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오공환_지역마케팅이 지역을 살린다]스토리텔링이 경쟁력이다-이야기 마케팅
- 오공환(okh7303@yjinews.com)
스토리텔링이 경쟁력이다-이야기 마케팅
|
글 싣는 순서
① 프롤로그-연재를 시작하며 ③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영월 박물관도시, 스위스 루체른 KKL> |
이탈리아 북쪽 밀라노와 베네치아 사이에 위치한 베로나(VERONA)는 고대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아레나를 통한 오페라의 도시 이미지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등장시킨 관광명소로 이야기(스토리텔링)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이탈리아 동쪽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슬로베니아의 노바고리차(NOVA GORICA)는 1~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지닌 곳이자 장소마케팅을 통해 전쟁의 교훈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지역이다. 흡사 우리나라의 남북 분단과 비슷한 아픔을 지니고 있다. 현재는 도시 분단의 아픈 역사를 유럽지역의 평화의 상징으로 승화시킨 이야기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랑도 관광상품, ‘줄리엣을 팔아라’
줄리엣의 집 만들어 관광 상품화...오페라 축제 땐 50만 명 몰려와
4. 스토리텔링이 경쟁력이다-이야기 마케팅
(1) 이탈리아 베로나
이탈리아 북부의 평야에 위치해 있는 베로나는 로마시대의 원형극장인 아레나와 아디제 강의 다리 등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도시의 역사성을 대변해준다.
중세 땐 이 지역의 두 정당 겔프당과 기벨린당 사이에 긴 투쟁의 시기가 있었다. 이 때문에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 이 투쟁을 배경으로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영국인 거작 셰익스피어가 실제로 이 도시의 두 정당간의 투쟁을 배경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는지는 현재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은 그것이 허위일지라도 진실처럼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 도시를 찾은 관광객들은 ‘줄리엣의 집’을 찾는다. 베로나시 카펠로가 21번지, ‘카사 디 줄리엣(Casa di Giuiletta)’으로 명명된 줄리엣의 집은 13세기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런 4층짜리 벽돌집이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미국영화 ‘줄리엣의 편지’에 등장하는 바로 그 집이다. 줄리엣의 집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것이 세계 각국 언어로 빼곡히 적힌 ‘연인들의 사랑의 서약’이다.
|
▲ 줄리엣의 집 마당에 설치된 줄리엣 동상 |
로미오가 구애를 했다는 정원까지는 무료입장이지만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오~창문을 열어다오~’ 라고 구애를 했다는 2층의 발코니를 가려면 8유로(1만2000원)을 내고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오면 많은 연인들이 로미오와 줄리엣 흉내를 내면서 사진을 찍는다. 마당에 있는 줄리엣 동상의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를 만지면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특히 커플들이 와서 함께 꼭 만지고 간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동상의 가슴을 만지면서도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인 셈이다.
한 해 200만 명이 이 집을 찾고 있다. 200만 명 가운데 23만 명이 지난 해 발코니에 올라서 기념촬영을 했다. 물론 대부분 여성이다. 200만 관광객 중 외국인은 70%에 달한다는 것이 베로나시의 공식 통계이다.
▲ 해마다 200만 명이 찾는 줄리엣의 집
베로나시 문화부 담당관인 가브리엘레 렌씨를 시청사 접견실에서 만났다. 렌씨는 대화시간의 대부분을 오페라 극장 아레나를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자의 거만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레나의 오페라를 소개하는 과정에 언급한 정도다.
베로나가 ‘사랑의 낭만 도시’ 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는,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조바심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관광 상품화 했는지 더 궁금했기에, 그리고 로마 유적이나 오페라 공연은 다른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기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줄리엣은 소설 속의 여주인공이다. 줄리엣이 실제로 살았을 집이 있을 리 없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베로나 시청의 한 공무원이 베로나 시내의 한 집을 골라 ‘줄리엣의 집’이라고 이름 붙일 땐 이 집이 장차 이 도시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
▲ 한해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줄리엣의 집... 모든 것이 허구이지만 관광객들은 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진실이라고 믿는다. |
그러나 베로나엔 줄리엣의 집이 있고 줄리엣의 무덤도 있다. 아레나 원형극장에서 들리는 세레나데가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소설 속의 인물이라는 ‘진실’을 들려주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기꺼이 속아 줄 마음을 갖고 줄리엣의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사랑’이라는 진실이 있는데, 그 사랑을 믿는데, 줄리엣이 소설 주인공이면 어떻다는 말인가?
