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김상현_영덕의 문화풍경]영덕블루로드 - 푸른대게의 길 (B코스)
- 김상현
영덕블루로드 - 푸른대게의 길 (B코스)
영덕블루로드는 경북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에서 병곡면 병곡리까지 동해의 쪽빛 바닷가가 보이는 64km의 도보 여행길로,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남북 총길이 688km 해파랑길(동해안탐방로)에 포함된다.
블루로드는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공동주관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중 네티즌 평가 12위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도보 코스로 산과 바다가 맞닿아 펼쳐진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
영덕 블루로드(blue road) 말 그대로 바닷가 푸른 해안길이다. 블루로드는 A･B･C･D코스로 나뉘며, 각기 코스마다 다른 주제가 있는데 A코스는 「빛과 바람의 길」, B코스는 「푸른대게의 길」, C코스는 「목은사색의 길」, D코스는 「쪽빛파도의 길」이다.
네 코스 중에서 이번에 소개할 길은 「푸른대게의 길」 B코스로 동해의 맑고 푸른 바다를 바로 인접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며, 다녀가신 분들이 가장 많이 칭찬해 주신 길이다.
<사진1. 해맞이공원 전경 - 영덕군제공>
B코스는 거리로 치면 15km 도보로 약 5시간 정도 소요되며 많은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있는 기분 좋은 길이다.
코스는 해맞이공원(창포) - 대탄마을 - 석리(석동)마을 - 경정3리(오메) - 대게원조마을(경정2리) - 블루로드다리 - 죽도산 - 축산항으로 이어진다.
첫출발은 영덕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터미널(☏054-732-7374)로 약5분정도 이동해서 영해-축산 방향의 버스를 타고 영덕읍과 강구항 시내를 통과하다보면 35분 정도 걸려 해맞이공원에 도착한다.
해맞이공원은 창포말 등대가 해안가에 우뚝 솟아있어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오래전에 이 마을에 창포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고 해서 창포마을이라 전하고 있다.
블루로드 B코스의 시작점인 등대에서 바라본 바다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지다. 오늘의 도보여행 첫 출발부터 몸과 발걸음은 너무나 가볍고 시원해진다.
<사진2. 창포말 등대 - 영덕군제공 >
“야~!”하는 탄성소리가 절로 나오는 멋진 풍경만이 아니라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살갑게 들리는 갈매기 소리, 시원 짭쪼름한 바다내음까지... 온몸과 마음까지도 시원해지면서 나의 몸과 마음이 자연이라는 큰 무대 속에 푹 빠져있는 듯하다.
등대 아래 바닷가에는 큰 바위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용바위 즉, 공룡 발자국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바위 위 동그랗게 페인 곳에 바닷물이 채워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3. 용바위>
또한 마을 어르신들이 “이곳의 큰 바위 사이에 해저로 통하는 굴이 있어 여기에 연기를 피우면 바람개비 동네를 지나 삼계리에서 피어 오른다”고 하는데 정말로 굴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난다. 그리고 등대 아래로 내려가 해안 길을 걸어가면 지금도 바닷가를 지키는 초소가 높게 세워져 있어 마치 국토의 동쪽 바다를 내가 지키며 걷는다는 착각이 절로 든다.
20여분정도 걷다보면 바닷가에 큰 여울이 있었다는 대탄마을을 지나고 아담한 오보해수욕장이 나타나는데 여름철에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수상체험을 할 수 있어서 가족과 단체가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해안 언덕을 지나면 기다란 방파제가 있는 노물리가 보인다. 매년 정월대보름날 마을 주민의 무사태평과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제당(崇祭堂)을 가로질러 내려오면 어촌마을의 넓은 물양장을 걷게 되는데 이곳이 동해안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놀이인 영덕 월월이청청(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6호)의 발상지이다.
<사진4. 노물리 전경>
월월이청청을 잠시 소개하자면 동해안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놀이로 정월보름, 이월보름, 팔월한가위 등 주로 보름 명절에 젊은 부인들과 시집갈 나이가 된 처녀들에 의해 놀이되었는데,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성의 놀이로 전라도 서남해안의 「강강수월래」와 안동「놋다리밟기」등 다른 여성놀이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으며 월월이청청이라는 대표명칭 아래 달람세, 절구세, 대문열기, 산지띠기, 동애따기, 재밟기, 실꾸리감기·풀기 등의 다양한 하위 놀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곧 월월이청청 조형물이 물양장에 설치되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사진5. 영덕월월이청청>
B코스 노물리-석리-경정3리(오메) 구간은 원래 낚시꾼들이 오가는 길을 조금 손을 봐서 만든 길로, 사람의 발길이 가장 적지만 이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많은 도보여행 단체들의 흔적인 등산리본이 매달려 있는 풍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6. 노물-석리 등산리본>
3개 마을을 지나는 해안 길은 푸른 바다와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연의 거대한 연못을 연상시킨다.
