 나머지 형제들의 슬픔은 더더욱 컸습니다. 그들은 열심히 글을 읽어 훌륭한 인재가 되는 것이 아우의 죽음에 대한 형제의 정이라 생각하여 학업에 더욱 열중하였습니다.
드디어 한 과거에서 5형제가 다 같이 급제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사스런 소문이 전국에 퍼지니 이를 시기한 무리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임금께 무고(誣告)를 했습니다. 5형제가 동시에 등과한 것은 불길한 징조이며, 그곳은 필시 보통 지형이 아닐지니 이를 그냥두면 역모가 날 것이옵니다. 처단하여 원화소복하기를 바라옵니다.고 임금에게 연일 상소를 올렸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처음엔 시기하는 무리의 참소라고 생각했으나 그 횟수가 잦아지자 마음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임금은 당시 풍수지리에 뛰어난 지관을 밀파하여 자세히 조사하도록 하였습니다. 밀령을 받은 칙사가 안동에 와서 지형을 조사해 보니 역모의 땅 같지는 않았으나 어명인지라 김씨네 선조의 묘지를 파보기로 했습니다. 무덤을 반쯤 팠을 때 이상하게도 붕어 세 마리가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오르더니 저만큼 나가 죽었습니다. 다른 한 마리는 갯가에 뛰어나가 죽었고, 마지막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이를 괴이하게 생각한 지관은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니 명산혈이 산줄기를 타고 뻗었는지라 혈을 타고 가 보니 예천군 고평면 오천리에서 끊어져 있으므로 이는 역모가 날 징조가 아님을 확인하고, 오히려 명당의 무덤을 파헤치기까지 한 것을 퍽 애석히 생각하여 이 마을의 새 이름을 지어주니 5형제가 한꺼번에 과거에 급제한 것은 과연 아름다운 일이란 뜻에서 오미리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 글쓴이 : 박장영
- 현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콘텐츠연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