렌씨가 말하는 베로나의 문화적 자랑거리는 아레나 원형극장으로 시작됐다.
베로나는 관광적으로 매혹을 끌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첫번째는 선조들이 창조한 세계적 문화유산이 있고 두 번째는 이를 문화관광 마케팅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전부터 선조들이 만들이 낸 완벽한 마케팅이 있다.
▲ 선조들이 해낸 마케팅의 전통
베로나에는 현재 두 가지 중요한 관광 테마가 있다. 첫번째는 오페라극장 아레나(로마시대에 세워져 투기장으로 사용됐던 원형극장)다.
아레나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베로나는 1913년 아레나를 오페라극장으로 사용하면서부터 오페라도시로 알려졌다.
로마시대 유적인 아레나는 좋은 이미지와 나쁜 이미지가 있다.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오페라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렌씨의 설명이다.
특히 여름철 낮에는 관광거리로 사용하고 저녁엔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으로 탈바꿈한다. 10년 전부터는 오페라 극장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과 락 콘서트 공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레나는 5월에서 9월까지 각종 콘서트를 위해 개방되는데 2009년에는 72회 공연이 진행됐고 이중 49번이 오페라 공연이다. 그 외 23번은 뮤지컬과 대중음악 등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이전에는 오페라가 중심이었지만 다른 장르의 공연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오페라 이외에 음악과 관련된 공연에만 3만유로(4천650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으며, 이는 시의 재정운영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페라 축제는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아이다가 초연된 것을 계기로 매년 7∼8월에 아레나에서 열린다.
그리고 오페라 축제에는 연간 5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간다. 아레나는 수용인원이 1만 4천 500석이지만 평균 3천석의 좌석을 채운다고 한다.
두 번째 테마는 사랑의 상징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러 사람에게 익히 알려진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유래됐으며 베로나에는 줄리엣의 집과 무덤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거대한 마케팅을 구상하고 실현하고 있다.
사랑과 관련된 영화제를 주관하고 있으며 발렌타인 등 특별한 날에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에게 산타클로스가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듯 사랑의 편지를 받고 있다.
사랑에 빠진 편지를 보내면 줄리엣이 답장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답장은 베로나시 공무원이 보내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미국의 한 영화사에서 영화로 제작했다. 바로 ‘줄리엣의 편지 (letters of julliet)’란 영화이다.
베로나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베로나 전체가 하나의 역사와 문화로 충분히 검증됐다는 뜻이다.
베로나는 역사가 기록된 이후로 모든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데 로마시대의 베로나, 중세시대의 베로나, 군주시대의 베로나, 르네상스 시대의 베로나, 오스트리아 제국(19세기)의 베로나 등 여러 시대의 베로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베로나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3대 관광지에 이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아레나를 보고 줄리엣의 집을 찾아 몇 시간 만에 끝나는 관광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관광객들이 오래 머무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줄리엣의 집’은 허위이지만 마음만은 “진심”
Q. 줄리엣의 집 장식이 너무 허술하다던데? A. 줄리엣의 집은 모두 허위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의 마음’만은 진심이다. 이런 이유로 침대를 비롯해 적은 가구로 장식했는데 허위인 이곳을 너무 사실화하면 진심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다. 우린 물질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형상화되어 있는 정신을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Q. 줄리엣의 집을 통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A. 문화와 경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1유로의 관리비로 6~7유로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됐다. 베로나는 전 세계에 줄리엣의 도시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다른 아이템을 더해 관광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예를 들면 와인 박람회 등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Q. 줄리엣의 집의 1년 운영비는? A. 운영예산은 정확하지 않지만 1년에 60만~70만 유로가 투여된다. 베로나 시의 문화 기념품을 관리하는 인원이 파견되고 기념품과 예술 박물관의 관리자들이 파견되어 있다.
