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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살면서 흔한 자연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흔하긴 하지만 자연이 주는 심오함에 매료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 주변의 넓은 과수원이나 밭, 산보하다가 만나는 골짜기의 다랑이 논, 숲,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풀, 나무나 꽃 등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친숙해지는 것은 당연해서 우릴 놀라게 하지 않는다.
요컨대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다"는 이치이다.
그러나 일단 보려고 한다면, 변화하는 세계는 정말 다양하고 심오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며, 형태와 성질 또한 계속 변한다. 똑같은 일이 결코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 똑같은 자연처럼 보여도 눈 깜짝하는 사이에 변화한다.
아침저녁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앞에 두고 있으면, 좋든 싫든 변화를 반복하게 하는 존재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린 그때그때 일어나는 변화에 놀라서, 자연 앞에 멈춰 선다. 한 그루의 나무, 한 포기의 풀 앞에 멈춰 서며, 바위나 돌멩이 앞에 멈춰 선다. 그리고 숲 앞에, 또 산 앞에, 강 앞에 멈춰 선다.
바라본다. 그리고 한참을 지켜본다.
그리고 자연을 이루는 산천초목이나 암석을 채색하는 빛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나, 그것을 흔들리게 하는 바람에 의해, 자연은 미묘한 변화를 계속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자연과 함께 흔들리는 내가 있다. 또한 교감하는 나 자신이 있다. 인간인 나 역시 한 포기의 풀, 한 그루의 나무와 다를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깊은 곳에, 그것들이 존재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알게 된다. 존재의 법칙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일단 이것을 알게 되면 이젠 어쩔 수가 없다.
이쪽에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쪽에서도 이쪽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생겨난다. 이렇게 되면 침묵하고 있는 사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끝없는 응답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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