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따뜻한 강
 일    시 : 2009. 10. 14(Wed) - 11. 1(Sun) 18일간
 장    소 : 가나아트센터 미루전시장
 전시작가 : 류준화
 출 품 작 : 100호-150호 8여점 및 50호 이하 소품 7여점
 오 프 닝 : 10월 14일 수요일 오후 5시
 담    당 : 기획 조의영 |  02-3217-0233   010-9292-0096
 홍    보 : 이정권 |  02-3217-0035   011-9860-9499

하얀 물새, 캔버스 위에 석회, 아크릴릭, 콘테 162X130.3cm 2009

물의 시간, 캔버스 위에 석회, 아크릴릭, 콘테 130X162cm 2009

동행, 캔버스 위에 석회, 아크릴릭, 콘테 130X192cm 2009 

가나아트는 여성들에 대한 연민과 포용의 정서를 표현해 온 페미니스트 미술가 류준화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따뜻한 강>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이자 2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서 물의 공간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소녀들을 통해 여성이 처한 불안하고 어두운 상황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포용하려는 의지를 전한다. 시적이고 단축적인 이미지로 신비롭거나 때로는 공포스러운 설화적 세계를 보여주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회 중심에서 배제되어온 여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눈물이자 나와 어머니가 한 몸으로 호흡하던 자궁 속 양수를 기억하게 하는 ‘물’을 매개로하여, 여성을 향한 연민의 시선을 넘어 상처받기 쉬운 그녀들의 연약함을 진정으로 어루만지고 그녀들을 자유롭게 하고자 한다.

2007년 개인전 <소녀야화>에서 류준화는 현실 속에서 소녀들이 처해있는 불안하고 억압적인 상황과 그것을 초월하여 비상하려는 희망의 에너지를 그렸다. 당시 그림 속 소녀는 불안한 경계이자 명확한 것 없이 모호한 의미들이 충돌하는 분열의 존재로서, 작가는 그 소녀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거나 새를 타고 날아가게 함으로써 그녀들을 구속했던 경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놓아주었다. 그러나 그림 속 해방의 이미지들은 소녀 몸의 일부가 새의 날개로 변환된 반인반수처럼 낯설고 괴기스럽게 느껴지거나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경계를 넘고자 꿈꾸는 여성들의 새로운 삶이 죽음의 공포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벽을 역설적으로 표상화한 것 같았다.

2년 전 역사와 사회 제도 속에서 상처받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모습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의 판타지를 다소 무서운 소녀상으로 그렸다면, 이번 전시에서의 소녀들은 고대 여신의 뽀얀 대리석 빛 피부를 닮은 좀더 신화적이고 영적인 미(美)를 지닌 모습으로 탐스럽고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꽃 강 속을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새와 꽃, 2006년作    

새가 된 소녀, 2007년作

따뜻한 강, 캔버스 위에 석회, 아크릴릭, 콘테, 182X227cm, 2009

희생당한 피해자의 고통과 불안한 긴 장의 순간을 넘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맑고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화려하 게 환생한 소녀들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 따뜻한 강- 여성의 상처를 보듬고 영혼을 해방시키는 생명수

어머니의 양수 속을 헤엄치는 뱃속의 아이들처럼 소녀들은 물 속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무한한 생명을 얻는다. 자궁 속 나와 어머니가 하나되어 숨 쉬고 서 로를 향해 열려있었듯이 물의 투명함속으로 번져버린 붉은 꽃의 형체는 희미 하게 녹아 물과 융화되고, 흐드러진 꽃의 빨간 줄기는 탯줄처럼 새 생명을 품는다. 화면 한 가득 고여있는 물 속에서 꽃과 소녀는 너와 나 사이를 구분지 었던 물리적, 의미적 경계들을 풀어버리고 한 몸이 되어 부유하며, 물은 그것이 품은 모든 생명을 하나로 잇는다.
주체와 타자, 사회적 구분들로 인한 차별이 야기되기 이전의 공간으로 회귀한 소녀들은 따뜻한 물의 온기 속에서 고통과 시련의 기억들을 치유받는다. 남성중심적 사회의 일방적 시선에 의해 왜곡된 여성의 스테레오타입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꿈꿔왔던 작가는 일상의 상처 들과 희망, 생명과 죽음 같은 이중의 가치들이 혼란스럽게 어우러진 '따뜻한 강' 속에서 진정한 여성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엄마의 피, 캔버스 위에 석회, 아크릴릭, 콘테, 162X130cm, 2009 

류준화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던 시기인 1980년대, 전시장에 걸린 채 관객의 발길을 기다리는 그림들이 초라해보였다고 말한다. 삶 속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림들이 진정한 미술이라고 믿으며 애니메이션이나 걸개그림, 벽화작업, 일러스트 같은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을 구분하지 않는 다양한 시각화 방식을 실험하고, 대중들과 다각도로 마주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그려왔다. 또한 ‘공동기획 공동창작’이라는 모토로 여성주의 미술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그룹 <입김>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약자로서 억압받고 고통 받는 여성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들이 자신을 규정짓는 모든 제약의 틀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하듯이 이미지생산자로서 작가는 모든 차별과 위계, 지역적, 문화적 경계들을 초월하는 소통을 꿈꾸는 것이다. 10여년전 도시생활을 등지고 시골마을인 경상북도 봉화군으로 남편과 함께 귀농하여, 비나리 산골 미술관을 개관하고 그 곳의 운영자로서 지역과 연계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그녀의 일상도 사회에서 소외된 대상들과의 따뜻한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고자 하는 일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