Q. 오페라 축제 중 베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몇 명이나 되나. 또한 수입은? A. 오페라축제 때 아레나를 방문하는 인원은 연간 50만 명 정도다. 오페라 이외의 음악과 관련된 공연에는 3만유로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Q. 민간영역에서 지역 축제를 위한 조직이 있나? A. 지역축제를 위해 민간영역에서 활동하는 ‘폰타지오네 아레나디 베로나’라는 조직이 있다. 문화재 관리는 공적인 영역에서 담당하고 베로나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마케팅은 주정부의 도움을 받아 민간영역과 공적영역이 함께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문화적 컨셉트와 함께 새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며 베로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Q. 베로나를 방문하는 연간 관광객 수는? A. 2009년 경제 위기로 인해 관광객의 수가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로나에는 130만 명이 방문했으며 이중 55만9천명이 숙박했다. 2010년엔 6월까지 65만3천여 명이 베로나를 찾았으며 28만2천여 명이 숙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
도시 분단의 아픔 “스토리로 엮는다”
박물원 통해 분단의 역사 산교육 ...유럽 평화의 상징으로 “우뚝”
(2)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가 패전하면서 고리차는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계 강대국의 이권 다툼 속에 노바고리차(슬로베니아 령)와 고리차(이탈리아 령)로 양분되는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된다. 노바고리차(Nova Gorica)란 ‘새로운(New) 고리차’라는 뜻이다.”
지난 1991년 유고슬로비아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슬로베니아의 노바고리차(Nova Gorica)는 이탈리아 동쪽과 맞닿은 국경지대에 위치한 인구 2만의 작은 신도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후 독일군의 점령하에 있던 고리차(Gorica) 지역은 독일군이 패전해 물러나면서 이탈리아 군의 지배를 받는 지역이 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탈리아가 패전하면서 고리차는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계 강대국의 이권 다툼 속에 노바고리차(슬로베니아 령)와 고리차(이탈리아 령)로 양분되는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된다. 노바고리차(Nova Gorica)란 ‘새로운(New) 고리차’라는 뜻이다.
이 지역의 외세에 의한 분단의 아픔은 흡사 한반도의 남북 분단과 비슷하다. 분단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철벽이 생겨나고 상업지역인 고리차(이탈리아령)로 출근했던 아들이나 아버지가 저녁에 퇴근하면서 돌아오지 못하고 철벽을 사이에 두고 친지들과 생이별하는 이산가족이 생겨난 것도 남북 분단과 비슷하다.
▲ 노바고리차(Nova Gorica)의 기차역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노바고리차(Nova Gorica)의 기차역사 건물 곳곳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이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연합군간의 총격과 폭격을 받아 고풍스런 원형을 잃어버렸다.
전후 재건축을 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쟁의 파괴적 행태를 알리자는 여론이 더 강했던 탓에 현재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건물 외벽에 생긴 금은 시멘트로 메울 뿐 최소한의 수리만으로 옛 모습을 보존했다. 이곳이 바로 ‘고리스카 박물원’이다.
▲ 분단의 아픔을 파는 박물원
분단으로 인한 아픔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노바고리차 ‘고리스카 박물원’은 발틱해에서 아드리아해를 잇는 3600㎞의 국경선 중 유일하게 국경선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전쟁의 상흔을 통해 후대에 교훈을 전달하고, 전쟁 속에서 어렵게 생활했던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 등을 자료로 남겨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슬로베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듬해인 지난 2005년 건립됐다.
그리 크지 않은 박물원 내부는 노바고리차의 역사를 간직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이탈리아, 독일 등 노바고리차 지역을 점령하던 군인들이 점령 당시 입던 제복을 그대로 가져다 전시해 놨으며, 1991년 슬로베니아가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면서 ‘유고슬라비아’란 글자를 삭제한 조형물까지도 그대로 옮겨 놨다.
전시물과 함께 아픔과 감동의 이야기도 곳곳에 숨겨놨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50년 8월 13일 노바고리차 지역의 큰 이슈였던 ‘빗자루 행진’에 대한 역사이다.
‘빗자루 행진’은 국경선을 두고 왕래가 불가했던 1947∼1949년까지 노바고리차 거주민들이 고리차 지역으로 2년 동안 통행하지 못하면서 겪은 불편과 불만 등을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고리스카 박물원 안내원인 마린카 벨리코니쟈(Mrs.Marinka Velikonja)씨가 전한 사연은 이러했다. 상업지역인 이탈리아령인 고리차 지역으로 왕래가 전면 금지되면서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 지역의 거주민들은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상당한 불편과 불만이 팽배해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1950년 8월13일 국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국경이 열린다는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 각 정부당국에서는 국경개방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지만 헛소문을 듣고 5천여 명의 사람들이 국경으로 몰려들면서 기적적으로 국경이 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동을 우려해 문을 닫았던 고리차 지역의 상점들도 모두 문을 열었다. 수많은 주민들의 염원이 현실이 된 감동적인 역사의 한부분이다.
