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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

  • [강병두_구름에 달 가듯이]청송 진보장
  • 컬처라인(cultureline@naver.com) 2022-02-21

 

 

청송장터구경

 

청송 진보장

 

  글, 사진. 강병두

    

예전 진보장 활성화 할 때엔 

 

서로 돈 타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마구 말아먹었다.

 

영천서 온 어부

 

 

시간의 흐름은 유수와 같다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 상황에 빠진 우리의 시간은 왜 이렇게도 더디게 흘러가는지 일각이 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시간으로 치면 2년이나 같은 상황이라 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요, 끝이 없어 보이는 터널의 연속이다. 조금 진정되나 싶다가도 상황이 급변하여 코로나 확진자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니 요즈음 발표되는 수치들이 무덤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문화가족이 늘어난 관계로 흔치않게 볼 수 있는 외국음식 잡화점이다.

장터풍경

 

11월 초 이른 추위가 찾아와 을씨년스런 날씨에도 안동에서 청송 진보로 가는 도로 양쪽에는 따사한 빛깔의 샛노란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다. 가로수 사이에 간간히 자리한 단풍나무의 빨간 자태와 섞이면 스치는 차의 속도에 따라 형형색색의 무지개가 나를 감싸 안듯이 휘감고 돌아 마치 선경을 헤치는 기분이 들어  장터로 향하는 길이 또 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수선집 사장이신 권기중님

 

 

사람들이 적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10여분을 서 있는 동안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장터를 바라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다. 겨우 몇 사람 오갈 때를 기다려 한 컷한다. 느린 걸음으로 한 바퀴 둘러보고 오전 9시, 이른 시간도 아닌데 오가는 사람이 적다. 상인회사무실은 문이 닫혔다. 돌아 나오다 수선집 주인께 말을 붙여본다. 안동이 고향(권기중 71)이고 이곳에 터를 잡고 산지가 40여년이나 흘렀지만 자식농사가 뭔지 아들 교육 때문에 안동으로 나가 산다고 하신다. 이젠 장날이나 수선요청이 있으면 들어와 일을 봐주는 입장이라 두 집 살림이 힘들다고 하소연이시다. 장터 생활한지가 30여년이니 웬만한 가게의 사정은 두루 꿰고 계셨다. 장터 입구에 있는 다문화가족 생선 장사부터 안쪽 막걸리집까지 청산유수로 저마다의 가게 사정들을 이야기 하신다. 귀동냥으로 상인들 사는 모습을 슬며시 그려보다 인사하고 가게를 나선다. 

 

상품권 행사 준비중인 상인회원님들

 

 

상품권 추첨 행사준비가 한창인 상인회 사무국장(강도우58)을 우연히 만나 근황을 물어본다. 힘든 시기이지만 찾아주는 고객과 고된 상인들을 위해 가게에 추첨권을 비치해 물건을 구입 할 때마다 경품권을 발행해 모았다고 한다. 그것을 추첨하는 행사가 장날 오후에 있고, 또 못 오는 고객들은 찾아가 경품을 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옆에서 묵묵히 짐을 나르는 분이 있어 뉘신지 여쭤보니 5년 째 상인회장을 맡아 하고 있다며, 오복근(72)이라 본인을 소개한다. 일의 구분이 없는 것이 좋아보인다. 풍진식품을 운영하다가 아들에게 물려주고 이젠 백수라고 부연 설명까지 한다. 현재 진보장의 상인회는 70여 회원으로 꾸려가는데, 가게 또한 70여개 있으니 거의 다 상인회원이다. 이렇게 긴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버티시냐고 물으니, 정부지원이 없었으면 사라질 상태라며 겨우 지탱하고 있다고 한다. 

 

상인회장 오복근님께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난전에 민물고기를 널어놓고 앉은 주인장을 만났다. 처음에는 퉁명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잘 팔리세요? 물고기는 어디서 잡으셨어요? 물어봐도 전혀 대답이 없으시다. 열없이 곁에서 구경만하다가 관심 있는 고객들에게 󰡒아침에 인근에서 잡은 거예요.󰡓하고 호객행위를 몇 차례 과장되게 했더니 그제야 말문을 여신다. 영천서 오셨고, 물 맑은 곳을 찾아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쏘가리, 퉁가리, 빠가사리(동자개), 꺾지, 미꾸라지 등 다양하게 있다. 쏘가리는 가져가기 좋게 포장을 했지만 다른 민물고기들은 날 것 그대로 수조 안에서 놀고 있다.

