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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동_영화이야기]디 아워스The Hours(2002)
- 김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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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The Hours(2002)
감독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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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아워스｣의 원작인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The Hours｣는 1998년 출간되어 1999년 소설가 최고의 영예라는 펜 포크너상을 받았다. 책은 2003년 1월 국내에 출판되었고, 영화는 한 달 뒤인 2월에 개봉되었으며, 2006년 10월 DVD가 발매되었다.
영화 ｢디 아워스｣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빌리 엘리어트｣에 이어 영화로는 겨우 두 번째 만든 작품이다. 연극과 TV에서 이미 명성을 떨친 그의 탄탄한 연출력은 이미 ｢빌리 엘리어트｣에서 확인된 바 있거니와 그의 세 번째 연출작인 ｢더 리더｣가 올해 초 국내에서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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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반짝이는 물결과 뒤척이며 흐르는 강물 소리로 시작한다. 1941년 영국 서섹스의 우즈 강가에서 주머니에 돌멩이를 채워 넣고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한 여인. 저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 장면이다. 물에 잠겨 물과 함께 흐르는 그녀.
‘The Hours’ 타이틀이 뜨면 숨죽이던 사운드트랙 ‘Morning Passages’의 피아노 소리가 비로소 살아나면서 화면은 1951년 로스엔젤레스로 바뀐다. 댄 브라운(존 C. 레일리 분)은 자신의 생일날 아침 스스로 꽃을 사들고 오는데, 아내 로라 브라운(줄리안 무어 분)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화면이 1923년 영국 리치몬드 교외의 버지니아 울프의 집으로 바뀌고, 왕진 온 의사는 레너드 울프(스테픈 딜런 분)에게 아내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 분)의 상태가 안 좋으며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침대에 누운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녀가 질끈 눈을 감으면 화면은 다시 2001년 뉴욕이다. 클래리사 본(메릴 스트립 분)과 함께 사는 샐리 레스터(엘리슨 제니 분)는 외박을 한 셈인지 이제 막 귀가하여 침대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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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
줄리안 무어 Julianne Moore |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
이후 영화는 버지니아와 로라, 클래리사의 하루를 엇섞어 차분히 보여준다. 1923년과 1951년, 2001년의 각기 다른 시간들 말이다. 버지니아는 바야흐로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고 있고, 로라는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으며, 클래리사는 옛 애인 리차드 브라운(에드 해리스 분)에게 ‘댈러웨이 부인’으로 불린다. 버지나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은 1925년에 출간되었는데, 1997년 마를린 호리스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개봉되었다.
｢The Hours｣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텍스트로 해서 썼다고 하는데, 사실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읽지 않고 ｢디 아워스｣를 감상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섯조차 짐작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이클 커닝햄은 어째서 이 세 사람을 한 이야기 속에 나란히 묶어놓은 것일까? 잠깐 영화 ｢댈러웨이 부인｣을 짚어보자.
이 영화는 6월 어느 하루, 클래리사 댈러웨이 부인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는 두 축으로 이어지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파티를 준비하는 댈러웨이 부인이 큰 축이라면 결국 투신 자살하고 마는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가 작은 축이다. 우아한 댈러웨이 부인은 삶의 허전함을 파티로 채워가지만 오히려 파티에 참석한 상류층 인사들의 허영과 위선에 쓸쓸해 한다.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의 정신과 의사 부부가 댈러웨이 부인의 파티에 초대되어 와서 그 젊은이의 자살에 대해 알려주는데, 댈러웨이 부인은 그 젊은이의 죽음을 통해 도리어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자아를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섬세한 문체, 이른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서술은 정밀하고 풍부하며 지극히 함의적이어서 따분함 속에서도 소설을 읽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인데, 영화에는 안타깝게도 그런 맛이 빠져 있다.
두 영화 속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은 모두 자살한다. ｢댈러웨이 부인｣의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는 전장에서 친구를 잃은 뒤 환청과 환영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며, ｢디 아워스｣의 리차드 브라운(에드 해리스 분)는 자의식에 골몰한 어머니에게 어린 시절 버림받은 뒤 영화 속 현재 AIDS를 앓고 있으며 역시 환청에 시달리다가 자살한다. 이 두 인물은 결국 부모의 죽음과 의붓 오라비들의 성폭력에 상처받고 평생을 고통 받다가 끝내 자살하는 버지니아의 또 다른 영혼이 아닐까?
버지니아는 우즈 강으로 들어가기 전, 자신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바친 남편에게 남긴 편지에서 이제 당신을 놓아줘야 할 것 같다고 썼다. 셉티머스도 자신을 데리러 온 의사에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내 앞에서, 내 목숨을 원한다면 주겠다며 쇠창살로 뛰어내렸고, 리차드는 에이즈에 걸린 자신을 위하여 한결같이 헌신하는 클래리사에게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사랑한다며 몸을 날린다.
이들의 죽음은 자신들에게 희생한 다른 인물에게 희생을 벗어던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도대체 희생하는 쪽은 누구이고 희생을 받는 쪽은 또 누구인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생의 의미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에 맞서야 한다.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고 삶에 몰두하는 것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의미 없거나 의미 없어지는 일들에 모든 것을 걸고 순간을 살아간다. 수없이 다양한 인생들도, 그들의 삶을 담은 시간도 끝내는 흘러가는 것이고, 흐르고 흘러서 스러지는 것이다.
전편을 흐르는 필립 글래스의 사운드트랙은 완전히 영화와 한 몸이 되었다. ｢코야니스카치｣에서의 놀라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서늘하면서도 음울하며 때로 격정적이기도 한 사운드트랙은 끝까지 영화의 앞면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배면에 머문다. 머물면서 완전히 자신을 낮추어 경쾌하면서도 사색적인 영상을 북돋워주는 것이다.
영화 초반 좀 거슬리긴 하지만, 때문에 버지니아의 몽타주에 가까워진 니콜 키드먼의 코라든지, 세 여자 배우들의 부듯한 연기는 덧붙일 말이 없다 영화에서 확인하시라.
로라가 잠자리에 들고, 클래리사가 하루를 접으며 등을 끌 때, 버지니아의 내레이션이 그 위를 덮으면, 영화의 첫 장면에서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잠기는 버지니아의 실루엣이 환기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엔딩 크레딧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이윽해진다. 버지니아가 깨달았다는 삶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걸 깨닫고 삶을 사랑하게 되었으면서도 그러나 그 삶을 접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바이 무엇이었을까?
- 글쓴이 : 김만동
- 안동 경덕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