이때 노바고리차 농촌의 아낙네가 달걀 등 각종 농산물을 들고 고리차로 넘어가서 그동안 구하지 못한 생필품인 빗자루를 사가는 모습이 찍혔는데 이를 이탈리아 극우 잡지에서 ‘Hanno Invaso Gorizza(고리차가 습격당했다)’란 타이틀로 희화화해 기사를 내보냈다.
다시 말해 빗자루를 들고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 노바고리차 여성들은 분단으로 인해 빗자루 하나를 살 수 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 빗자루를 장만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언론 보도를 통해 왜곡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린카 벨리코니쟈(Mrs.Marinka Velikonja)씨는 “국경이 열릴 것이란 소문을 믿고 무작정 국경으로 향했던 수많은 주민들의 염원으로 루머가 곧 현실이 되어 문을 닫았던 상점이 열리는 해프닝이 일어나는 슬픈 이야기이지만 한 언론이 이를 왜곡해 상처받은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박물관에 당시 사진과 기사 전체를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럽 유일의 평화의 도시 상징
지난 2004년 슬로베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의 옛 국경선인 노바고리차 도심에 평화의 광장을 만들었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철벽이 제거되고<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 국경은 상징적으로만 존재함>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
국경 철벽을 제거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장 바닥에 숫자를 각각 분리해 새겨놨다. 스퀘어에는 명암도 드리워져 있는데, 이는 이제 마음대로 밟고 다닐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 유일하게 마련된 이 광장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쟁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이 됐다.
지난 2005년 3월 박물원 개관 이후 현재까지 3만여 명의 유럽인 등이 고리스카 박물원과 유럽스퀘어를 찾았다. 특히 각국의 저널리스트와 베를린 등 각국 박물관 관계자 등이 유럽스퀘어를 찾아 전쟁이 준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인구 2만의 소도시에 매년 5천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 셈이다. 취재 당시에도 배낭여행객으로 보이는 일본인 젊은 여성 2명이 유럽스퀘어을 찾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마린카 벨리코니쟈씨는 “박물원과 유럽스퀘어 등을 통해 분단과 점령의 역사를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까지 보면서 되새김은 물론 이탈리아에서 실제 역사와는 다른 역사를 배우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고, 이에 따른 긍정적인 에너지를 재창조하려는 것이 박물원의 건립 목적”이라고 말했다.
▲ 아픔을 딛고 시작한 도시재생
고리차는 1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노바고리차는 62년의 역사 밖에 안된다.
유럽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고리차 지역은 상권의 중심지였으나 노바고리차는 허허벌판에다 묘지만 있었을 뿐 완전한 새로운 도시를 지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
▲유명 건축가인 에드워드 라우니가 계획한 '신생도시 건설 마스터플랜' 모형도 |
이처럼 도시 분할이후 노바고리차가 허허벌판으로 남게되자 당시 유고슬라비아연방의 티토 대통령이 새로운 도시 건립을 목적으로 ‘신생도시 건설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지역 유명 건축가인 에드워드 라우니가 자연친화적 도시(녹색도시) 계획했으나 1950년 재정지원이 끊기면서 건물 고도제한이 풀리는 등 도시계획이 수립된 대로 만들어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트라우니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 도서관, 오페라극장 등이 계획적으로 들어서 있어 계획 도시의 분위기는 물씬 풍긴다. 현재도 곳곳에서 고층 건물의 공사가 한창이다.
4성급인 펠라(PERLA)호텔이 운영중인 유명 카지노에는 베네치아에 있는 카지노까지 가지 못하는 2천명~3천명의 이탈리아인들이 주말마다 들려 카지노를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노바고리차 사람들은 고리차로 쇼핑하러 가고, 고리차 사람들(이탈리아인)은 노바고리차로 카지노를 하러 오고 있는 것이다.
이 호텔의 카지노는 작은바에서 시작된 것으로 회사 대표가 육성 계획을 갖고 지속적으로 키우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본 글은 영주시민신문 오공환 기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는 글입니다.
- 글쓴이 : 오공환
- 1971년 경북 상주 출생. 동양대 행정학과 졸업(99). 영주저널, 백산신문, 영주신문, 해동신문사, 구 영주시민신문, 양백신문, 영주생활뉴스 등 동네신문에 근무(92년~2001년)경북일보 영주담당 기자로 근무 (99년) 현 영주시민신문 창간(발행인 및 편집인 역임. 2001년 5월) 영주시민신문 편집국장(2008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