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엄원식_문경의 문화유산]문경내화리삼층석탑(聞慶內化里三層石塔)
- 엄원식
문경내화리삼층석탑과 비슷한 시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지역의 불탑(佛塔)은 봉암사삼층석탑, 도천사지삼층석탑 3기(현재 직지사 대웅전 앞 2기, 비로전 앞 1기 있음)를 들 수 있다. 내화리삼층석탑은 대체적으로 통일신라시대말기 9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신라의 석탑이 8세기 이후 시대가 하대로 내려가면서 나타나는 부분적인 변화에서 알 수가 있다.
▲ 내화리삼층석탑 탑신부의 옥개석(지붕돌) 부분
이를테면 옥개석(지붕돌)의 받침이 5단이었던 것이 4단 또는 3단으로 줄어든다거나 기단부 면석(面石)의 탱주(안쪽기둥)가 상층부터 2개의 기둥에서 1개의 기둥으로 줄거나 혹은 없어지기도 한다. 또 옥개석 윗면의 옥신(탑의 몸돌) 굄석도 2단에서 1단으로 작아지고 각형에서 호형(구부러짐)으로 변하였으며, 전체적인 규모도 거대하였던 것이 중형, 소형 탑으로 바뀌는 변형을 보인다.
신라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에는 불교가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어서 사찰을 건립하는 일은 국가가 도맡아서 시행했을 뿐 아니라, 건물을 세우고 탑과 불상을 만드는 것은 스님들의 영향 아래 건립되었다. 삼국통일을 전후한 시기인 7세기에 만들어진 탑은 우리나라 불교사에 있어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 특히 통일을 염원하고, 통일 후 백제와 고구려의 옛 땅을 신라화(新羅化)시키자면 큰 사찰을 세워 나라와 백성을 안정시켜야만 했기 때문에 더더욱 혼신의 힘을 다했을 것이다.
▲ 내화리삼층석탑 기단부의 탱주(撐柱)와 우주(隅柱)
그러나 역사적인 교훈으로 잘 알고 있듯이 평온한 세월이 오래 지속되면 국가 운영이 방만해 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신라도 점차 후기로 가면서 사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탑의 건립에 과거와 같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세기로 접어들면 지역별로 호족이 출현하고, 국가에서 경영하던 사찰의 운영체계가 호족이 운영하는 체계로 변화하면서 탑의 크기와 양식도 변화하게 된 것이다. 내화리삼층석탑은 바로 이러한 과도기적 시기에 건립된 탑이라 할 수 있다.
내화리삼층석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단층기단이라는 점인데 대체적으로 문경 땅에 남아 있는 석탑 대부분이 단층기단으로 되어 있으며 상주시 사벌면에 있는 화달리삼층석탑, 전남 구례 화엄사 동오층석탑, 밀양의 표충사 삼층석탑 등이 이와 비슷한 양식에 속한다. 지금까지 우리지역의 석탑의 단층기단에 대한 특별한 연구 성과가 없어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탑의 건립 시기와 삼국의 불교전래와 관련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치 등이 단층기단 양식의 탑을 탄생시킨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화리삼층석탑은 신라 석탑의 전형을 이어받은 통일신라 하대의 작품으로 지붕돌받침은 5단에서 4단으로 줄어들고 기단석은 단층기단이며 몸돌의 받침석도 각형에서 호형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화리삼층석탑은 천년 넘게 그 자리를 아무 말 없이 우두커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언제까지 그 모습으로 그곳에 서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월이 허락하는 한, 후손들이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나서서 문화재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한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을 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 글쓴이 : 엄원식
- 1969년 문경에서 태어나서 점촌고등학교를 다녔다. 안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문경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