 

 

영천서 온 고기들

 

조용하고 한산한 옷가게에 들렀다. 방물과 함께 팔지만 오가는 사람들과 주인의 사랑방인 듯하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전부가 주인 같아 보인다. 서로가 30년 동안 장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이야기하시고는, 자식들 다 키워놓고 늘그막에 마실 나오듯 장에 나오신다며 빙긋이 웃으신다. 그 중 이계옥(82) 할머니가 사랑방의 주도권을 쥐고 있으신 듯하다. 󰡒이집 주인은 저 있고 우리는 그냥 앉아 논다.󰡓고 하시지만 오가는 할머니들 뒷바라지를 하고 계신다. 서로가 보내는 농에 뾰족한 무언가가 섞여 있음을 눈치로 느낄 수 있다.

 

옷가게주인과 이계옥(82) 할머니와 마실 온 할머니들

 

 

“옷 마이 팔았으면 점심에 국수나 사라.”

“연금 받아 뭐 하노! 쓸 때도 없을 낀데 점심 안사고.”

“연금은 내만 받는 게 아이제, 글치 아재요?”

 

불똥이 내게로 튀기 전에 인사하고 나온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시골장터에는 그래도 사람 사는 정이 있어 좋고, 힘든 시대를 겪어온 엄마들의 목소리가 있어 좋다.

 

꽃담길 플라워 손단성 사장이 지나는 고객들에게 꽃관리 요령을 설명한다.

 

 

노점상처럼 보이는 꽃담길 플라워(손단성42)사장을 만났다. 6개월째 운영 중이고 장날이면 손수레에 꽃을 장만해 손님을 만나고 있다한다. 꽃이 좋아 매일 만지고 싶은 마음이 앞서 코로나 중에도 가게를 차렸다며, 꽃을 좋아하니 팔리면 돈이 생겨 좋고 안 팔려도 꽃이 있으니 좋다고 한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을 통해 판매가 조금씩 늘어 즐겁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노점에서 판매를 하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장에게 이것저것 많이 묻는다. 찾아가는 상거래가 최선의 전략이 된 듯하다. 모둠을 만들어 동호인들을 모으는 방법, 서양꽃꽂이와 동양꽃꽂이의 차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노래가사가 생각이 난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항상 미소 띤 얼굴의 광진상회 홍성우 사장이다.

 

 

시종일관 웃음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젊은 청년을 만났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광진상회(홍성우27) 사장이다. 부모의 가게를 물려받은 상황인가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부모의 가게가 아니고 본인이 직접 계약하고 인수한 자신의 가게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찾아온 고객이 그냥 가는 법이 없다. 명태포가 마음에 안 들면 가다랑어포를 권하고, 미역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마를 권했다. 이것저것을 권하고 거기에 웃음을 얹어 파니 볼일이 없어 왔더라도 사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것 같다. 가만히 구경하다보니 시골장이 침체란 생각을 잊을 지경이다.

 

진보장 입구전경

 

 

걷다보니 먹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을빛 청명한 하늘이 청년 사장들의 웃음과 닮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고 우리가 꿈꿨던 일상을 맞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 속에서 기대하고 있지만 누구도 이전과 같은 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하지 않는다. 막연해서 두렵고 새로워서 조심스러운 서먹한 날들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시절의 무게를 청년 사장들은 자신의 꿈과 열정으로 덜어내고 있다. 내일을 믿는 사람들이 있고, 포부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진보장. 진보(眞寶)장의 진짜 보물은 아직 꺾이지 않은 희망으로 다시 쓰기 시작한 100년의 노래가 아닐까? 일출산과 주왕산의 나물, 강구항과 포항에서 가져온 생선을 상에 올려 이웃과 가족이 두런두런 밥을 먹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손자가 또 그 손자에게 되물려 줄 수 있는 단골집이 있는 진보장의 새로운 노래가 밖으로 밖으로 흘러 외진 귀퉁이들에도 닿았으면 좋겠다.  

 

방앗간 풍경

 

 

 

 

 

 

글쓴이 : 강병두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사진의 의미와 재현', '수화위진'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 안동신문 문화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활동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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