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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

  • [장날풍경]신성계곡 녹색길 3구간
  • 컬처라인(cultureline@naver.com) 2023-02-06

 

 

구름에 달 가듯이

 

신성계곡 녹색길 3구간

 

  글, 사진. 강병두

 

지난한 시간을 보냈던 탓일까? 모든 계절을 얼어붙은 채 보냈던 2년이 흘렀다. 버티는 시간들 사이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어쩌면 조금씩 얼음이 부서져 녹을 수도 있다고, 하나 둘 다시 돌아와 차곡차곡 쌓이는 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크게 기대하지는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내달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쌀쌀한 바람이 기승을 부리던 날 봄이 그리워 녹색길을 찾았다. 녹색길은 앙상했으나 살찐 봄이 입혀질 길을 상상하며 걸어보았다.

 

 

전국에는 동식물의 이동과 보전을 위하여 녹지대와 녹지대를 연결하는 다양한 녹색길이 있는데, 청송 녹색길은 길안천이 청송을 지나는 구간에 걸쳐 자리해 있다. 신성계곡 녹색길에는 4개의 지질 명소인 방호정 감입곡류천, 신성리 공룡발자국화석, 만안자암 단애, 백석탄 포트홀이 있다. 지질탐방로는 총 3개 구간으로 나뉘었고, 9개 소규모 주제에 맞게 길 이름을 각각 붙어주었다. 12㎞ 거리로 천천히 쉬면서 걸어도 4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길이다.

 

 

 

❍1구간 : 방호정 효(孝)길 = 신성교 – 갯버들하천길 – 방호정 – 솔밭쉼터 - 헌실쉼터 4.2km

❍2구간 : 자암적벽길 = 헌실쉼터 - 만안자암 단애 - 반딧불농장 2.9km

❍3구간 : 백석탄길 = 반딧불농장 – 하천과수원길 – 백석탄길 - 목은제휴게소 4.7km

 

 

일행과 가벼운 마음으로 걷고자 나섰으니 비상식과 물 이외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안동에서 청송녹색길을 찾아가는 길, 처음 만나는 지점에 3구간이 시작하여 거꾸로 걷은 길을 택했다. 녹색길 종점이라는 표지판을 뒤로 하고 하천 길을 돌아 걸어간다. 길안천과 사과밭 사이로 난 길이 끝나면 고아리로 가는 제법 긴 징검다리를 만날 수 있다. 큰 돌을 잘 다듬어 만들어 놓았다. 징검다리를 건너 사과밭 옆으로 난 농로를 걷는다. 무릉도원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신선이 있어 우리를 반기면 바로 여기가 무릉도원이겠거니 생각한다. 곳곳에 안내판이 있어 초행자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국도를 조금 걸어 언덕을 넘어가면 개울 건너에 백석탄으로 가는 산길이 나온다. 산길이라기보다 하천변과 산이 인접한 길이라고 표현하는 게 명확할 듯하다. 산과 마주한 계곡길이라 바닥이 고르지 못해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초입에는 고와리의 전설을 적어 놓았는데, 마음을 포함한 모든 것이 고와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니 도시를 떠나 이곳에서 힐링해야 할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만 같다. 건너편으로는 마을이 보이고 곧 백석탄이 나타난다. 신성계곡 백미인 백석탄 포트홀이 모여 있는 1㎞ 구간은 하얀 바위가 독특한 자태로 뽐내고 있다. 석영과 장석의 함유량이 많아 바위가 밝은 색을 띤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물과 모래가 소용돌이치면서 바위에 만들어낸 구멍은 포트홀(Porthole)이라고 하는데 곳곳에 볼 수 있으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설명에 의하면 명품 남근석도 있다고 하는데 비슷한지는 각자의 생각에 맡긴다. 사진으로 을씨년스런 날씨와 바람을 표현해 보고자 했지만 바쁜 걸음에 낙엽만 나타나 안타까웠다.

 

 

 

백석탄을 지나니 과수원을 끼고 걷는 과수원 둘레길이다. 수확의 철이 지난 탓에 과실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과수원을 가로질러 언덕을 넘어서면 멀리 3구간 종착지가 보이고 또다시 개울을 건넌다. 개울을 건너다 물이랑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저 이랑처럼 같지도, 같게 만들 수도 없는데 왜 사람들은 서로들 자신만이 옳다 아옹다옹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걷던 3구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반딧불농장에 도착한 것을 마지막으로 나들이를 마무리 했다.

 

 

 

고아리를 지나며 마음이 자연스레 고와지는 것을 느꼈고, 백석탄 포트홀의 오묘함과 지질학의 보고인 청송 바위들이 빚어내는 신비로운 풍경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청송군은 탐방객과 군민을 위해 새로운 길을 조성하고 알리는 일에 매진 할 것이라고 하니 이 길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이맘때의 녹색길은 기운차 걸을 때 저절로 팔이 벌어진다. 햇볕은 숨어 있는 꽃들을 모두 찾아내고 하얀 별들은 꽃으로 피어나 마주보고 웃는다. 물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바람이 새소리를 업고 물위를 가로지른다. 모두 평화로워 숨소리가 고요하다. ‘윈터링(Wintering)’의 저자 캐서린 메이는 인생의 휴한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나 한번쯤 겨울을 겪고, 때론 반복해서 겨울을 겪는다. 겨울은 길고 오래일 수도 있고 유난히 깊을 수도 있다. 겨울은 불가피하여 도망칠 수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지는 선택가능하다며 우리의 등을 두드린다. 식물처럼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여 여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겨울을 통과하라고 조언한다. 모이고 손잡고 끌어안는 이전과 같은 일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겨울인 곳이 있다. 연이은 속수무책의 겨울들로 슬픔을 당해낼 수 없다는 그들에게 우리는 영광의 계절을 지나왔다고, 그러니 반짝이는 초록을 좀 더 끌어 당겨놓으라 말을 건네고 싶다. 연초록 아래서 당신과 희망을 좀 더 이야기 하는 것으로 우리의 다행을 느껴보자고. 계절 따라 함께 살아보자고. 

 

신성계곡 녹색길 안내센터(054-873-5116)

 

 

 

글쓴이 : 강병철
안동 지역을 터전삼아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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