<사진7~9.노물-석리 바우>
각 바위마다 이름이 있을까? 내가 한번 근사한 이름을 붙여주며 지나가보자! 견고하고 거대한 돌들이 다정한 바우 친구들이 되어 여행을 함께해줄 것이다. 다양한 바우에 호기심을 가지고 정신없이 걷다보면 석리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험한 구간이 있어서, 해안에서 위쪽으로 나무데크 계단을 내어 마을 쪽으로 안내하고 있으니 안전을 위해서 꼭 우회하자.
돌미역으로 유명한 석리마을에 도착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방파제 쪽으로 내려가 마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집들이 푸른 동해를 향하여 해안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마을을 형성하고 있어 마치 도시의 서민들이 살고 있는 달동네나 섬마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진10. 석리마을 전경>
석리-경정3리(오메) 구간은 특히 큰 바위가 많아서 그런지 낚시 포인트로 유명해서 주말 평일, 주야를 가릴 것 없이 전국의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11. 경정3리 촛대바위>
바위와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걷다보면 문득 서로 사납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게 어깨동무하며 나와 함께 길을 걷는 것 같아 혼자 여행하기에 심심하지 않은 것 같다.
드디어 이 코스의 마지막 구간인 대게원조마을(차유) - 죽도산(축산항)이다.
차유(車踰)마을은 영해 부사가 마을을 순시하던 중 말을 타고 재를 넘으면서 이 마을의 형국을 보고 우마차의 차(車)와 넘을 유(踰)자를 따서 차유(車踰)라 명명하였으며, 대한민국 대표 축제인 “영덕대게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원제가 열리는 어촌체험마을이면서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지정된 대게 원조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12. 대게원조비>
마을 바닷가 길 북쪽 끝부분에서 죽도산까지 가는 길은 해송숲길이다. 바다의 파도소리와 해송으로 이루어진 해안 숲이 절묘하게 어울려, 길을 걷는다기 보다는 숨쉬고 휴식하면서 산책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 길에서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는 도둑게를 만날 수 있다. 이놈들은 빠르기도 하고 나무도 잘 기어오른다. 예전에는 바닷가 집집마다 부엌이나 마당에 쉽게 볼 수 있었으나 환경이 변화하면서 서식처가 줄어들어 지금은 몇몇 장소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녀석들이 됐다.
<사진13. 도둑게>
해송숲길을 빠져나오면 축산 죽도산이 한눈에 보이는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저기 보이는 블루로드 현수교까지, 여태까지 걷어서 피로한 나의 발도 쉴 겸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백사장을 걷다보면 차가운 바닷물이 또 다시 새로운 활력으로 도보 여행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사진14. 죽도산전망대>
블루로드 현수교에서 잠시 모래를 털고 죽도산 전망대로 향한다.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질 때쯤 뒤를 돌아보자! 그러면 내가 힘들여 걸어왔던 길, 저 멀리 해맞이공원 등대와 풍력발전단지의 바람개비도 한눈에 보여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전망대로 올라가면 마침내 축산항 곳곳이 꽹하게 보여 진다. 축산항이 지금은 작은 항이지만 예전부터 경북 동해안 일대를 왜구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대표적인 항이었다. 당시 축산포 만호진(萬戶陣)이 있었는데, 고려 우왕 10년(1384)에 축성하였으며 현재도 성벽 일부가 남아있어 민가의 담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15. 축산만호 성벽>
영해, 축산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평민 의병장 신돌석장군의 고장이며 영해3･18만세운동 등 독립운동 유공자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축산항보다 자원수탈이 쉬운 영덕 강구항이 일제의 의해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되면서 축산항의 이름은 점차 퇴색되어 오늘날 영덕대게의 명성이 강구항으로 옮겨갔다.
<사진16. 축산항 전경>
B코스 푸른 대게의 길은 참 볼거리 많은 길이다.
현대의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려는 모든 도보 여행자들의 예찬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동해안 바다순례길! 영덕대게의 맛과 바다 향을 음미할 수 있는 푸른 대게의 길!!
다시 찾아와서 제일 가까운 친구와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영덕 블루로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 글쓴이 : 김상현
- 현재 영덕군에서 문화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